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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 - 축구 연보

프리미어리그는 어떻게 프리미어의 리그가 되었는가

너희가 프리미어리그를 아느냐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들이 집결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 3대 축구리그로 꼽히는 이 무대의 정확한 명칭은 ‘디 에프에이 프리미어리그’(The F.A. Premier League)다. 말 그대로 FA에 속한 리그 중 최상위(Premier) 리그를 의미한다. 국적 표기 없이 그저 축구협회(Football Association)를 뜻하는 약어인 FA는 잉글랜드축구협회의 다른 이름이다. 현대 축구의 규정을 만들고 최초의 리그를 설립한 잉글랜드는 스스로 축구계의 ‘종갓집’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한다. 협회 이름 앞에 나라 이름을 넣지 않는 조심스러운 거만함은 그런 점에서 애교로 봐줄 만하다(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4개 축구협회를 별도로 운영한다. 프랑스 주도로 창설된 FIFA가 ‘축구종가’를 받아들이기 위한 배려로 영국한테만은 1국가=1협회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는 바로 이곳 FA가 관리하는 프로축구 리그 중 최상위에 해당된다. 밑으로 3개의 프로리그와 10여개의 아마추어 리그를 거느린 프리미어리그는 이처럼 방대한 잉글랜드 축구 피라미드의 정점에서 4부리그까지 구성된 잉글랜드 프로축구 시스템을 이끈다. 프리미어리그와 수직적 상하관계를 맺고 있는 챔피언십리그, 리그1, 리그2는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각각 2부리그, 3부리그, 4부리그에 해당된다.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1992년에 출범했다. 70년대 후반부터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로 거칠어지기 시작한 잉글랜드의 축구팬들은 낙후된 경기 시설 안에서 여러 건의 대형 사고를 저질렀다. 결국 이러한 사고들은 잉글랜드 축구계에 개혁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축구계 안팎의 개혁 요구에 떠밀린 정부와 축구협회는 프리미어리그 창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 92년에 출범한 프리미어리그는 기존에 1부리그라 불리던 최상위 리그의 이름을 바꾼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 심하게 낙후된 관련 시설을 수선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인프라의 질을 높였고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변한 일부 팬들의 행위를 통제하기 위해 입석 관중석을 없애는 등 분위기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미디어와의 결합을 통한 마케팅 구조의 확립을 위해 TV가 원하는 방식으로 리그 운용을 바꾸기 시작한 것 역시 프리미어리그 탄생이 가져온 커다란 변화였다. 이 과정에서 토요일로 일원화돼 있던 주말경기 킥오프 시간은 동남아 시청자의 시간대에 맞춰 영국 시간 낮 12시를 비롯한 다양한 시간대로 바뀌었고 경기장 구조 역시 TV중계에 적합한 구조로 개조되었다. 즉, 프로축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던 요소들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던 셈이다. 이 무렵 영국 시장에 진출한 호주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존재는 프리미어리그의 호황을 앞당겼다. 머독은 프리미어리그에 막대한 액수의 TV중계권료를 제공한 뒤 유로 TV채널인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독점 중계권을 따냈고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된 20개팀들은 이를 골고루 배당받아 구단 사업에 재투자했다. 경기장 입장 수익과 선수 이적료 등으로 제한되어 있던 프로축구팀의 수입원이 다양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발전과 변화의 기저에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진득한 애정이 자리잡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도입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은 입장권과 유료TV가 아니면 볼 수 없게 된 경기 생중계 등은 축구팬들의 경제적 부담을 배가시켰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마누라는 바꿔도 좋아하는 축구팀은 못 바꿔’라는 말 한마디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입장권과 유료TV 시청료를 부담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구단들이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유니폼 디자인을 바꾸고 있음에도 우리돈 10만원에 이르는 티셔츠를 군말없이 사주는 것으로 변함없는 충성을 과시하고 있다. 팬들의 지지를 돈으로 환산하는 상술에 혐오감을 표시하는 팬도 있지만 그 틈에서 축구산업이 꾸준히 팽창하는 것도 결국 축구팬들의 꾸준한 애정 덕분이라 할 것이다. 문전 1m 앞 노마크 찬스에서 하늘로 슛을 쏘아올려도 잠시 한숨을 내뱉은 끝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맹목적인 애정은 프리미어리그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번성할 것이라는 믿음의 모자람 없는 근거인 셈이다.

잉글랜드 축구 연보

1863년 FA 설립

1871년 세계 최초의 토너먼트 대회인 FA컵 창설

1985년 프로화 선언

1888년 12개 팀으로 축구리그 출범

1892년 2부리그제 도입

1889년 1, 2부리그간 승강제 도입

1938년 FA컵, 사상 첫 TV 중계방송

1965년 부상 선수에 한해 선수교체 허용

1966년 전술적 고려에 따른 선수 교체 가능

1979년 이적료 100만파운드 선수 탄생(트레버 프란시스, 버밍엄-노팅엄)

1982년 승리팀 승점 3점제 도입

1983년 리그 공식 스폰서 계약 (캐논, 1983∼86)

1992년 프리미어리그 창설

사진제공 R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