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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상반기 ‘빅3’ 프로젝트│<궁S> 현장에서 듣는다

<궁S>의 황인뢰 감독 인터뷰

: 현재 <궁S> 촬영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황인뢰 : 6회 분량의 대본이 나와 있고 5회까지의 야외 촬영은 거의 다 끝난 상태다. 크리스마스 날까지 찍었더니 배우들이 “정말 오늘도 찍는 거예요?”라며 안 믿으려고 하더라(웃음). 1월 10일 방송 전까지 5회분 촬영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야외는 이후(세븐)가 살던 동네인 인천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황실 아카데미 ‘수학원’으로 등장하는 메이필드 호텔과 헤이리에 있는 문화공간 아티누스에서 주로 찍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MBC 세트에는 이후가 사는 중국집과 궁중 견습나인 양순의(허이재)의 자취집이 있고 화성에 <> 세트의 2배 정도 되는 1천 평 규모의 궁 내부 세트를 새로 지었다. 디자인부터 완공까지 서둘러서 3개월 정도가 걸렸는데 여황제와 황태후의 처소, 권력자인 이준 아버지의 처소, 수학원 등이 들어간다. 지금은 마지막으로 소도구들을 배치하는 중이다.

: 세트 규모가 커졌다면 제작비와 미술비도 함께 늘어났을 것 같은데. 황인뢰 : 제작비 전체 규모가 늘기도 했고, 미술비는 <>의 두 배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일반 현대물의 경우 전체 제작비에서 미술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분의 1이나 그 이하인데 <궁S>의 경우는 3분의 1가량 될 것 같다. 민언옥 미술감독은 이번에도 하고 싶었던 걸 다 하지는 못했다고 하는데, 그냥 소품이 모자라서 고생하지 않을 정도는 되는 것 같다(웃음). 의상의 경우 한복은 이영희, 양장은 지춘희 디자이너가 맡아서 상궁이나 나인들 의상도 다 새로 디자인했는데 조명을 받으면 더 예쁘게 보인다.

“완전히 새로 쓰면서 스토리텔링에 더 집중했다”

: <궁S>에서는 궁 실내 세트 외에도 차이나타운을 비롯해 다양한 외부 공간이 등장하는 것 같다. 황인뢰 : <궁S>에서는 차이나타운과 중국집이라는 공간은 궁과 다른 일반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의미로 접근했다. 사실 젊은애들 사랑 얘기니까 극중 배경을 가을 정도로 두고 녹색 잎사귀나 단풍 같은 게 있는 외경을 좀더 살려서 예쁘게 찍고 싶었는데 좋은 계절을 많이 놓치는 바람에 살풍경한 겨울 나무 같은 건 최소화해서, 앵글 범위도 일부러 좁혀서 찍고 있다.

: <궁S>를 준비하면서 가장 무게를 두고 보완하거나 강화한 점이 있다면. 황인뢰 : 몇 달 동안 대본 준비한 걸 막바지에 다 엎어버리고 새로 쓰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설정의 참신함과 캐릭터의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 스토리텔링에 크게 신경을 썼다. 멜로 라인도 물론 들어가지만 주인공이 남자이다 보니 무술 코드 같은 걸 더 집어넣었고, <삼총사>의 달타냥처럼 궁 안에 들어가 좌충우돌하는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한다.

견습나인 ‘양순의’ 역을 맡은 허이재의 자취집 장면. 신인배우들을 지도하는 황인뢰 감독은 현장에서만큼은 ‘호랑이 선생님’이 된다.

