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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제5회 트라이베카필름페스티벌

한인 영화인, 뉴욕 속으로 침투하다

로어 맨해튼뿐만 아니라 뉴욕 전체의 행사로 자리잡고 있는 제5회 트라이베카필름페스티벌(TFF)에서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추모전부터 한국 자본이 투입되고 한인 프로듀서가 제작한 공포영화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됐다.

4월25일에서 5월7일까지 열린 올해 TFF에서 한국 출품작은 아니지만, 한인이나 한국이 일부 참여한 작품으로는 지난 1월29일 타계한 백남준의 <추모전>(A Tribute to Nam June Paik)과 한인 코미디언 마거릿 조와 한국계 배우 랜델 덕 김이 출연한 <이스트 브로드웨이>, 배우 겸 코미디언 데이비드 정이 출연한 다큐멘터리 <에어 기타 네이션>, 캐시 유와 줄리언 장 졸킨, 밀튼 김이 제작을 맡고 한국의 미로비젼과 미국의 매버릭필름이 공동 투자한 호러 <샘의 호수>(Sam’s Lake) 등이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백남준에 대한 헌사’ 상영

영화제 관계자에 따르면 백남준 추모전은 그의 갑작스러운 타계에도 불구하고 뉴욕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를 추모하기 위해 TFF 프로그래밍 막바지에 포함됐다. 이번 추모전은 지난 2000년 회고전 ‘백남준의 세계’를 담당했던 구겐하임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존 헨허트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헨허트는 백남준의 초창기 작품 세계와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당시 7층 높이의 레이저 폭포 작품 <야곱의 사다리> 등에 대해 설명한 뒤 그의 비디오아트 단편 작품을 소개했다. 대부분 젊은 관객으로 구성된 이날 추모전에는 백남준의 60∼70년대 작품인 <비디오 테이프 스터디 No.3> <비틀스 일렉트로니크> <일렉트로닉 문 No.2> <일렉트로닉 페이블> <웨이팅 포 커머셜> <글로벌 그루브> 등이 소개됐다. 한편 그의 추모전은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도 5월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며, 이 행사에서는 TFF에서 소개된 단편 외에도 10여편이 추가돼 4개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다.

마거릿 조와 렌델 덕 김이 조연으로 출연한 로맨틱코미디 <이스트 브로드웨이>는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중국계 미국인 페이 앤 리의 작품으로, 아시안아메리칸 버전의 <신데렐라>이다. 이 작품에서 특히 마거릿 조는 부잣집 아들(게일 헤롤드)과 사랑에 빠지지만, 별볼일없는 집안 때문에 고민하는 여주인공의 절친한 친구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여, 나오는 장면마다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코믹함과 에너지가 돋보이는 알렉산드라 립시츠 감독의 <에어 기타 네이션>은 해마다 8월 핀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에어기타챔피언십에 2003년 처음으로 미국 대표가 출전해 챔피언이 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가장 중심이 되는 캐릭터, 즉 미국 대표로 첫 출전해 세계에어기타챔피언이 되는 선수가 바로 뉴욕 출신의 한인 데이비드 정(일명 ‘C-디디’)이다. 붉은 실크 가운과 바지에 이마에는 머리끈을 질끈 동여매고 가슴 한가운데 ‘헬로 키디’를 커다랗게 붙이고 무대에 선 'C-디디’는 고속 기타연주의 록음악에 맞춰 기타없이 기타를 치는(?) ‘에어기타’의 정수를 약간의 무술을 곁들여서 선보여 예선과 미국 챔피언십을 겨룬 뉴욕, LA는 물론 세계대회가 열린 핀란드에서까지 심사위원과 관객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다. 특히 재미로 시작했던 미대회 개최자나 참가자들이 점점 에어기타의 무아지경이라 할 수 있는 ‘에어니스’(airness)에 빠지는 과정이 볼 만하다. ‘미드나잇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이 작품은 TFF 관객 사이에 큰 인기를 모았다.

