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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12] - 최호 감독의 <후아유>
위정훈 2001-08-03

N세대, 그들만의 사랑법

최호 감독은 만나서 <후아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요청을 극구 사양했다. 전화로 이야기하면 어떻겠냐는 대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2시간쯤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건 서로 힘들 듯했다. 이메일을 떠올렸고, 담백하고 성실한 회신이 날아왔다.

<후아유>와 <바이준>은 어쩌면 같고 어쩌면 다르다. 둘 다 젊은이들의 고민과 애정에 대한 영화라는 점에서는, 같다. 최호 감독은 개인적으로 “사랑과 세상일에 대해 그리 원숙한 내면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아직도 20대의 친구들이 겪는 혼동과 방황을 ‘실습’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비슷한 감성이 두 작품 모두에 배어 있으리라고. 카메론 크로의 <싱글즈>, 케빈 스미스의 <체이싱 아미>,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구스 반 산트의 <굿 윌 헌팅>, 벤 스틸러의 <청춘 스케치> 등 청춘멜로영화들에 무작정 끌리는 것도 20대에 대한 ‘지독한 사랑’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접근법은, 어쩌면 다르다. 보는 이에게 다가가기, “그게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엔 무방비에서 벗어나 냄비만한 방패라도 하나 들고서.” <바이준> 이후 그 요령을 한발짝쯤 배웠단다.

어렸을 적 최호 감독을 사로잡은 영화들은 <취권> <사제출마> <스타워즈> <죠스> <대부> 등. 한번 영화의 포로가 된 소년은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것이 감독이 된 이유다.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 특히 유학 시절엔 ‘다큐멘터리’라는 영화언어를 말 그대로 “발견”했다. 장 루쉬(Jean Rouch), 리샤르 뎅도(Richard Dindo), 고다르(영화 안의 다큐적 요소들)…. 이들을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 영화들의 어떤 요소들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교훈으로 남을 것 같다고.

<후아유>는 시나리오 탈고를 2주쯤 앞둔 상태다. 장르는 ‘로맨틱코디디 혐의가 짙은 청춘멜로’ 정도 될까. <접속> <텔미썸딩> 작가 김은정씨를 보조해가며 작업했다. 작가의 힘이 컸다고. <천사몽>의 이나영과 <춘향전>의 조승우가 캐스팅 확정된 상태. 그 밖에 헌팅도 끝났고, 메인 스탭도 마무리되어 있다. 촬영에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영화 공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63빌딩 활용법. 58층의 한 공간을 빌려 남자주인공의 사무실로 개조하고, 지하 수족관에서도 촬영한다.

98년, <바이준>이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뒤, 침잠했다. <바이준>은 감독 자신이 홍역처럼 치러낸 20대 초반의 기억을 풀어놓은 영화였지만 순진하고 무방비상태였던 만큼이나 참혹하게 부상당한 기억으로 남았다. 약 2년 동안 공백기의 구차한 나날이 흘러갔다. 그동안 시놉시스 3개, 시나리오 1개를 써내려갔다. 지난해 3월 <후아유> 작업을 시작했다. 인터넷시대의 새로운 세대인 N세대의 사랑을 그린 멜로를 기획중이던 명필름이 간략한 시놉시스를 보여줬다. 감독 제의를 받았고 하기로 했다. 출발은 그 시놉시스였지만 뼈대부터 내용, 캐릭터를 모두 새롭게 가공했다.

“영화작업이라는 동일한 과정(컨셉회의·시놉시스·시나리오·헌팅·미술회의·콘티·캐스팅 등)을 다시 겪으면서 <후아유> 역시 <바이준>을 감독한 사람이 만들고 있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같은 오류를 반복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내 관점이 여전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얘기이며, 그걸 좀더 요령있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다. 한번 냄비를 엎어 뜨거운 물에 덴 아이가 냄비를 어떻게 잡아야 안 엎는지를 깨닫는 정도일 것이다. 요즘은 냄비를 안 엎어도 끓는 물이 튀어서 다칠지도 모른다는 것까지 예상하고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작사 디엔딩닷컴의 창립작품이라는 것에 심적 부담은 크게 없다. 그건 마케팅적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연출의 변

“아직 작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연출의 변을 던지는(?) 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작품을 과장하거나 무책임한 약속을 하기 싫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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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조승우)라는 26살난 남자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형태는 중학교 때 자기 손으로 만든 게임 ‘방구차’에 긍지를 갖고 있는 게임밖에 모르는 겜돌이. 게임으로 세상을 제패하고자 잘 다니던 대기업 때려치고 게임벤처회사에 2년 전 입사했다. ‘후아유’는 형태가 기획하고 만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게임명인데, <후아유>는 이 게임을 오픈하기 전 한달간의 베타테스트 기간중에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형태는 베타테스터중 한명인 인주(이나영)가 우연히 같은 건물에 근무하는 여자라는 걸 알게 되고 게임파트너로 접근, 자기 게임의 중독자로 빠뜨리겠다는 목표로 그 여자의 일상과 과거, 내면을 온·오프라인을 총동원해 해킹한다. 그러다 결국 여자의 매력과 사연에 자기가 점령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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