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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DVD는 가라, 차세대 블루레이 디스크가 왔으니
김수경 2006-10-11

9월1일 국내 첫 출시, 대용량과 고화질 무기로 시장 공략

블루레이가 왔다. 소니픽쳐스홈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홈)는 9월1일, 블루레이 타이틀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지난 6월 처음으로 블루레이 타이틀을 발매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타이틀 출시 직후 세계 최초로 블루레이 플레이어 BD-P1000을 선보였고, 8월22일에는 국내에도 출시했다. 소니홈은 이번에 <울트라 바이올렛> <트리플X> <스텔스> <특수기동대 S.W.A.T.> <Mr.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첫키스만 50번째> <블루 스톰> 등 총 7개 타이틀을 발매했고, 2007년 상반기에는 40종이 넘는 타이틀을 쏟아낼 예정이다.

DVD와 동일한 모양인 블루레이 디스크의 장점은 다양하다. 일반 DVD의 10배, 듀얼레이어를 감안해도 5배가 넘는 50GB의 용량. 기존 TV시리즈를 단 한장의 블루레이에 담을 수 있다. TDK를 비롯한 디스크 개발사들에 따르면, 조만간 200GB 용량의 블루레이 디스크 출시도 머지않았다. 둘째는 내구성. 하드코팅을 통해 기존 DVD의 스크래치가 대부분 차단 가능하고 디스크의 튐 현상이나 이미지의 어그러짐 같은 고장도 미연에 방지했다. 셋째는 사용자 메뉴의 강화다. 화면 정지나 페이지 전환없이 사용자 메뉴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타이틀 조작의 편리와 부가메뉴 사용을 극대화한 것. 넷째는 지역코드의 변화다. 블루레이에서는 한국은 미국, 일본과 같은 1번 코드에 속한다. 국내 관객이 가장 선호하는 두 국가와의 코드 장벽이 무너지면서 불법적인 코드 프리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한국영화 판권을 다수 구입한 일본에서 한국영화 블루레이 DVD가 먼저 발매되고 병행수입될 공산도 높아졌다. 이미 HD소스로 만든 <올드보이> DVD가 일본에서 발매된 바 있다. 무엇보다 일반 DVD보다 두배 넘게 선명한 1080프로그레시브(순차주사)방식 풀HD의 화질과 압축없는 원래 음질을 제공하는 질적 요소가 블루레이를 주목하게 한다.

부가판권 시장의 새로운 시도를 유도하는 촉매제

그렇다면 블루레이는 무너진 한국 부가판권 시장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아직은 미지수다. 소니홈 구창모 상무는 “블루레이 자체에만 기대를 거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블루레이가 풀HD로 영화를 보는 문화의 확산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400만원을 호가하는 풀HDTV를 팔기 위해서 국내 가전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DVD가 처음 보급되던 시기와는 판이한 행보다. 사람들의 눈높이가 풀HD에 익숙해지면, 공중파와 케이블도 그렇게 변한다. 마찬가지로 DVD 중심의 패키지 미디어도 그런 화질을 요구하는 유저층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블루레이를 필두로 홈미디어 시장 전체가 풀HD 환경으로 나아간다는 예측이다. 업계의 관측으로는 “5년 뒤 풀HDTV는 500만대 정도 보급될 것”이라고 한다. 국내 1400만 가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 풀HD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CD, LD, DVD, 홈시어터가 그랬듯이 블루레이를 얼리어댑터와 수집광들이 선점할 것이다. 구 상무는 “소수지만 신뢰도 높은 소장문화와 유저층이 블루레이를 통해 오랫동안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블루레이 타이틀이 시장에 안착하는 기간을 3년 정도로 예상한다. 참고로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된 DVD 타이틀이 안정화되는 데 5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블루레이는 부가판권 시장에 새로운 시도를 유도하는 촉매가 될 수는 있다. 이미 디지털케이블과 위성을 통해 HD방송은 보편화됐고, 풀HDTV 및 디지털 셋톱박스의 보급 속도와 IPTV의 도입 시기에 따라 추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화질과 음질에 시청자가 만족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그들이 새로운 패키지 미디어를 찾아나설 때, 블루레이 타이틀의 보급이 원활해지고 영화사들은 렌털 중심의 현재 부가판권 구조를 탈피하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할 가능성이 생겨난다. 최근 <왕의 남자>의 공중파 판권을 SBS가 20억원 중반 가격으로 구입해 화제가 됐다. 창사기념으로 방영하기 위해 약간의 홀드백을 어기는 조건을 양해하며 얻어낸 계약이다. 만약 지속적으로 VHS 혹은 DVD 시장의 금액을 상회하는 이익이 다른 윈도에서 생긴다면 영화사나 투자·배급사에서도 기존 홀드백이나 부가판권 판매방식을 고집하기는 어렵다. 공중파와 케이블을 중심으로 HD소스에 대한 요구가 잦아진 가운데 블루레이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엿보이고 있다. 현재 블루레이 디스크를 만드는 데 가장 큰 비용이 드는 과정은 오소링이다. TV방영을 위해 HD 오소링을 하는 현 추세를 감안하면 그것은 향후 영화의 부가판권 분야를 위한 필수적인 비용으로 인식될 수 있다.

