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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해요”
2001-08-02

어린 가수 키우는 <초특급! 일요일 만세>의 ‘영재육성프로젝트’

인기가수 박지윤의 히트곡 <성인식>, 백지영의 난이도 높은 춤곡 <대쉬>, 컨츄리 꼬꼬 등의 댄스를 아홉살 여자아이가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동영상이 얼마 전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홉살짜리 여자아이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유연한 몸놀림과 폭발적인 무대매너는 심지어 본래 가수의 댄스보다 한 단계 위라는 평가까지 끌어냈고, 동영상 서비스가 실시된 사이트는 입소문을 듣고 몰려든 접속자들로 하루 평균 1만여회의 다운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을 다니던 구슬기양이 그 소문의 주인공이었다.

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 제작팀은 4살 때부터 추기 시작한 춤으로 각종 댄스경연대회를 섭렵하던 구양을 발굴하고 평소 영재 트레이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가수 박진영을 훈련강사로 초빙하여 ‘영재육성프로젝트’라는 코너를 만들었다. 박진영은 이미 부산의 아마추어 댄싱팀들 가운데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량현량하를 발굴, 육성하여 가수로 데뷔시킨 바 있다. 나아가 제작진은 박진영에게 다른 재능있는 영재들을 모아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육성할 거대 프로젝트의 트레이닝 마스터의 역할을 맡겼다.

5월27일 구양은 <초특급!…> 무대를 통해 처음으로 무르익은 춤솜씨를 선보였다. 구양의 모습이 담긴 ‘…프로젝트’가 첫방영된 직후 SBS 홈페이지에는 ‘나도 그만큼 춤을 잘 출 수 있으니 뽑아달라’는 초·중학생들의 자기 추천서가 무려 4천여건이나 도착했다. 제작진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6월17일 제작진은 인터넷을 통해 모집된 50여명의 아이들과 함께한 박진영의 영재학습법에 대한 공개강의를 내보냈다. 이 강의는 열기를 더욱 붇돋아, 제작진은 대대적인 공개 오디션을 계획하기에 이른다. 7월1일 서울에서 열린 공개 오디션에 몰린 15살 미만의 초·중학생 3197명 가운데 마지막 관문까지 무사통과한 사람은 불과 9명. 그야말로 험난했던 선발과정이었다. 최종합격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16살 중3, 초등학교 4학년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사실 이 코너는 박진영이 없었으면 ‘미션 임파서블’에 그쳤을 지도 모른다. 이 프로그램에서 박진영의 역할은 단순한 트레이너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음반제작 및 가수 육성의 노하우를 정리한 매뉴얼을, 발탁된 아이들에게는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란다. 그간 박진영이 프로듀서로 음반제작에 관여한 가수는 국내적으로는 5인조 남성그룹 god, 박지윤, 진주, 량현량하 등이 있으며, 외국가수로는 미국에서 활동중인 틴에이저 남성 4인조 LMNT와 여성보컬 비타민C가 있다. 그의 제작자로서의 자질은 꽤 훌륭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스스로 안무구성과 작사, 작곡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직접 가수로 활약하며 얻은 풍부한 현장경험까지 있으니 다른 제작자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갖춘 셈. 박진영은 오디션에서 발탁된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안무동작과 발성법 등으로 짜여진 12단계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다시 3단계에 걸친 노래연습을 시킬 예정이다. 세계시장에 진출할 가수를 기르는 게 목적이다보니 수업과정에 춤과 노래 외에도 영어가 추가되었다.

박진영은 이 코너에서 그간 무슨 기밀인 양 베일에 싸여 있던 연예인 육성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형편상 기획사나 소속 매니저를 갖지 못한, 그러나 가수가 되고 싶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속사정이야 어쨌든 그의 자세는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열의만 있다면 동참할 수 있다는 기회균등론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박진영의 영재육성프로젝트는 꽤 흥미로운 프로그램임에 틀림없다. 나중에 뚜껑이 열리고 누가 어떤 위치에까지 올라가는지를 지켜보는 것만이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아니다. 사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순간의 재미를 추구하며 명멸을 거듭하는 오락프로그램이 한 프로젝트에 그토록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 프로그램이 발산하는 진짜 매력이란, 아무로 나미에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상상 속의 어린 시절을 재현한 듯한 그들을, 내게는 결코 주어지지 않은 아름다운 재능을 작은 몸 안에 품은 ‘어린 천재’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스타에의 동경을 비방하지 말라. 스타는 아름답고 그것은 추구할만한 꿈이다. 그러니 차라리 스타가 될 기회를 모두에게 열어라. 이 프로그램은 이렇게 솔직하고 시원하게 말하고 그걸 실행한다.

심지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