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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뽑은 이달의 단편 2. <A Hollywood Blockbuster>
사진 이혜정박혜명 2006-04-26

시각 패러다임의 변화

군복무 시절, 김형균(24)씨는 책 한권을 읽었다. 제목은 <할리우드의 영화전략>.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수익률이 갈수록 저하하면서 메이저 스튜디오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블록버스터 제작에 안간힘을 쓰고, 이것은 다시 제작비 상승을 초래해 수익구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논지의 책이었다. 결론은, 현재의 영화전략대로라면 할리우드는 자멸한다는 것. 김형균씨는 책을 읽고 받은 인상을 마음에 담았다.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1년 반쯤 흘렀다. 올해 2월, 그는 뉴욕에 2주 정도 머물러 있으면서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움직이는 회화’를 보았다. 그림 자체를 움직여서 내러티브를 만들어낸 예술작품이었다. 다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할리우드의 영화전략’에 대해 이야기할 만한 수단을 찾아냈다고.

<A Hollywood Blockbuster>는 영화와 관객을 등장시킨 2분짜리 단편영화다. 상영관 안의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면서 관객은 환호한다. 스크린에 배우가 등장한다. 관객이 환호한다. 배우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 기괴한 이미지로 변한다. 관객이 또 환호한다. <A Hollywood Blockbuster>는 상영관 스크린 위로 흐르는 이미지와 이를 보고 반응하는 관객을 번갈아 보여준다. 영화의 결론은 김형균씨가 1년 반 전에 읽은 책의 결론과 같다. 그의 단편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독특한 표현 기법 때문이다. 관객, 스크린, 스크린 속 배우 등 영화에 등장하는 대상들을 감독은 직접 그려 모양대로 오리고 이를 움직여가면서 6mm HDV 카메라로 촬영했다. “빛이 일정한 장소가 화장실밖에 없어서” 이틀간 혼자 화장실에 쭈그려 앉아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미대 출신의 어머니를 둔 김형균씨가 그려낸 관객의 얼굴은 괴팍하고 그로테스크하다. 스크린 위로 흐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상징적으로 표현됐다. 춤추는 사람, 손바닥과 다리만 가진 외눈박이 생물체, 눈동자 그리고 폭탄으로 이어지는 이미지 변화를 통해 감독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전체적인 붉은 색감은 2분짜리 단편에 강렬한 인상을 더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인 김형균씨는 ‘꾼프로덕션’이라는 창작집단도 꾸리고 있다. 영화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10명의 멤버들 가운데에는 감독뿐 아니라 작가 지망생도 있고 배우 지망생도 있고 매니저 지망생도 있단다. 자유분방한 모임을 이끄는 자유분방한 사고의 김형균씨는 학창 시절 10년을 타지에서 보냈다. 홍콩과 중국에서 외국인학교를 다니는 동안 아시아와 서구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기억이 있다. 그는 고3 때 <특례생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처음 단편영화를 찍은 뒤 지금까지 11편의 중·단편을 찍어왔다. 아들의 영화를 꼼꼼히 보고 냉정한 평가도 서슴지 않으신다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의 가장 열렬한 후원자이다. 내년 9월에는 NYU 필름스쿨에 입학할 계획이다. 꿈을 묻자, “시각의 패러다임을 깨보는 것”이라고 답한다. 보여지는 것과 보는 것 사이의 간극과 거기 존재하는 진실을 파헤쳐보고 싶다고, 그래서 “감독보다는 영상술사가 되고 싶다”고 덧붙인다. “감독이란 말은 너무 상업적인 말 같다”는 것이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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