: 세븐, 허이재 등 주연 배우 대부분이 연기 신인이라 다소 위험 부담이 있어 보였는데 함께 작업하기에는 어떤지. 황인뢰 : 아직은 초반이니까 그중에선 가장 많은 양을 촬영한 세븐 한 명 정도가 적응한 것 같다. 계속 촬영을 하다 보니 분위기에 적응도 잘 하고 스탭들과도 친해졌다. 세븐은 감각이 예민한 편이라 저쪽에서 장난치고 있는 것 같다가도 내가 혼잣말하는 것까지 알아듣고 바로바로 알아서 한다. 강두는 가수 활동 때와 시트콤에서의 가벼운 이미지가 있지만 <한뼘 드라마>를 하면서 의외로 차분하고 남자다운 데가 있다는 걸 느껴서 캐스팅했는데, 내가 본 그런 면이 화면에서 빛나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연기하는 사람들은 서툴더라도 감독이 자기에 대한 확신과 애정을 보여주면 흉내라도 낼 수 있게 되니까. 아마 방송 시작하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다들 자기도 모르는 능력이 많이 나올 거다.

“<>과 <궁S>를 하다 보니 <호랑이 선생님>을 할 때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귀족가문의 딸 역을 맡은 박신혜는 초반부터 수준급의 펜싱과 골프 실력을 선보일 예정

: 배우들이 <궁S>를 통해서 연기 외에도 여러 가지 스포츠를 배우고 있다던데. 황인뢰 : 세종대왕 때 황족이나 귀족 자제들이 다니도록 만든 ‘종학’이라는 교육기관이 대한제국 때부터 ‘수학원’이라고 불리우기 시작했는데 학생 수도 몇십 명밖에 안 되는, 말 그대로 ‘로얄 아카데미’다. 일반 학교와는 달리 인문학이나 인류학 같은 것도 배우지만 역동적인 화면을 보여주는 데는 스포츠가 가장 좋기 때문에 승마, 펜싱, 궁중무술, 골프, 격방(골프나 하키처럼 막대기로 공을 치며 하는 전통경기) 등을 다양하게 등장시키기로 했다.

: 전체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가장 중요한 갈등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황인뢰 : 주인공 네 사람의 로맨스가 진행되는 동시에 이후와 이준은 둘 중에 누가 황태제가 되느냐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황태제가 되려면 황제의 뜻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황실 전범에 의해 종친회와 황실 정무회의라고 이름 붙인, 상원의장과 내각 총리 등이 포함된 열 명 정도의 구성원으로부터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이준의 아버지는 자기 아들을 황태제로 올리려고 하면서 이후를 지지하는 여황제와 대립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후와 이준의 경쟁뿐 아니라 여황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난관을 뚫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 이번에도 HD 카메라(소니 HDW-F900)로 촬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16:9 비율로 방영하는 것도 그대로인가. 황인뢰 : 레터박스 때문에 시청률을 손해 본다는 속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증명된 바는 없다. 사실 사람들 눈에 익기만 하면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고, <궁S>를 통해 16:9의 화면비율에 맞게 공들여 채운 공간을 보는 즐거움을 주고 싶다. 사실 전체 톤을 잡는 컬러 콜렉션 작업을 비롯한 후반작업이 꼭 필요한데 시간에 좀 쫓길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을 들이면 들인 만큼 화면이 좋아지기 때문에 끝까지 욕심을 내려고 한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박화진 촬영감독(맨 왼쪽)

황인뢰 감독과 상의 중인 박창우 조명감독

: 혹시 해외 로케이션도 예정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황인뢰 : 다양한 화면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염두에는 두고 있다. 시간에 쫓기고 있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난번에도 짧은 시간이나마 들여 마카오 촬영을 강행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다.

: 연출자로서 <>과 <궁S>라는 작품에 대해 갖는 애착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끼나. 황인뢰 : 예전에 내가 하던 작업들은 굳이 분류하자면 성인 취향으로 차분하고 가라앉아 있는 작품들이었다. 그런데 <>과 <궁S>를 연출하다 보니까 연출 초반 <호랑이 선생님>을 하던 때로 돌아간 것처럼 나 자신에게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는 걸 느낀다. 그리고 작품을 놓고 본다면, 한동안 한국 드라마들이 숨이 턱에 차도록 시간에 쫓기며 작업하다 보니 여러모로 조악하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것들을 좀 더 잘해보고 싶었다. 보여지는 것만큼 발전하는 거니까, 뭔가 잘되면 누군가가 따라서 시도하는 추세도 점점 눈에 띄어서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