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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검> 액션 코멘터리 [1]
박은영 2005-11-23

‘액션 키드의 꿈’은 이루어진 것일까. 액션영화 감독이 되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다는 김영준 감독은,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본인은 극구 부인하지만) 태권도에 합기도 합이 6단이라고 한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에 그는 액션 단편을 선보여 ‘전설’로 회자됐고, 액션 장르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내공을 첫 장편 <비천무>로 이어가려 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선보이진 못했다. 5년이 흐른 지금, 그가 또 다른 무협영화 <무영검>으로 돌아왔다. 발해의 마지막 왕자를 지키는 여자 무사의 활약상에는 기묘하고 현란한 액션이 흘러넘친다. <비천무>에서 만난 뒤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친구이자 동료”가 됐다는 무술감독 마옥성은 “그간의 모든 노하우를 이 영화에 집중했다. 지금까지의 중국 액션보다 진화한, 짜임새 있는 액션을 만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김영준 감독이 <무영검>의 주요 액션 장면을 손수 골랐고, 마옥성 무술감독과 함께 액션 컨셉과 촬영 후기를 들려주었다.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뒤 발해를 떠난 대정현(이서진)은 발해에서 온 무사 연소하(윤소이)의 방문에 당황한다. 돌아가 왕위에 오르라고 설득하는 소하를 따돌리고 친구를 찾아간 정현은 그곳에서 자객의 기습을 받는다. 거란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상황. 승려의 모습을 한 자객 마불은 무방비 상태의 정현에게 무자비한 쇠몽둥이 공격을 퍼붓고, 정현을 찾아 거리를 헤매던 소하도 그녀를 ‘라이벌’로 여기는 무사 매영옥(이기용)과 마주친다. 장터 한가운데 자리잡은 친구의 집, 그 안팎에서 ‘이원 중계’되는 대결.

이번에 역점을 둔 것이 캐릭터의 성격을 살리는 방향으로 액션을 차별화하는 것이었다. 네명의 주요 캐릭터 이외의 주변 인물에도 서로 다른 무기를 주고, 그 특징에 따라 액션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식이었다. 가녀린 여자 무사 소하와 무력해 보이는 정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도 주변 인물들에게 힘과 개성을 실어줄 필요가 있었다. 캐릭터별 액션 스타일이 돋보이는 장면이 남자들의 액션과 여자들의 액션이 교차하는 대목이다. 외모부터 위압적인 척살단의 일원 마불은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그가 정현을 공격하는 장면이 남자들간의 박력있고 투박한 힘의 대결이라면, 소하와 영옥의 대치 상황은 날카롭고 빠른 느낌으로 표현했다. 여자들의 액션은 춤추는 것처럼 예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은 어디 문파 소속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싸우던 무사 출신이고, 살아남기 위해 무술을 체득한 것이기 때문에 곱고 예쁜 동선은 아니라고 봤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팽팽한 대치 상황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도,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기에도 천 액션이 적합했다. 투우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주고 싶었다.

각자 인물에 맞게 무기를 정했다. 마불은 아주 악독한 중이다. 키와 체격을 고려해 긴 무기를 주었고, 유연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정현은 무공을 숨기고 있는 터라, 조금씩만 그러나 파워풀하게 보여주도록 했다. 소하는 자유자재로 검을 구사하게 하고, 동작도 부드럽고 매끄럽게 표현했고, 쌍칼과 표창을 쓰는 영옥은 체구에 비해 날렵한 동작으로 표현했다.

거란 척살단의 습격을 피해 달아나는 소하와 정현.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표창과 화살을 피해 수로 속으로 뛰어들자, 척살단원들도 따라들어가 공격을 시도한다. 매영옥이 버티고 있는 수면 위로는 나갈 수 없는 소하는 물속에서 이들과 대적해야 한다. 달려드는 척살단원들은 소하의 검에 베이거나 검기에 몸이 터져나간다.

무협에서 경공술은 기본이니 하늘을 나는 건 많이 보았고, 땅속을 파고들어가는 액션도 보았지만, 물속에서 싸우는 장면은 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수중 액션을 꼭 시도해보고 싶었다. 처음엔 실제로 물에서 찍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믿었던 (윤)소이가 수영을 못했고, 그때부터 배워서 시작한다고 해도, 수중 액션은 무리였다. 그래서 고민 끝에 블루 스크린에서 와이어 액션을 하고, CG로 수중 느낌을 주자는 제안을 했다. 근데 레퍼런스가 없었다. 마옥성 감독도 무척 난감해했다. 와이어에 물속 같은 텐션을 주고, 프레임을 24에서 96까지 올리고, 강풍기를 틀어대며, 기술적인 부분들을 테스트했는데, 내가 상상한 수중 느낌과 비슷했다. 진짜 물에서 찍었다면 1개월은 걸렸겠지만, 와이어였기 때문에 3일 만에 마칠 수 있었다.

수중 촬영과 와이어 효과, 두 가지를 병행하려 했던 초반에 고민이 너무 많았다. 액션 촬영만으로도 벅찬데, 수중 액션이라니. 그런데 한국에서 테스트한 CG장면을 보니, 수중 촬영이 필요없었다. 한국의 CG 기술도 놀랍고, 오랫동안 와이어에 매달려 고생한 배우들도 인상적이었다.

블루 스크린 촬영

처음엔 타이트한 클로즈업과 간단한 동작은 수중 촬영을 하고, 풀숏이나 수중 디테일이 두드러지지 않는 장면에 한해 CG로 진행하기로 했었다. BBC 다큐멘터리 <바다 속으로> 등을 보면서 수중 요소와 현상들을 연구하고 체크해서 테스트 진행을 했는데, 프레임 조절만으로도 수중에서 부유하는 느낌을 낼 수 있다는 데서 가능성을 보았다. 나중에 클로즈업까지 맡아하게 되면서, 눈시림이나 기포, 옷과 머리칼의 움직임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촬영 소스를 받으면 액션의 강약에 따라 프레임의 스피드를 조절하고, 강풍기와 낚싯줄로 어색하게 올려진 옷자락을 빛과 부유물로 가려주기도 했다. 테스트를 3월부터 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작업 기간은 한달뿐이어서, 수로 내부의 구조물 배경을 입히지 못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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