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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인류학
2001-09-06

해외 식문화 프로그램

<채널 F>에서는 꽤 많은 외국 식문화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진기한 요리나 요리사를 소개하는 <별난 세상, 별난 요리>나 분야별로 미국 전역의 유명한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있고, 제과나 다이어트 요리 등의 제조법을 소개하는 요리 프로그램도 있다. 심지어 잘 꾸며진 주방만을 소개하는 <뷰티플 키친>이란 프로도 있다. 하지만 이중 식문화 프로그램이 얼마나 다양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을 꼽으라면 단연 <닥터 브라운의 요리수첩>과 <퓨전 천국>이다.

<닥터 브라운의 요리수첩>은 미국 ‘푸드네트워크’(Food Network)에서 로 방송되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소개하고 만드는 사람은 전문 요리사가 아닌 영화제작자 알튼 브라운.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하나의 요리에 담긴 다양한 정보를 마치 인터넷 웹 페이지를 서핑하는 기분을 느끼도록 아기자기하게 배치한 점이다.

<닥터 브라운의 요리수첩>에서는 ‘이태리식…구이’나 ‘…소스를 얹은 …구이’식으로 구체적인 요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옥수수나 우유, 양배추 또는 잼 만들기 등 일상적인 주방의 기본 식품을 소개한다. 이런 넓은 분류에서 시작해 양배추의 종류, 좋은 양배추 고르는 법, 양배추의 역사, 양배추 삶는 법, 특이한 요리, 영양성분, 보관법 등이 자잘한 코너와 순간순간에 들어가는 브레이크 타임의 자막, 플래시 화면, 카메오 출연자를 통해 연속적으로 전개된다. 진행자 브라운은 이러한 다양한 정보들을 적절히 조정하면서 하나의 식품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인류학적 정보를 제공한다.

<닥터 브라운의 요리수첩>에 비하면 <퓨전 천국>은 훨씬 전통 요리 프로그램에 가깝다. 에미상까지 수상한 중국계 미국인 요리사 밍차이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요리사가 나와 그날의 요리를 소개하고 재료와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요리 프로그램과 별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라는 원제가 의미하듯 동서양의 요리를 접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볼거리로 제공된다. 한국의 김치가 프랑스식 샐러드와 어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일본 초밥이 미국식 수프와 어울리기도 한다. 알튼 브라운처럼 재기발랄하지는 않지만, 진행자 밍차이는 마치 친한 친구에게 음식을 차려주듯 가족사와 자신의 요리사 생활에서 겪었던 이야기, 동양의 특이한 요리와 조리법(미국 시청자를 위한 것이니까) 등 요리와 관련된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서글서글한 웃음과 함께 펼친다. 그리고 요리가 완성되면 이 음식에 맞는 포도주(고가가 아닌 적당한 가격의)를 추천해 또다른 팁을 제공한다. 딱딱한 표정으로 정해진 레시피를 마치 기계처럼 반복하는 무미건조한 우리네 요리 프로그램과 달리 식욕 돋우는 붉은 색조의 화면 속에서 흐뭇한 미소를 띠며 요리를 하는 밍차이는 요리의 과정 자체도 만들기 따라서 훌륭한 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