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언급하지 않고 속편을 말할 수 없는 영화가 있는데 <원초적 본능>이 꼭 그런 경우다. 1992년의 이 영화는 강도 높은 정사신과 사이코스릴러 특유의 심리 게임, 마지막까지 거듭되는 반전으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샤론 스톤이라는 여배우가 없었다면 그토록 많은 사람(남자!)들이 <원초적 본능>을 기억하고 그리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샤론 스톤은 도발적이고 위험한 악마 ‘캐서린 트러멜’ 그 자체인 듯했고, 그녀는 이 한편의 영화로 평생 섹스 심벌로 추앙받게 됐다.
그러나 캐서린 트러멜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단지 그녀가 화끈한 정사신을 보여주었고 속옷을 입지 않은 채 다리를 바꿔 꼬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말로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지만 온몸으로 자신이 살인자라고 말하는 듯한 그녀. 초인적으로 대범한 그녀의 게임은 완벽하게 뻔뻔했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진실이 뭘까’ 우왕좌왕해야 했고, 심지어 그녀가 살인자임이 밝혀지고 나서도 ‘저 얼음 송곳이 과연 캐서린이 범인이라는 증거일까’하는 의심에 시달릴 판이었다.
그래서, 캐서린 트러멜을 -그것도 샤론 스톤의 모습으로- 다시 보여주겠다는 제안을 관객은 거절할 이유가 없다. 남자를 옆에 태우고 시속 180km로 달리는 스포츠카 안에서 자위를 하는 캐서린(샤론 스톤). 도로를 벗어난 스파이더는 그대로 물속으로 뛰어든다. 캐서린은 구조됐지만 약혼자 프랭스는 즉사한다. 프랭스가 물에 빠지기 전 약물 과잉으로 이미 죽어 있었음을 안 형사는 캐서린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재판에 앞서 정신감정을 받게 된 캐서린은 정신과 의사 마이클 글라스(데이비드 모리시)를 유혹한다. 마이클은 그녀가 자신의 소설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위험 인물임을 알면서도 그녀에게 빠져든다.
<원초적 본능2>는 원작의 큰 얼개를 따른다. 다만 캐릭터들의 무게와 그들간의 긴장을, 샤론 스톤 한 사람의 매력과 매끈한 영상으로 대체했다. 즐겨야 할 것은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그녀의 사람 요리법은 여전한가’ 하는 것이다. 샤론 스톤은 나이만큼 노련한 매력을 발산하지만, 그녀가 능청스럽게 섹시함을 과시할수록 ‘세월에 닳아버린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옛정으로 보기에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옛 감정은 미지근하게만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