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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의 무게를 덜어낸 코믹한 에피소드, <게스 후?>
박은영 2005-08-30

지금으로부터 38년 전, 스펜서 트레이시와 캐서린 헵번 부부의 저녁 식탁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애지중지 기른 외동딸이 결혼할 남자라며 데려온 이는 전도유망한 흑인 청년 시드니 포이티어. 진보적이라고 자부하던 그들에게도 극복하지 못하는 편견이란 것이 있어서, 피부색이 다른 예비 사위와의 대면은 불편하기만 하다. 인종문제가 첨예하던 1960년대에 등장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당시 영화계 안팎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다른 인종과의 결합이 생경하지 않은 지금,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옳을까. <게스 후?>의 제작진은 기발하다면 기발한 ‘트위스트’를 시도했는데, 흑인 가정에 백인 사위가 들어오는 설정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또 주제의 무게를 덜어낸 자리에 코믹한 에피소드를 빼곡히 채워넣었다.

<Guess Who Comes to Dinner>라는 원작영화의 제목을 싹둑 잘라낸 가벼운 작명이 암시하듯이, <게스 후?>는 순발력 강한 배우들로 진용을 짠 유쾌발랄한 코미디다. 테레사(조 살다나)가 장래를 약속한 연인 사이먼(애시튼 커처)이 백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집으로 데려가자, 빌 코스비와 친분이 있는 농구 천재나 의대 출신의 흑인을 기대했던 아버지 퍼시(버니 맥)는 실망에 휩싸이고, 마침 ‘희멀건 유령’ 같은 사이먼이 실직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쾌재를 부른다. 이처럼 <게스 후?>의 갈등과 폭소의 축은 예비 장인과 사위다. 새 식구를 들이기까지의 요란한 신고식에 초점을 맞춘 <게스 후?>는 원작인 <초대받지 않은 손님>보다는 오히려 <미트 페어런츠>와 더 닮아 있고,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의 <리쎌 웨폰>을 비롯한 흑백 버디영화를 연상하게도 한다. 고상하면서도 도발적이었던 원작에 한참 못 미친다거나, “경찰차가 빠진 버디코미디”라는 식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평이 주를 이뤘지만, 개봉 주말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작품. 힘주면 튀어나올 것 같은 부리부리한 눈의 버니 맥은 의심하고 윽박지르고 이간질하는 아버지로 분해 연신 폭소를 이끌어내고, 백치미에 장난기가 매력인 애시튼 커처도 잘하려 할수록 꼬여가는 상황 앞에 넋을 놓는 사위로 썩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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