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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명 감독 인터뷰
2001-07-20

“3년이나 준비했으니 꼼꼼한 건 당연하지”

+ 현재 진행상황은.

= 기본 촬영횟수가 105회쯤 되고 특수촬영까지는 모두 120회 정도인데, 지금까지 70회 정도를 찍었다. 하지만 영화에 들어가는 씬의 분량으로 친다면 약 80%를 마친 셈이다. 마지막 고비는 7월 하순부터 들어갈 아지트 세트 촬영일 것이다.

+ 신인감독으로서 50억이 넘어가는 프로젝트를 맡는다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나.

= 물론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에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그런데 3년 정도를 준비하다 보니 예산액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흥이 없어진 것 같다.(웃음) 사실 이 영화를 시작하고나서 7kg이 빠졌다. 그리고 워낙 스탭이나 보조연기자가 많이 동원되다 보니 초반에는 재밌는 일도 있었다. 특히 누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다 보니, 언젠가는 화장실에 가다가 인사를 받고 어느 파트의 누굴까 하며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알고 보니 묵고 있는 여관의 주인이더라.

+ 지금 가장 신경쓰고 있는 것은 어떤 점인가.

= 이제 촬영은 끝나고 있으니 포스트 프로덕션에 대한 생각이 자꾸 든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후반작업을 하고 싶은데, 배급 일정이 잡혀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 촬영을 하다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은 장면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화물선 안에서 배가 진동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액션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진동기 위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촬영을 하려 했는데 매번 그렇게 하느니 컴퓨터그래픽으로 하는 것이 낫겠다 싶더라. 또 사운드도 욕심이 나고, 음악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후반작업을 꼼꼼하게 했으면 한다.

+ 모든 컷의 콘티를 하나하나 그렸고 실제 촬영에서 상당 부분을 반영한다고 들었다. 엄청나게 꼼꼼한 감독이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 꼼꼼한 게 아니라 준비할 시간이 많았던 것이다. 3년을 했으니….(웃음) 촬영 시작 30%까지는 정말 콘티대로 찍었다. 일본 촬영을 마치고나서 여유가 생겼고, 배우와도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뒤로는 장면들을 현장에서 바꾼 적도 꽤 된다. 남들이 내게 여유가 생긴 것이라고 하더라.

+ 첫 영화로 액션이 많은 큰 규모의 작품을 하게 돼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모델 비슷하게 설정한 작품이 있다면.

= 액션영화는 <투캅스2> 조감독 할 때 해봤다. 사실 영화를 들어가기 전에 우리끼리 농담처럼 한 이야기인데, 드라마는 오우삼처럼, 음악은 <더 록>처럼, 특수효과는 <매트릭스>처럼, 편집은 또 누구처럼… 이렇게 말이다. 사실 <더 록>이나 <페이스 오프>는 많이 참고했다. 개인적으로 오우삼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 해외 작업 분량이 꽤 많다.

= 해외촬영은 처음이었다. 현장에서 스탭과 처음 만나다보니 의사소통이 문제더라. 그러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정서적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문제점이 생겼다. 일본은 너무 빡빡하고 중국은 너무 ‘만만디’다. 한국은 그 중간 정도고.

+ 나카무라 토오루와의 작업은 어땠는지.

= 처음에는 좀 힘든 점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일본영화에는 클로즈업이 별로 없고 대개 롱쇼트 위주다. 일본 감독들은 클로즈업 쇼트를 부끄럽게 생각한다더라. 그러다보니 배우들은 자신들의 움직임이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찍으면서도 나카무라가 카메라 앵글을 벗어나는 경우가 잦았다. 그도 모니터를 보며 함께 이야기하면서 서서히 내가 요구하는 바를 이해하게 됐다. 이제는 통역 없이도 눈빛으로 통하는 경지가 됐다.

+ 장동건의 경우는.

= 워낙 잘하는데다 준비기간이 길고 만난지 오래 돼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었다. 그는 나를 “형”이라 부르며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했다. 사실 처음에는 두 배우에게 하나하나 지시했다. 나중에 관계가 쌓이자 뭘 하고 싶냐고 물어봤다. 그러면 두 배우는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그것을 듣고 한 번 해보라고 시킨 다음, 왜 그렇게 했냐고 물어봤다. 그게 타당한 것 같으면 배우가 원하는대로 장면을 찍었다.

+ 일정이 애초 계획보다 한 달 정도 늦어졌다.

=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워낙 변수가 많았다. 사실 지금 환경에서는 준비를 잘 하는 것만으로는 일정을 단축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집합시간이 8시라고 하면 스탭들은 “그럼 11시쯤 시작하겠군”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한다. 그게 일본과의 차이다. 일본 스탭의 경우 집합시간은 칼 같이 지킨다. 어쩌면 스탭의 프로정신의 문제다. 결국 스탭들에 대한 대우가 더 좋아져야 한다. 과거보다 늘어난 제작비 중 상당 부분이 화면에 보여지는 데 들어가는데 인건비도 여기에 맞춰 늘어나야 한다.

+ 스탭들과의 호흡은.

= 사람들을 참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 모두 자기 분야에서 일인자급인데다 대개 나보다 연배도 높은데, 내 뜻을 잘 이해해준다.

+ 애초 구상했는데 이런저런 여건 때문에 실현되지 않은 장면이 있다면.

= 대표적인 것이 미술품 운반차량을 둘러싼 일본팀과 한국의 ‘후레이센진’ 간의 대격돌 장면이다. 애초에는 서해대교가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헬기가 다리로 떨어지고, 그렇게 끊어진 다리를 사이에 둔 남녀의 모습을 담으려 했는데, 서해대교를 촬영장을 삼는 것이 불가능했고 헬기 추락 역시 기술적으로 어려웠다. 결국 최종 시나리오에서는 배경을 국도로 바꿨다. CG나 미니어처 촬영 역시 좀 더 해볼 여지가 있다. 그 밖에도 내 생각보다 부족하다 싶은 점이 없지 않아 있긴 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남들 앞에서는 “이 장면이 왜 안되느냐”며 따지다가도 뒤 돌아서서는 이 정도까지 지원해준 것에 감사한다고 혼잣말할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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