앤드루 크리스토퍼 에린 감독의 데뷔작 <샘의 호수>는 ‘40 칼리버 필름스’의 대표 캐시 유와 ‘닉 낵 프로덕션’ 대표 줄리언 장 졸킨 등 한인 프로듀서의 작품이며, 미로비젼이 공동 투자한 미국 독립영화다. 캠핑을 떠난 도시 젊은이들이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환자가 가족을 모두 살해하고 사라졌다’는 호숫가의 작은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실제 경험하게 된다는 이야기. 18일간 캐나다의 외딴섬에서 촬영한 영화는 호러 시리즈 <쏘우>에서 촬영을 담당한 데이비드 A. 암스트롱이 촬영감독을 맡아 공포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특히 대부분 신인으로 구성된 캐스트의 풋풋한 연기와 후반부의 놀라운 반전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이번 영화제에서는 첸카이거 감독, 장동건 주연의 <무극>이 5월5일 뉴욕 개봉을 앞두고 소개됐다.

맨해튼뿐만 아니라 뉴욕 전체의 행사로 영역 확장

한편 이번 영화제에서는 코미디 작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알 프랭큰의 정치와 방송활동을 그린 다큐멘터리 <알 프랭큰: 갓 스포크>와 클로드 샤브롤 감독,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코미디의 힘>, 90년대 말 스탠리 큐브릭을 사칭했던 실제 사기꾼 앨런 콘웨이의 이야기를 존 말코비치의 과장되고 코믹한 연기로 그려낸 브라이언 쿡 감독의 <컬러 미 큐브릭>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밖에도 마크 웨버와 로지 페레즈의 연기가 돋보인 로드무비 <저스트 라이크 더 선>, 영어교사와 부유한 미망인의 사랑을 그린 <트리트먼트>, 톰 행크스의 아들 콜린 행크스가 주연한 스파이캠 스토커 영화 <얼론 위드 허>, 가이 매딘 감독,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출연한 단편 <나의 아버지는 100살>(로베르토 로셀리니의 50년작 <플라워스 오브 세인트 프란시스>와 함께 상영), 레이프 파인즈, 도널드 서덜런드 주연의 <랜드 오브 더 블라인드>, 킴 샤피론 감독, 뱅상 카셀 주연의 <사탄>, 미국 에반젤리스트 가족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지저스 캠프>,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에게 직접 캠코더를 주고 녹화한 다큐멘터리 <워 테이프> 등도 관심을 모았다.

<에어 기타 네이션>

<이스트 브로드웨이>

9·11 이후 경제적으로 침체된 로어 맨해튼을 되살리기 위해 2002년 시작된 트라이베카필름페스티벌은 로버트 드 니로와 제인 로젠탈, 크레그 햇코프가 공동 창립했다. 올해 영화제에는 총 274개 작품이 세계 40개국에서 출품됐으며, AMC 로스 체인 극장의 후원으로 맨해튼 트라이베카 지역 외에도 이스트 빌리지와 미드타운, ‘뉴욕영화제’가 열리는 링컨센터가 자리한 어퍼 웨스트사이드까지 영역을 확장해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또 올 영화제에는 출품작 영사회 외에도 <플라이트93>과 <미션 임파서블3> <포세이돈> <헷지> 등 할리우드영화 프리미어와 패널토크, 필름메이커 이벤트, 패밀리 페스티벌 등의 다채로운 행사들이 소개됐다. 2002년 첫 행사에서 3만5천여 티켓 판매율을 보였던 영화제는 올해 25만여명의 관객이 참여했다.

한국영화로는 과거 박찬옥 감독의 <질투는 나의 힘>,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등이 초청된 반면 올해는 단편부문에 이보영 감독의 <면접>과 심민영 감독의 <조금만 더>만이 출품됐다. 올해 TFF 수상작으로는 파운더스어워드 부문 장편영화에 스페인 작품 <블레스드 바이 파이어>가, 다큐멘터리 장편에 미국의 <워 테이프>와 스페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상에는 <보이스 오브 뱀> <지저스 캠프> <존스타운> <마퀼로폴리스> 등이 선정됐다. 이외에도 <홀리데이 메이커스>의 에바 홀루보바가 여우주연상을, <프리 윌>의 요겐 보겔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또 NY 러브스필름 다큐멘터리상은 <웬 아이 케임 홈>이, 뉴욕에서 제작된 최우수 작품상에는 <트리트먼트>가 각각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