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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영화 <버팔로66>
2001-09-06

내 마음의 공허를 보여드립니다

Buffalo66 1998년, 감독 빈센트 갈로 출연 크리스티나 리치

9월6일(목) 낮 1시10분

“이 영화엔 관습적인 흔적이라곤 전혀 없다.” 아마도 어느 평자의 이같은 언급은 <버팔로66>에 대한 최고의 찬사가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영화엔 할리우드영화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일반적인 룰, 혹은 진부함은 거의 발견하기 힘들다. 로맨틱코미디의 기조를 지키되, 영화는 철저하게 한 남자의 허무맹랑한 방황을 추적한다. 빌리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버팔로팀이 게임에서 진 탓에 옥살이를 하게 되었다고 믿고 있다. 감옥에서 나온 빌리는 자신의 불행을 버팔로팀의 선수였던 스콧 탓으로 돌리고 그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부모에게 결혼했다고 거짓말을 한 빌리는 라일라를 협박해 집까지 동행할 것을 요구한다. 라일라는 강제로 끌려가는 와중에 빌리에게 싫지 않은 기분을 느낀다. 막상 빌리의 부모를 만난 라일라는 그의 부모와 친해지고, 빌리보다 더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라일라에게 연정을 느끼면서도 빌리는 복수를 향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버팔로66>을 만든 빈센트 갈로는 원래 배우 출신. <아리조나 드림>과 <좋은 친구들> 등의 영화에 출연한 바 있다. 빈센트 갈로는 <버팔로66>에서 현란한 스타일을 과시한다. 영화 중간에 뮤지컬을 갑자기 선보이기도 하고, 화면을 여러 조각으로 분열시키고, 영화의 시간마저 뒤죽박죽 순서를 어긋나게 해놓은 것. 이러한 기법적인 노력이 특별하게 실험적인 기운을 지닌 것은 아니다. 오로지 빌리라는 인물의 공허한 내면을 비추는 거울 노릇을 하고 있는 것. 라일라 역의 크리스티나 리치는 음악에 맞춰 탭댄스를 추는 등 영화에서 어둠의 요정 같은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빌리와 라일라, 두 캐릭터가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과정을 <버팔로66>은 부족하거나 넘침없이 화면에 정성스럽게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