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Enjoy TV > TV 가이드
예술로 할까, 오락으로 할까?
2001-09-26

[추석영화] 방콕파를 위한 영화 릴레이 (1)

사이더 하우스

Cider House Rules 1999년,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샤를리스 테론 <HBO> 9월28일(금) 밤 10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외국소설을 보면 이런 멋진 구절이 나온다.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미친 짓은 사랑이야.” 영화 <사이더 하우스>를 보면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첨언해야 할 것 같다. 그 사랑엔 늘 냉혹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라고. 영화에서 라치 선생은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 낙태수술을 해주곤 한다. 버려진 아이들도 이곳으로 흘러들어오는 일이 잦다. 호머 역시 고아인데, 입양에 실패하자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생활한다. 라치 선생에게 의술을 배운 호머는 이따금 환자들을 돌보기도 한다. 그러던 중 임신중절을 하러 온 캔디와 윌리 커플을 무작정 따라나선다. 호머는 사과농장에서 일하면서 캔디와 사랑에 빠진다. <사이더 하우스>에 대한 해외 평단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화제에 오른 건 주로 영화 속 낙태문제였고, 호평은 대부분 존 어빙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쪽으로 향했다. <사이더 하우스>는 무난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다. 배우들 연기에서 시나리오, 그리고 연출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한 청년의 첫 번째 사랑을 통해서, 그 사랑이 가져오는 ‘희생’에 대해 논하고 있다. 호머는 윌리가 전쟁에 나간 틈에 캔디와 사랑을 나누고, 광적으로 딸에게 집착하던 한 아버지는 딸을 임신시키는 죄를 범하고 만다. 1970년대에 스웨덴 출신 그룹 아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바 있으며 장편영화 <개같은 내인생>(1985)과 <길버트 그레이프>(1993) 등을 만든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가족의 화합, 아이의 성장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고아원을 떠났던 호머는 결국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지만 그는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져 있다. 한번의 사랑을 통해, 사랑의 광기를 통해 그는 눈에 보이지 않은 성장의 대가를 치른 것이다.강원도의 힘

1997년, 감독 홍상수 출연 백종학 <MBC> 9월29일(토) 오전 1시45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이은 홍상수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장편 데뷔작의 성취에 비해, 차기작은 조금 기운이 빠진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감독의 주제의식이나 스타일에 관한 일관성은 인정받았다. <강원도의 힘>은 어느 남녀의 엇갈린 시간과 공간을 다룬 영화다. 30대 초반의 대학강사 상권은 자신의 제자였던 지숙과 사랑하는 사이. 하지만 상권이 이미 부인이 있는 탓에 둘은 관계를 정리한다. 강원도를 찾은 지숙은 약수터와 절을 방문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한편, 교수 임용에 도움을 받기 위해 상권은 먼저 자리잡은 후배를 만난다. 후배는 강원도 여행을 제안하고 둘은 설악산과 항구 등을 돌아다닌다. 상권과 후배는 길에서 한 여자와 마주치고 뭔가 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우연한 사고소식을 접한 뒤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강원도의 힘>은 <돼지가 우물의 빠진 날>의 후속작이자 일종의 ‘변형’이라고 할 만하다.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리멸렬하고 파편적인 삶”에 관한 묘사가 변함없이 작품에 스며 있는 거다. 영화의 구조는 의미심장하다. 첫 번째 파트에선 여성 시점에서 강원도 여행이 전개되고, 그 대구를 이루듯 두 번째 부분에선 엇비슷한 곳을 여행하는 남성이 등장한다. 둘은 영화의 말미에서 잠시 만나게 되지만 그리 행복한 결말을 만들지는 못한다. <강원도의 힘>은 디테일의 힘이 강력한 영화다. 한때 연인이었던 사람들의 낙서, 그들의 공통적인 취미, 그리고 같은 지점을 맴도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내면적으로 닫혀 있는 인물 군상의 만남과 헤어짐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에 관한 자의식과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형식에 관한 관심은 홍상수 감독에게 ‘모더니스트’의 호칭을 붙이는 것을 온당한 일로 만든다.U571

