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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프로덕션디자인 노트 [1]
박은영 2005-09-19

팀 버튼의 판타지공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인 1964년, 작가 로알드 달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동화를 내놓았습니다. 주식은 양배추 수프, 일년에 한번 초콜릿 맛을 볼까말까 할 정도로 가난한 소년 찰리가 이웃한 초콜릿 공장에 초대되는 행운을 얻어, 기이한 천재이자 은둔자인 공장장 윌리 웡카의 안내로 ‘초콜릿 천국’을 둘러본다는 이야기였죠. 초콜릿 강이 흐르고, 소인족이 바지런히 일하는 공장을 둘러보며, 찰리를 비롯한 다섯 아이들은 그들의 식탐과 경쟁심과 이기심과 자만심을 누르는 시험에 들게 됩니다. 오감이 행복해지는 상상을 펼쳐주지만, 가끔 너무 신랄해서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이 동화는 ‘달콤쌉사름’한 초콜릿 맛과도 닮아 있더랬습니다. 오래 사랑받은 베드타임 스토리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1971년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습니다만, 원작의 기발한 유머와 상상을 제대로 살려내진 못했었죠. 그 영화에 유감이 많았다는 팀 버튼 감독이 소매를 걷어붙였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동화적 상상은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로 풀어내야 제 맛이라는 감독 고집에 모든 세트를 실물처럼 지어야 했던 미술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답니다. 어떻게 그걸 다 만들 수가 있었냐고요? 영화가 개봉되는 9월16일이 오기 전에, 직접 확인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 아니 팀 버튼의 영화 공장에 입장하실 수 있는 황금 티켓을 갖고 계신 분들, 지금부터 입장해주세요.

산업도시가 배경인 <가위손>_ 찰리네 마을

찰리네 마을

웡카의 초콜릿 공장

자, 먼저 윌리 웡카의 공장에 들어가시기 전에, 간단히 찰리네 마을을 둘러보시겠습니다. 영화 때문에 이 마을 전체를 새로 지었다니 믿어지세요? 여기엔 모두 80여채의 주택과 10개의 가게가 들어서 있습니다. 알렉스 맥도웰 미술감독은 스필버그의 <터미널> 때 공항 세트를 실물 크기로 지으신 분인데, 이번 작업이 그보다 더 규모가 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국적도 시대도 감이 안 잡히신다고요? 바로 그겁니다. “배경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도 달라진다”는 감독님 지론을 따라, 다양한 시공간의 요소를 섞어넣었습니다. 맥도웰 미술감독님이 전하는 컨셉은 “산업도시가 배경인 <가위손>”이고요. 아, 저기 피사의 사탑 모양으로 쓰러져가는 오두막이 찰리네 집입니다. 고 로알드 달 선생님의 작업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달 선생님은 생전에 참으로 청렴하셨던가 봅니다.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은데, 저 회색빛의 웅장한 건물이 바로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입니다. 어디까지가 진짜냐고요?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공장 외관 중에선 저 거대한 철문과 공장 입구까지만 실제 세트입니다. 이 공장을 고딕풍의 성처럼 보이게 하는 거대한 굴뚝들은 나중에 합성해 넣은 것이고요. 소문내지 말아주세요. 아, 저기 윌리 웡커 역의 조니 뎁씨가 지나가시는군요. 못 알아보시겠다고요? 아멜리에 스타일의 보브 컷에, 글램 록 스타스러운 벨벳 코트에, 보라색 콘택트렌즈에, 순백으로 가지런한 의치까지. 오스틴 파워 빰치게 키치적이긴 하지만, 근사하지 않습니까? 저게 다 윌리 웡카의 별난 캐릭터에 얽힌 이유있는 설정이라는군요. 자, 조니 뎁씨에게서 그만 눈길을 거두시고, 여길 주목해주세요. 초콜릿 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77만톤 초콜릿 강이 흐르고 600개 조명이 빛난다_초콜릿 방

와우! 무엇부터 보여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사방천지가 초콜릿 동산이지요? 감독님이 배우와 스탭 모두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360도 촬영 가능한 세트를 만들길 원하셨거든요. 여긴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최대 규모인, 일명 ‘007 세트’입니다. 거대한 초콜릿 강과 폭포, 사탕 동산을 만들려면, 이 정도 평수는 돼야 했거든요. 막대 사탕과 꽈배기 사탕이 열리는 나무, 박하 설탕으로 만든 풀숲, 마시멜로 체리 크림이 익어가는 덤불… 저런! 거기 어머니! 드시면 안 됩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긴 해도, 홍콩에서 공수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먹을 수 없는 소품이거든요. 미술팀을 가장 애타게 만든 것은 초콜릿 강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점성도 있어야 하고, 강둑과 동산의 원색과도 잘 어울리는 톤을 찾아야 하고, 아역배우에게 무해한 재료로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결국 물과 식이섬유소와 식용색소를 치약 반죽기로 섞어 이상적인 초콜릿 강을 만들 수 있었답니다. 폭포를 포함해 촬영에 쓰인 초콜릿 빛 액체는 모두 77만t에 이른다고 하네요. 구불거리는데다 부서지기 쉬운 재료로 만들어진 이 방의 촬영은 특히 까다로웠다고 합니다. 바닥에 레일을 까는 촬영을 자제하고, 케이블과 크레인을 이용한 촬영을 주로 했고요, 화려한 세트를 돋보이게 하려고, 동산 위에만 600개 이상의 조명등을 달기도 했답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조명에 든 전력량은 4mW로, 작은 도시 하나를 밝힐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아, 저기 분홍색 사탕으로 만든 해마 보트를 타고, 움파룸파족으로 1인 165역을 하신 딥 로이씨가 오시네요.

딥 로이 분신술의 비밀_움파룸파 사람들

윌리 웡카의 충실한 일꾼 움파룸파 사람들, 기억하시죠? 카카오에 사족을 못 쓰는 소인족 움파룸파는 윌리 웡카의 공장 일을 도맡아 하지요. 신장 132cm의 딥 로이씨가 어떻게 76cm의 움파룸파족이 되었는지 의아하실 겁니다. 어떻게 하나에서 165명으로 불어날 수 있었는지도요.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자면,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 프로도와 마법사 간달프가 대면할 때 몸집 차이를 주려고 서로 다른 크기의 세트에서 촬영하고 합성했던 것이나,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이 100명으로 불어날 때 동원한 모션 컨트롤 촬영과 CG 캐릭터 기법이 한꺼번에 쓰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딥 로이씨가 왜소해 보이게 하는 초대형 세트, 딥 로이씨 스케일의 세트, 움파룸파 스케일의 소형 세트에서 번갈아가며 촬영했고요, 부분적으로 딥 로이씨를 닮은 모형 로봇과 CG 캐릭터를 섞어 쓰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딥 로이씨가 일일이 연기를 해서 합성을 해냈다고 해요. 중간중간에 움파룸파 사람들이 볼리우드, 록, 펑크 등의 다양한 뮤지컬 시퀀스를 선보일 때는 등장하는 인원만큼 다른 위치에서 다른 동작을 선보여 ‘군무’인 양 합성한 거라고 해요. “사람이 해낼 수 있는 몫은 최대한 해내는 것이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방법”이라는 감독님 지론 때문에, 딥 로이씨는 웬만한 주연배우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력을 들여야 했다고 하네요. 자, 이제 딥 로이씨와 헤어질 시간입니다. 보트에서 내리신 뒤에는 발명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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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워너브라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