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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변신은 무죄!
2001-09-06

<타임머신>을 비롯한 가이 피어스의 신작들

비단 호주 출신 배우들만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 눈에 띄는 호주 출신 배우들은 대부분 상당한 연기 변신을 보이는 중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뮤리엘의 결혼>에서 징글맞으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여자 뮤리엘을 연기했던 토니 콜렛일 것이다. <식스 센스>의 개봉을 즈음해서 이 코너를 통해 그녀의 변신에 대해 다룬 것도, 그러한 연기 변신에 대한 찬사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출세작과 성공작에서의 연기 변신에서 토니 콜렛만 이야기하면 서러워할 호주 출신의 배우가 한명 더 있으니, 바로 얼마 전 개봉한 <메멘토>에서 또 한번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가이 피어스다. 물론 그가 영국 출신이라고 우기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살 때 호주로 이민가 그곳에서 자랐고 <프리실라>에서 드랙퀸 펠리시아를 연기해 주목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는 분명 호주 출신 배우라고 할 수 있다.

<LA컨피덴셜>에서 호평받고 같이 출연한 러셀 크로와 함께 차세대 대표주자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던 그가, 한동안 가시권에서 사라졌다가 신인감독의 실험적인 작품을 통해 회생한 것은 일종의 인간승리라고 할 수 있다. 되도록 할리우드의 상업 시스템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려는 듯한 자세로 일관하며 <Woundings> <A Slipping Down Life> <Ravenous> 등의 소규모 영화에만 출연했고 그나마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에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메멘토>의 성공 이후, 그의 출연작 선정 기준은 많이 변했다. 일단 할리우드의 시스템에 어느 정도 적응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났는지,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메멘토> 이후 첫 번째로 그가 선보이게 될 작품은 이전에 그가 출연했던 작품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블록버스터 <타임머신>이다. <타임머신>은 애니메이션감독 출신으로 드림웍스에서 <이집트의 왕자>를 감독했던 사이먼 웰스가 메가폰을 잡고 올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만들고 있는 작품. 제레미 아이언스도 출연할 예정인 이 영화에서 가이 피어스는 H.G. 웰스의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알렉산더 하트데겐 박사를 연기해, 영화 속 시간여행을 주도하게 된다. 그가 이 영화를 통해 대형스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가 그의 팬들 사이에서 이미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중. 제작사인 드림웍스가 개봉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미국의 가장 큰 만화 관련 행사인 Comic-Con에서 영화를 위해 제작한 타임머신을 직접 선보이면서 동시에 특수효과를 담당한 스탠 윈스턴이 제작과정을 설명하는 행사까지 연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그 다음 그가 선보일 영화는 <워터 월드>의 캐빈 레이놀즈가 감독한 <몬테크리스토 백작>.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알렉상드르 뒤마의 고전을 영화화하는 이 작품에서 그는 아름다운 여인 메르세데스를 차지하기 위해 가장 친한 친구인 에드몬드 단테스에게 누명을 씌우는 페리난드 몬데고를 연기한다. 물론 소설에서처럼 마지막에 가서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변신한 에드몬드에게 처절히 복수를 당하는 것이 그의 역할. 비록 주인공 에드몬드 역을 <프리퀀시>에서 주인공 존을 연기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긴 짐 카비젤에게 빼았기기는 했지만, 매력적인 악역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일반적. 하지만 <워터 월드>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케빈 레이놀즈 감독이 얼마나 정신을 차릴 것인가에 따라 영화에 대한 평가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가이 피어스의 팬들을 걱정시키는 면이다. 개봉예정일은 2002년 2월6일.

이외에도 가이 피어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제작중이거나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는 더 있다. 우선 헬레나 본햄 카터와 함께 연기한 저예산영화 <인간의 목소리가 우리를 깨우리라>의 경우, <타임머신> 이전에 촬영을 완성한 호주영화다. 아직 개봉시기를 결정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영화에서, 가이 피어스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다가 사랑하게 된 여자친구 실비를 잃는 아픔을 가진 샘을 연기한다. 시간이 지나 자신의 고향인 빅토리아로 돌아온 샘이 실비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루비라는 여인을 만난다는 것이 주요 내용. 또다른 예정작은 현재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촬영이 한창인 호주영화 <Blood & Guts>다. 가이 피어스는 이 영화에서 감옥에 갇힌 은행털이범 삼형제 중 하나로, 감옥 안에서 안전하게 돈을 버는 방법을 고안해내는 역할을 연기한다. <프리실라>를 제작한 제작사의 작품답게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조된 이 작품은 아직 미국 배급사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2002년중으로는 개봉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보면, 가이 피어스는 <메멘토>를 기점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할리우드에서는 블록버스터에 집중하고, 동시에 호주의 소규모 영화에도 지속적으로 출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생긴 자신감을 무기로, 양쪽을 오가는 일종의 모험을 하고 있는 셈. 그러나 대부분의 팬들, 특히 호주의 팬들은 이런 모험이 무리라고 판단하지는 않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다른 호주 출신배우들이 완벽하게 할리우드 시스템에 빠져들었던 것과는 달리 그는 호주영화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첨병 역할을 계속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눈치다. 그런 의미에서 가이 피어스가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과 그의 행보는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메멘토> 공식 홈페이지 http://www.otnemem.com/

<타임머신> 공식 홈페이지 http://www.countingdown.com/timemachine/

<몬테크리스토 백작> 홈페이지http://www.countingdown.com/movies/montecristo/

가이 피어스 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guypearceonline/home.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