U-571 2000년, 감독 조너선 모스토 출연 매튜 매커너헤이 <SBS> 9월30일(일) 밤 10시50분 최근 할리우드의 남성적인 장르영화 중에서 눈에 띄는 수작이 줄어든 게 사실. 전쟁이나 액션영화 가운데서 주목할 만한 영화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U571>은 오랜만에 만난 전쟁영화의 수작이라고 할 만하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논하자면, <U571>은 장르영화로선 합격점에 미달하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플롯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캐릭터들도 그리 개성 넘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U571>은 영화를 보는 사람이 바짝 긴장하게 되는 ‘무엇’이 있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생존을 위해 소수의 목숨까지 내걸어야 하는 긴박감이 화면에 배어 있는 것이다. 지휘경험이 전무한 상급자는 전쟁의 냉혹한 현실을 몸소 체득하기에 이른다. 조너선 모스토 감독은 전작 <브레이크 다운>으로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눈도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르영화를 잘 빚어내는 솜씨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특전 U보트>와 <붉은 10월> 등 잠수함영화들을 인용하면서 <U5717gt;을 숨막히는 전쟁영화로 만들고 있다. 2차 세계대전중 연합군은 긴급작전을 세운다. 독일의 유보트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자 U-571을 급습해 암호 해독기를 탈취하기로 한 것. 미국 잠수함 한대가 독일군으로 위장하고 함장과 보좌관 타일러 대위가 이끄는 수병들이 작전에 급파된다. 대위 일행은 암호해독기를 얻는 것엔 성공하지만 독일 유보트에 몸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휘경험이 없는 타일러 대위가 부하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그들은 적군의 잠수함을 탄 채 독일군과 맞서야 한다. <U571>에선 배우 연기도 인상적이다. 주연 매튜 매커너헤이는 단순히 얼굴만 내세우는 배우가 아니라, 연기가 되는 배우로 환골탈태한 모습을 선사한다. 이 밖에 하비 케이틀, 존 본 조비, 빌 팩스턴 등의 배우가 출연한다.꼬마 천재 테이트

Little Man Tate 1991년, 감독 조디 포스터 출연 애덤 한 버드 <EBS> 10월2일(화) 밤 9시 “이건 ‘나’라는 배우의 자전적인 영화가 아닙니다.” 감독 겸 배우로 나선 조디 포스터는 <꼬마 천재 테이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지만 그 말에 수긍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연기자로 출발했고, 비범한 재능을 인정받은 조디 포스터의 경험이 어떻게든 영화에 포함되었을 거란 의미다. 어느 저널리스트는 조디 포스터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고한 바 있다. “조디는 13살 때 이미 잡지에 실린 자기 사진을 보는 것보다 프랑스어 공부를 더 즐겼다. 어느 영화제에선가 어린 나이임에도 직접 프랑스어 통역을 하기도 했다. 놀라운 아이였다.” 음악과 시, 그리고 수학 등 다방면에 재능을 지닌 테이트의 모습에서 감독의 어린 시절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꼬마 천재 테이트>가 천재 소년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영화인 것은 아니다. 영화 속 어른들 표현을 따르자면 “지식보다는 사물에 관한 직관과 이해력”이 뛰어난 조숙한 아이가 어떻게 어른들 세계로 편입하는지, 그리고 일정 정도 좌절을 겪는지를 드라마로 엮어내고 있다. 일곱살의 프레드 테이트는 여러 면에서 비범한 능력을 갖고 있는 소년이다. 그러나 월등하게 뛰어난 그 지적 능력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곤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재 교육자인 심리학자 제인은 프레드의 남다른 능력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프레드의 모친에게 서머 캠프에 아이를 보내줄 것을 부탁한다. 아마도 <꼬마 천재 테이트>를 보는 이는 아역배우 애덤 한 버더의 연기를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어린아이인데도 그는 세상에 관한 온갖 걱정을 감싸안는 듯한 사려깊은 눈매와 차분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재능’에 관한 영화지만 그 재능으로 인해 자신의 시간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는 아이에 관한, 재치있는 우화이기도 하다. ▶ [추석영화] 방콕파를 위한 영화 릴레이 (1)

▶ [추석영화] 방콕파를 위한 영화 릴레이 (2)

▶ [추석영화] 방콕파를 위한 영화 릴레이 (3)

▶ [추석영화] 방콕파를 위한 영화 릴레이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