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변한다. 고통스러운 진리. 누군가는 말했다. 사랑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거라고. 그러나 사람없는 사랑도 있나? 사람이 변하면 사랑이 변하고 사랑이 변하면 사람이 변한다. 뜨거운 사랑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라고 위안해야 하나, 한 고비만 넘기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고 자신을 속여야 하나, 모든 것을 버리고 위태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나. <라스트 키스>는 그처럼 권태로운 사랑 앞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거를 하던 두 남녀에게 아기가 생겼다. 임신을 한 여자는 결혼식을 하고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어한다. 반대로 남자는 그런 여자가 부담스럽다. 그는 더이상 심장을 움직이지 않는 여자와의 관계가 못마땅하다. 그래서 그녀보다 젊은 여자를 만나기 시작한다. 결혼을 한 또 한 커플이 있다. 이들 사이에는 어린 아이가 있다. 여자는 삶에 치여 구질구질해지고 남자는 그런 일상에 진저리가 난다. 남자는 가정을 떠나 아프리카로의 여행을 꿈꾼다. 노년의 부부가 있다. 여자는 딸의 젊음을 질투하고 자신의 여성성이 사라지고 있음에 불안해한다. 남자는 그런 아내의 외로움을 이해하기는커녕 경멸한다.
<라스트 키스>는 주변에서 수도 없이 보았던 연인들의, 부부들의 일상을 그린다. 다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벌어진, 한때는 꿈만 같았던 사랑. 추억을 붙들고 일상의 밑바닥에서 안간힘을 쓰는 그들의 모습에 한숨이 나온다. 영화는 다양한 커플들의 현실을 통해 사랑도, 믿음도 시간 앞에서는 흔들리고 말 것이라는 나름의 진리를 꽤나 열심히 반복해서 전한다. 한 커플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할 것을, 영화는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상황의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 방식은 진부하고 결론은 동일하다. 완벽한 사랑, 완전한 행복은 없으므로 우리는 모두 적당히 참고 적당히 포기하고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적당히 지키며 그렇게 살고 있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인생이 다 그렇지 뭐, 라며 자기를 합리화하는 씁쓸한 해피엔딩, 쓸쓸한 내레이션. 이러한 삶의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 관객에게는 영화 속 인물들의 선택이나 삶의 에피소드들이 꽤 지루하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