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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묻다, 구원이란? <처녀의 샘>(The Virgin Spring)
2001-08-02

1960년, 감독 잉마르 베리만 출연 막스 폰 시도 장르 드라마(스타맥스)

스웨덴 북부의 한 농가. 신을 섬기며 성실히 살아가던 부부는 어린 딸을 시켜 교회에 초를 보낸다. 하지만 소녀는 숲 속에서 만난 양치기 삼형제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만다. 그날 밤. 삼형제는 자신들이 살해한 소녀의 집인지 모르고 농가를 찾아 저녁을 구하고, 역시 이를 모르는 부부는 그들을 성의껏 맞는다. 그러나 새벽녘, 부부는 그들에게서 딸의 피묻은 옷을 발견하게 된다.

질문은 던져졌다. 신이란, 혹은 구원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스웨덴 특유의 종교적 엄숙함과 신비주의 그리고 목사였던 아버지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던 베리만 감독은 자신의 영화적 계보 속에서 인간 존재와 신학에 대해 언제나 근심어린 성찰을 한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수사학은 다분히 역설적이었다. 인간 존재의 숭고함을 이야기하기 전에 타락한 이면과 욕망을 이야기하고, 신에 의한 정화와 구원을 이야기하기 전에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를 던진다. 이 영화 <처녀의 샘>에서 역시 그는 아주 역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가장 순결하고 아름다운 소녀가 죽음을 당하는가? 신을 섬기는 아버지의 고난과 그의 응징은 구원될 수 있는가? 이러한 역설적인 물음에 대한 응답이 관객의 사유에 맡겨진 몫이라면, 베리만은 아주 흥미로운 두개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회의감을 털어놓는다. 하나는 소녀를 수행하던 하녀의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형들이 범한 죄악 때문에 자신마저 죽음을 당하는 어린 양치기 소년의 관찰자적 시선이다. 소녀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질시하였던 하녀는 소녀의 죽음을 목격하면서도 구경꾼처럼 방관한다. 그리고 형들의 죄악을 경악하며 바라봤던 어린 소년은 결국 분노한 소녀의 아버지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당하고 만다. 여기서 하녀의 내면적 욕망은 가해자로, 그리고 어린 소년은 피해자로 내몰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분노한 아버지의 수난극은 종교적인 아이러니로 마감된다.

다분히 서정적이고 엄숙주의에 가까운 영화적 이미지 수사학을 구사하는 베리만은 초기 다소 코믹했던 실내극적인 영화에서 벗어나, 56년작 <제7의 봉인> 이후 좀더 성찰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주제의식에 다다른다. 인간 구원과 종교에 대한 질문들 외에도 그는 영화라는 매체의 이미지들을 동시에 탐구해간다. 이 영화 <처녀의 샘>에서 역시 섬세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회화의 상징적인 구도로 프레임되는 대상들은 베리만 특유의 처연함을 자아낸다. 이 영화의 촬영을 맡은 스벤 닉비스트는 이후 베리만 영화의 주요작들을 함께하였을 뿐만 아니라 타르코프스키, 우디 앨런 영화의 환상적인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아버지 역의 막스 폰 시도는 베리만 영화의 주요한 페르소나로 각인된 각인된 배우이다.

정지연/ 영화평론가 woodyall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