고가·불법 다운로드 문제 등이 선결과제

장애물이 없지는 않다. 미국에서 처음 블루레이 타이틀이 발표됐을 때, 업계에서는 오히려 경쟁자 HD DVD의 손을 들어줬다. 이유는 블루레이가 MPEG2 방식으로 영상을 압축했고, 원래 용량 50GB에 미치지 못하는 25GB 싱글레이어 버전이었기 때문이다. 구 상무는 “11월14일에 출시되는 <블랙 호크 다운> 블루레이 타이틀이 이러한 우려를 해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어의 비싼 가격도 아직은 문제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BD-P1000의 가격은 무려 130만원, 미국 출시가도 1천달러다. 반대로 도시바가 내놓은 HD DVD플레이어는 499달러에 불과하다. 소니가 향후 출시할 플레이스테이션3의 가격을 600달러로 책정한 것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PS3의 본격적인 보급이 시작되면 블루레이 플레이어의 가격도 적정한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다. 대부분의 영화가 50∼60%의 수익을 DVD에서 올리는 할리우드와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홈비디오 시장이 붕괴된 한국시장의 상황 차도 작용한다. 소니홈은 미국 본사와 동일한 가격정책(3만9천원, 2만6400원)을 펼치지만 소비자들은 “아직은 너무 비싸다”고 인식한다. 구 상무는 “한국 사람들은 신기술에 민감하다. 고급화된 콘텐츠를 적정한 가격으로 기꺼이 구입하는 유저층은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블루레이, 합법적 다운로드, IPTV의 시범단계가 맞물리면서 국내 영화 부가판권 시장은 새로운 갈림길에 놓였다. 물론 선결과제는 불법 다운로드 문제다. 부가판권 관련 종사자들은 대부분 “특히 외화는 개봉 시기가 달라서, 먼저 보겠다는 욕심과 공짜라는 이유 때문에 불법 다운로드를 한다. 정부에서 법적 구조를 확보하고 상황이 정상화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1500∼2천원 내고 집에서 영화 보는 일에 거부감을 가질 소비자들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라고 입을 모은다. 구 상무는 “저작권 침해가 두려워 인터넷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는 잘못도 있다. 워너가 다운로드 사업을 시작하고, 케이블이 월 가입비를 현실화하고, 셋톱을 디지털로 바꾸는 현 시점에서 확실한 과금체계와 수익분배만 형성된다면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최고 히트작 <킹콩>이 DVD와 VHS로 벌어들인 금액이 10억원이다. 주문형 VOD의 과금방식이라면 100만명만 접속하면 그 매출이 나온다”며 부가판권 시장의 방향 전환을 점쳤다. 블루레이가 나오더라도 과거 VHS가 부가판권 시장을 지배했던 그 시절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블루레이가 HD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내 안방극장의 첨병이 된다면,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블루레이 vs HD DVD

국내시장에선 일단 블루레이 승!

블루레이 디스크와 차세대 미디어포맷의 왕좌를 두고 격돌한 상대는 HD DVD다. 소니의 블루레이보다 저렴한 하드웨어 가격과 절반 수준의 25GB 용량으로 무장한 HD DVD는 도시바를 주축으로 개발됐다. 카세트와 8트랙 테이프, 베타맥스와 VHS의 대결을 이어가는 두 포맷의 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막을 내릴까. 그러나 국내 DVD 플레이어 메이커의 양대산맥 삼성과 LG가 이미 블루레이 진영에 속한 사실을 고려하면 HD DVD가 블루레이와 국내에서 대등한 경쟁을 벌이기는 힘겨울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버설을 제외한 모든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가 블루레이 진영에 속한 점도 HD DVD의 약점이다. 워너와 파라마운트는 양 진영에 발을 걸치며 눈치를 보는 중이다. 특히 워너는 최근 일반 DVD, HD DVD, 블루레이 포맷을 모두 담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 디스크를 개발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블루레이와 HD DVD의 우열을 결정하는 분수령은 콘솔 게임기에 달려 있다. 두번의 출시 연기 때문에 비난을 샀지만 내년에 플레이스테이션3가 등장하면 블루레이의 우위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지도와 유저층에서 우위에 선 PS3는 가격에서도 엑스박스보다 저렴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시장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3의 절대적인 우위가 점쳐진다. 오는 11월 초 워너가 <슈퍼맨 리턴즈>를 블루레이와 HD DVD 버전으로 각각 발매하면 시장의 판세는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