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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회한만 남은 카우보이의 시대, <오픈 레인지>
김수경 2005-10-25

<오픈 레인지>는 존 포드의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용서받지 못한 자>의 계보를 잇는 서부극이다. 빛나던 카우보이의 시대는 지나버렸고 그들에게 남은 것은 상처와 회한뿐이다. 과거를 숨기고 입을 꾹 다물었던 주인공 찰리 웨이트(케빈 코스트너)가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살인들을 보스 스피어맨(로버트 듀발)에게 토로하는 순간 웨스턴의 테마인 권선징악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죄의식으로 괴로워하는 나약한 한 인간만이 화면 속에 남아 있다.

방목을 하며 살아가는 찰리와 보스 일당은 하몬빌 마을의 벡스터(마이클 갬본) 일당의 시비에 걸려든다. 피투성이가 되어 잡힌 동료 모스를 구하지만 상황은 점점 험악해진다. 이후 벡스터 일당의 습격에 찰리와 보스는 역습으로 제압하지만, 소 떼를 지키던 모스는 죽고 막내 버튼(디에고 루나)도 총에 맞는다. 버튼을 데리고 모스를 치료했던 의사 바로우를 찾아가는 찰리 일당. 그러나 마을에는 목숨을 노리는 벡스터 일당이 기다린다.

인디언의 종말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개척 신화는 카우보이들을 들판의 떠돌이로 내몰았다. 그들을 살인기계로 사용했던 남북전쟁도 5년 만에 결판이 나고 갈 곳을 잃은 <오픈 레인지>의 주인공들은 소 떼를 몰고 록키산맥 근처를 배회한다. 그들을 가로막는 것은 이제 총칼이 아니라 정주하는 기득권자들과 자본이다. “인디언보다 멸시받는 방목꾼”인 찰리 일당과 달리 “목장주는 보안관도 손대지 못하는 존재”다. 보안관과 벡스터 일당들은 그러한 자본가를 위해 “영장도 사고 팔고” 방목꾼도 몰아내는 청부 깡패역을 기꺼이 자임한다. 그러한 현실 앞에 찰리가 악몽에 시달리며 수우(아네트 베닝)에게 총을 겨누거나 자신이 악당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임을 고백하는 에피소드는 안쓰럽고 서글프다.

이 영화의 백미는 종반부에 잔칫상처럼 펼쳐지는 찰리 일당과 벡스터 일당의 눈부신 총격전이다. 오랫동안 스테디캠을 다뤘고 <타이타닉>, <인사이더>, <히트>의 카메라 오퍼레이터로 활동한 제임스 머로의 카메라는 케빈 코스트너의 연출력과 만나 <와일드 번치>와 <히트>에 버금가는 역동적인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낸다. 설원의 록키산맥에 총탄의 메아리가 교향곡처럼 울려퍼지고 찰리는 생의 마지막 싸움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는 떠나지만 돌아올 것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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