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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색깔 공포무지개가 떴다!
2001-09-07

상영작 소개

영국의 해머영화사는 50년대 검열제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고어와 섹스를 미끼로 내건 공포영화를 양산하며 유행을 만들어냈다. 이번 영국 해머공포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모두 7편. 70년대 정점에 올랐던 ‘해머 스타일’의 전모를 훑어볼 수 있는 대표작들이 선정됐다.

<쿼터매스 익스피리먼트>(Quatermass Xperiment, 감독 발 게스트, 1955)는 50년대 유행했던 ‘외계의 공포’를 다룬 SF공포물이다. 실험을 위해 발사된 우주선에서 알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두명의 승무원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승무원은 신체가 변형되고 살인을 저지른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괴물이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은 것은, <쿼터매스 익스피리먼트>의 큰 약점.

이번 해머영화제에서는 ‘해머 스타일’을 만든 대표주자 테렌스 피셔의 대표작 <프랑켄슈타인의 저주>(Curse of Frankenstein, 1957), <드라큐라>(The Horror of Dracula, 1958), <늑대인간의 저주>(Curse of the Werewolf, 1961)를 만날 수 있다. 1904년생인 테렌스 피셔는 48년에 감독 데뷔를 한 뒤 52년에 해머프로덕션과 만났다.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를 각색한 듯한 <Four-Sided Triangle> 등 주로 스릴러영화를 만들던 테렌스 피셔는 <프랑켄슈타인의 저주>로 돌파구를 열었다. 해머의 사장 제임스 카레라스는 유니버설의 카를로프 원전을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하고 피셔에게도 제임스 웨일의 원작을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저작권을 지닌 유니버설에 책잡히지 않기 위한 안전한 선택이었다. 시나리오 작가인 지미 생스터는 어두운 유머를 곳곳에 집어넣었지만, 테렌스 피셔의 생각은 달랐다. 피셔는 배우들에게 직선적으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프랑켄슈타인의 저주>는 우울한 공포영화가 되었다. 처음 계획대로 흑백으로 찍었다면 더욱 음산했을 것이다. 그러나 테렌스 피셔는 색깔로 긴장감을 자아내고, 불안감을 주기를 원했다. 테렌스 피셔의 미술감독인 버나드 로빈슨은 박사의 실험실을 풍부한 빨강과 선명한 청색으로 꾸몄다. 시각장애자 노인이 죽어가는 광경 등 실외장면에서도 짙은 색깔을 이용하여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프랑켄슈타인의 저주>는 해머 스타일, 즉 피셔 스타일의 전범이 되었다. 그리고 박사 역의 피터 커싱과 괴물 역의 크리스토퍼 리는 해머영화사의 ‘스타’로 성장한다. <프랑켄슈타인의 저주>의 성공으로 해머영화사는 수많은 속편을 양산했고, 테렌스 피셔도 <프랑켄슈타인 여자를 창조하다> <프랑켄슈타인의 복수> <프랑켄슈타인은 죽어야 한다> 등을 감독했다. 이후 테렌스 피셔는 공포영화의 주요 캐릭터들을 차례로 활용하며 공포영화 ‘전문’감독으로 자리잡았다. 58년작 <드라큐라>는 현대 공포영화의 전범을 만든 것으로 평가되며 해머와 피셔의 명성을 전세계로 확산시켰다. <늑대인간의 저주>는 피셔의 전작들에 비해 로맨틱한 정서가 부각되었고, 최고의 늑대인간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 밖에도 피셔는 <미이라> <오페라의 유령> 등을 만들었다.

70년대의 해머영화는 섹스와 고어를 더욱 전면에 배치한다. 여성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카밀라>를 각색한 <뱀파이어 연인들>(Vampire Lovers, 감독 로이드 워드 베이커, 1970)은 동성애적인 코드를 강하게 깔고 있다. <버진 뱀파이어>(Twins of Evil, 감독 존 휴, 1971)와 <뱀파이어 서커스>(Vampire Circus, 감독 로버트 영, 1972)는 70년대 해머영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버진 뱀파이어>는 뱀파이어들을 찾아내 화형시키는 종교지도자 바일의 쌍둥이 조카딸 프리다와 마리아가 찾아오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프리다는 마을을 지배하는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고, 경직된 바일과 대립한다. <뱀파이어 서커스>는 마을 사람들 때문에 죽어간 뱀파이어의 저주에서 시작된다. “너희들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마을도 사라질 것이다. 너희 아이들은 나의 생명을 되살리기 위해 죽어갈 것이다.” 15년 뒤 마을에는 ‘밤의 서커스’를 펼치는 무리가 찾아와 공연을 한다. 그리고 저주가 이루어진다. 환상적인 설정과 잔인한 장면들이 조화를 이루는 ‘현대적인’ 공포영화다.

김봉석 기자 lotu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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