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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통신] TV 애니메이션 <사무라이 잭>, 새로운 명작 예감
2001-09-12

미국 TV애니메이션에 새로운 히어로가 만들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인공은 <사무라이 잭>.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채널 <카툰네트워크>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한 뒤 겨우 네편의 에피소드가 방영됐지만, 시청자와 언론의 열광적인 반응은 벌써 이 시리즈를 ‘명작’의 전당에 올려놓을 기세다.

제목만 얼핏 들어서는 일본 수입품 같지만 <사무라이 잭>은 순수 미국만화. 모스크바 태생으로 7살 때 이민온 겐디 타르타코프스키의 연출작이다. 그는 이미 <덱스터의 실험실> 및 <파워 퍼프걸> 등 <카툰네트워크>의 빅 히트작으로 명성이 높다.

주인공 사무라이 잭은 아버지를 죽인 마귀 아쿠의 복수를 위해 세계곳곳을 헤매며 전사로서의 훈련을 받은 뒤 마귀의 저주로 미래의 세계로 보내진다. 중세의 일본땅에서 출발해 로켓 자동차로 가득한 미래의 고속도로에 이르는 시공을 초월하며, 그는 갖가지 모습으로 변신하는 아쿠와 끝없는 싸움을 벌이게 된다.

8월10일부터 90분짜리 시사용이 5회 연속으로 방영되면서 1150만 시청자의 눈길을 모아 심상치 않게 출발한 이 시리즈에 언론은 완전히 흥분하고 있다. 는 “TV카툰의 모든 관습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작품”으로 평가했고 는 “드라마에 <소프라노스>가 있다면 카툰에는 <사무라이 잭>이 있다”며 “최근 디즈니 만화영화 6개를 합한 것보다 더한 아이디어가 이 한편에 농축돼 있다”는 찬사를 바쳤다.

열광의 근거는 <사무라이 잭>이 TV만화에서 보기 드문 야심적인 스타일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90분짜리 시사용에서 어린 잭이 마귀에 의해 아버지와 헤어지는 장면과 잭이 전세계의 전사들로부터 훈련을 받는 장면 등에서 9분이 넘는 침묵의 시퀀스를 두번이나 선보인 이 시리즈는 30분짜리 정규 에피소드에서도 대사분량이 총 2분을 넘지 않는다.

대신 이 만화는 비장미가 넘치는 음악과 각종 영화적 기법으로 무장한 비주얼로 스토리를 전달한다. 화면을 둘 혹은 셋으로 분할해서 각각 다른 각도 및 다른 시간의 액션을 보여준다든지, 전투 훈련장면의 다양한 몽타주 시퀀스나 레터박스 화면을 시도한다든지 하는 것이 대표적인 것들.

올드 UPA 스튜디오식으로 불리는 작화법 역시 특징이 있다. 각 캐릭터들을 비롯해 배경화면이 모두 각진 모습인데, 캐릭터들은 잉크라인이 보이지 않도록 처리하고 백그라운드도 입체감을 완전히 없앤 평면적인 모습으로 그려넣고, 조명의 대비를 뚜렷이 해 표현주의적인 분위기가 살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

어린 시절 미국에 온 이후로 줄곧 사무라이에 심취했다는 감독 타르타코프스키는 어린이들이 이런 실험적인 만화에 심취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에 대해 “어린이들이 생각보다 많은 걸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똑똑한 것들을 만들어 보여주지 않았다”며 시종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소녀 영웅 <파워 퍼프 걸> 시리즈에 이어 정반대로 조용한 슈퍼히어로를 탄생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사무라이 잭>은 10월에는 일본 TV 에까지 진출, ‘미국산 사무라이’의 진가를 본토에서 평가받을 예정이다.

LA=이윤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