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주변을 떠도는 유실물을 소재로 한 일본 호러무비. <박치기!>의 사와지리 에리카가 주연을 맡았다. 제작국인 일본보다 먼저 한국에서 첫 관객을 만난다.
고등학생 나나(사와지리 에리카)는 자신의 수험준비를 하는 외에도 입원한 어머니와 여동생 노리코를 모두 보살펴야 하는 한 집의 가장이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노리코 혼자 병원으로 보낸 날, 나나는 노리코한테서 ‘실종된 친구 타카시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는다. 전화는 끊기고 노리코와 연락이 닿지 않자 나나는 타카시의 집을 찾아간다. 노리코는 거기 없다. 대신 나나가 만난 것은 사람이 아닌 듯한 섬뜩한 아이. ‘돌려줘’라는 그의 뜻모를 말에 나나의 머릿속엔 타카시와 노리코가 주웠던 빨간 지하철 패스가 떠오른다. 유실물 센터의 기록을 통해 그 패스를 주웠던 이들이 모두 실종됐음을 발견한 나나. 동생을 찾으려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중, 주운 팔찌를 찬 뒤부터 귀신에 쫓기기 시작한 같은 반 동기 카나에(와카쓰키 지나쓰)와 마주친다.
<유실물>과 코드를 공유하는 공포영화들
<분홍신>/ 지하철을 떠도는 핑크빛 구두에 관한 이야기. 저도 모르게 구두에 끌리더라도 발목을 보존하려거든 신지 말지어다. 버려진 물건을 주운 자 죽게 된다는 설정이 <유실물>과 동일하다. 한데, 결국 뭐가 어찌 됐다는 거지? 구두에 귀신이 들렸다는 거야, 선재의 착란이라는 거야, 것도 아니면 저주라는 거야? 어물쩍 버무리고 넘어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가발>/ 물건에 깃든 혼이 소유자를 지배한다는 설정이 유사하다. 암 말기 환자인 수현(채민서)은 언니한테 가발을 선물받은 뒤 거짓말처럼 몸이 나아간다. 그런데 몸 상태뿐 아니라 정신의 상태까지 변해 언니의 남자친구를 유혹하려 드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알고 보니 그 가발에는 죽은 이의 혼이 들어 있었던 것인디.
<크립>/ 슬래셔무비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영화. 미국 남부 시골을 택하는 대신 지하철역을 배경으로 삼아 변형을 가했다. 지하철역은 늘상 드나드는 일상적 공간이지만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있다면 더없이 무서울 장소. 귀신을 봐도 이상할 것 없고, 살인마가 나타나도 할 도리가 없다. 열심히 뛰어다니며 출근객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