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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한다고? 아니 봐야지!
2001-08-30

TV 게임중계, 사이버 문화의 새 경향으로 자리잡아

온게임넷 스타리그 매주 금요일 오후 8시∼10시

우리나라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판매된 때는 98년 4월, 활성화된 것은 99년부터다. 지난달까지 국내에서만 모두 190여만장의 정품CD가 판매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시장의 판매량인 180만장을 넘어섰다. 이는 스타크래프트의 전체 판매량인 600만장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 정품CD가 200만장 팔렸다면, 해적판으로는 그 2배에 해당하는 400만장 정도가 이미 시중에 유포됐음을 의미하므로 스타크 인구만 600만명이라는 말이다. 엄밀히 말해 게임 연령이란 게 있을 수 없지만, 굳이 15살 이상 25살 미만의 인구 수가 800만명(통계청 조사)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다 보면, 그 수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게임인구 1천만시대가 새삼 현실로 다가온 오늘, 그 열기의 이면에는 게임중계프로그램의 선전이 있다.

98년 4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스타크래프트가 유저들 사이에서 조용한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9월, ‘가을 정규리그’라는 이름으로 스타크래프트 브로드워를 주최하고 최초로 그 과정을 중계한 곳이 현재 온게임넷의 전신인 투니버스다. 지상파를 통한 게임중계는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었고, 반응 역시 전혀 예상치 못한 형태로 되돌아왔다. 애초 10대를 주타깃으로 기획한 게임방송 포맷이 횟수를 거듭해가면서 20, 30대층에 먹혀들었던 것. 다양한 놀이공간을 제공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10대와 다를 바 없던 20대층의 욕구과 갤러그 세대로 낙인찍혀 게임 문화에서 도외시됐던 30대의 게임 향수가 합쳐져 더욱 탄탄한 소비층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 5월5일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세종대에서 열린 ‘한빛 소프트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임요환 vs 기욤 패트리의 경기는 관객 4천명을 동원함으로써 게임이라는 새로운 방송 콘텐츠의 비전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게임중계 프로그램의 선전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게임중계를 보고 열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마디로 ‘감동이 있다’고 잘라 말한다. 스포츠를 볼 때와 같이,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게이머들의 태도에 우선 감동받고, 고수들만이 펼칠 수 있는 현란한 경기 내용에 감동받는다는 것이다. 게임중계는 아마추어 게이머들에게 훌륭한 수업시간이다. 새로운 전략과 전술이 오고가는 접전의 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프로게이머의 밑에는 하나씩의 문파가 있어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스승의 기술을 전수받을 수도 있다. 유명 게이머들은 여느 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팬클럽도 보유하고 있는데, 다른 팬클럽과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이 인터넷 카페 형태로 운영되며,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테란 종족으로 신의 경지에 이른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임요환의 경우, 팬클럽 회원 수가 7만명에 이를 정도. 이들 게이머들은 실력만큼이나 출중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어 이미 여학생들 사이에서 다른 연예인들을 제치고 인기 일순위에 올라 있다. 사이버 전사를 연상시키는, 저마다의 개성있는 유니폼도 화제에 오르기는 마찬가지.

게임중계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꼽으라면 단연 해설자의 재기발랄한 중계실력이다. 온게임넷이 만들어낸 세명의 스타급 해설자 김도형, 정일훈, 엄재경의 실력은 야구중계의 하일성을 능가한다는 평. 특히 동아방송과 인천방송 등에서 아나운서를 맡다 게임중계에 뛰어든 정일훈 캐스터의 물 흐르듯 유연한 진행과 인기만화 단행본인 <까꿍>의 스토리 작가를 하다 역시 게임계로 투신한 엄재경 해설위원의 ‘5% 오버하는’ 해설은 게임 관전을 더욱 흥미있게 이끈다. 미국 블리자드에서 개최한 세계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는 김도형 해설위원은, 비록 유려한 말솜씨는 아니더라도 전직 게이머답게 전략의 허점이나 관전 포인트 등을 날카롭게 짚어내기로 유명.

현재 게임중계 채널은 공중파와 케이블을 합쳐 7개 정도. 경인방송, 대교방송, 아리랑TV, GGTV, ghemTV, 온게임넷, geMBC 등이 있다. 리그와 구단들이 해체되는 와중에 그나마 고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채널은 온게임넷 정도다. 자체적으로 정규리그를 개최하고 리그마다 생생한 경기중계를 보내준다는 점 외에도 위에서 언급한 스타급 해설위원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쟁쟁한 실력과 인기를 자랑하는 유수의 게이머들을 두루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은 e-entertainment 산업으로서의 ‘게임방송 1년’의 의미를 되짚고자 하는 온게임넷의 의문과 결심이 서린 자리다.

심지현/ 객원기자 simssisi@dreamx.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