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기획리포트
<씨네21>이 뽑은 이달의 단편 5. <꿈도깨비>
이종도 2006-08-09

절지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아이의 꿈

아이가 꿈을 꾼다. 나무 위에 올라타 앉은 고양이의 눈, 벽지의 코끼리, 숲의 늑대가 아이의 꿈속으로 쳐들어온다. 아이는 침대 밑으로 떨어져 까마득하게 추락한다. 거기엔 무서운 맹수들의 눈동자와 무서운 신음소리가 있다. 그러나 신화에서 악몽을 잡아먹는다는 동물 맥이 외발자전거를 타고 나타나 아이에게 하프를 뜯어주고 악몽을 물리칠 별을 선물해준다. 이영석의 2006년 영상원 예술사 졸업작품이기도 한 <꿈도깨비>는 북유럽 동화책을 보는 듯한 환상적인 푸른 톤과 손으로 만져질 듯한 질감이 돋보이는 절지(컷아웃)애니메이션이다. 컷아웃애니메이션은 팔, 다리, 몸통으로 이루어진 종이 캐릭터의 관절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한 프레임씩 스톱모션 카메라로 찍는 애니메이션. <꿈도깨비>는 ‘악몽에 시달리던 아이가 뒤늦게 나타난 부모의 사랑으로 다시 행복하게 잠들었습니다’ 같은 익숙한 이야기를 배반한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아이는 자신의 꿈속에 사는 상상의 동물 맥(개미핥기를 닮은 동물로 남미와 동남아 등지에서 서식한다)을 불러 악몽을 이겨낸다.

이영석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다가 그림과 애니메이션에 대한 갈증으로 영상원 애니메이션과에 뒤늦게 들어갔다. 부모님에게는 따로 말하지 않고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런 좋은 학교가 있다더라’고 꾸준히 홍보 및 ‘세뇌’를 하여 부모님을 결국 설득했고 학교 시험에 붙었다. 영화 속 아이가 악몽을 혼자서 이겨내듯이, 이영석도 경제적인 악몽을 혼자 힘으로 이겨냈다. 영진위 대학생 창작 지원금으로 250만원을 받아 <꿈도깨비>를 제작했다. 상금으로 받을 100만원의 용도도 벌써 정해두었다. 스페인 애니마드리드, 캐나다 오타와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이 작품을 경쟁부문에 초대했다. 영진위에서 지원하는 경비 외에 추가로 더 들 경비로 쓸 참이다. 우연히 같은 택시에 탔다가 인연이 된 영화의 음악감독 배미경씨와 함께 가서 견문을 넓힐 생각이다.

<꿈도깨비>는 어두침침하고 서늘한 숲과 노란 가로등이 빚어내는 서정적인 빛의 톤이 북유럽 화풍을 연상케 한다. 이영석은 러시아 애니메이션 거장인 유리 놀슈테인이나 샤갈을 유달리 좋아한다고 했다. <안개 속의 고슴도치> <이야기 중의 이야기>는 특히 많은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고. “절지애니메이션은 동작이 딱딱해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 질감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가가 원하는 아트워크를 전달할 수 있어 좋다. 그의 영향이 컸다.” 북유럽의 ‘시린’ 느낌과 색채를 좋아한다는 이씨는 차가우면서도 묘한 푸른 계열을 많이 썼다고 했다. 부모를 등장시키지 않은 색다른 결말에 대한 그의 설명. “밤의 이중성을 말하고 싶었다. 밤이 무섭기도 하지만 밤의 아름답고 긍정적인 측면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맥도 악몽도 아이의 내면에서 나오는 건데, 아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것도 자기의 힘에서 오는 거다.”

입시학원에서 애니메이션을 가르치고 프리랜서로 일러스트 일을 하면서 이씨는 꿈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내딛고 있다.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자기 이야기를 펼치고 싶은 게 이씨의 꿈이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그림책으로도 만든다는 계획인데 영상언어와 활자서사를 다 해보고 싶은 것이다.

2006 상상마당 단편영화 상시출품

아마추어 영화작가 발굴을 위해 KT&G가 마련한 ‘2006 상상마당 단편영화 상시출품’ 6월 우수작이 발표됐다. 6월 한달 동안 KT&G 상상마당 온라인 상영관(www.sangsangmadang.com)에 출품된 45편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 결과, 김민섭 감독의 <나는 왜 눈이 마주친 모든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가…>, 이영석 감독의 <꿈도깨비>, 최병환 감독의 <해우소>, 세편이 우수작으로 뽑혔다. 이들에게는 창작지원금 100만원이 각각 수여된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