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요즘 애들은 모르는 옛날 미남미녀(?)를 찾아서
이다혜 2007-01-15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애들은 모른다, 동네 슈퍼마켓 할아버지 같은 이대근이 한때 에로영화의 남자주인공으로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슈퍼히어로의 집사로 잘 알려진 마이클 케인이 젊어서는 주드 로 뺨치는 미남이었다는 사실을. 한때 대중적인 인기를 한몸에 끌었으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조역으로, 단역으로 사라져버린 배우들과 다시 활발한 연기활동을 보이는 배우들을 한데 모았다. 이 사람들, 한때 잘나갔었다!

제인 폰다: 관능미의 화신, 시간을 이기다

<바바렐라>

제인 폰다는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남성들의 꿈에 자주 등장하던 헐벗은 미녀의 대명사였다. 1968년작 <바바렐라>는 SF만화를 영화로 각색한 영화인데, 영화 사상 가장 섹시한 영화로 언급되는 작품이다. 감독이자 남편이었던 로제 바딤은 제인 폰다의 관능미를 돋보이게 하는 영화를 찍었고, 그 결과가 <바바렐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뾰족한 이빨을 가진 인형들이 바바렐라를 둘러싸 공격하는 장면의 예를 들어보자. 무섭고 괴기스럽지만, 또한 음탕하다.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복을 하나하나 벗어내며, 올 누드로 변하는 영화의 도입부부터 남성들이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해 청심환을 사탕 먹듯 씹어 먹었다는 이야기는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나 뭐라나. 그런 그녀는 1990년 언론재벌 테드 터너의 아내가 되면서 은퇴를 선언해버렸다. 심은하 언니도, 고현정 언니도,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가지 않았던가. 세번의 아카데미를 과거로 돌리고 그녀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그리고 15년 만에, 언니가 돌아왔다. 제니퍼 로페즈와 함께 출연했던 <퍼펙트 웨딩>은 영화 자체의 이야기보다 제인 폰다의 컴백에 관한 뉴스들로 화제에 더욱 오르내렸다. 환상적인 엉덩이와 육감적인 춤으로 인기를 끈 제니퍼 로페즈에 비해 어디 하나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몸매와 나이를 먹으면서 더해진 우아한 외모. 그녀의 역할은 <퍼펙트 웨딩>에서 아들의 여자친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괴물 시어머니 캐릭터. 하긴 시어머니가 독한 것도 짜증나는데 저렇게 예쁘고 멋지다면… 제니퍼 로페즈가 아니라 해도 우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어머니, 좀 적당히 하세요.

닐 패트릭 해리스: 천재에서 색골로 변신 변신 변신!

<천재소년 두기>

천재소년 두기는 90년대 초 TV 앞에 죽때리고 있던 소년 소녀들을 시기심으로 부풀게 했다. 물경 천재소년 아닌가. 성적표를 집에 들고 가는 날이면 우울증을 못 이겨 학교 앞 떡볶이집에서 죽때리던 평범한 초딩, 중딩들의 눈에 두기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대머리 기가 보이기는 했지만, 까짓 거, 그때는 행복은 분명 성적순 아니었던가. 10대에 의사 가운을 걸칠 수 있었던 그는 소녀들의 마음속에 영원한 훈남으로 자리잡을 듯했다. <천재소년 두기>는 1989년 미국에서 첫 방송을 시작, 1993년에 종영했는데, 그 뒤 해리스는 연극무대와 TV드라마, <스타쉽 트루퍼스>과 <언더커버 브라더> 같은 영화들에 간간이 얼굴을 내비쳤다. 그의 근황은 한국 폭스채널에서 방영 중인 <아이 러브 프렌즈>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서 그는 작업남으로 미끈한 연애생활을 자랑한다. 하지만 닐 패트릭 해리스가 출연한 최근작 중 최고봉은 역시 <해롤드와 쿠마>다. 화이트 캐슬이라는 햄버거 가게에 가기 위해 산전수전을 겪는 두 루저 청년의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에, 닐 패트릭 해리스는 닐 패트릭 해리스로 등장한다. 해롤드와 쿠마가 “저길 봐! 두기야!”라며 쳐다보는 곳에는 닐 패트릭 해리스가 상반신을 노출한 아가씨들을 양쪽에 끼고 신나게 질주하고 있다. 해리스가 모범생 같던 이미지와 정반대의 색골이 되어 등장한 그 장면은 완전 강추. 참고로, 최근 해리스는 커밍아웃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김희라: 액션영화 시대를 풍미한 큰형님

<시라소니>

중절모와 긴 코트를 입고, 낮은 포복으로 땅바닥을 스멀거리는 중후한 목소리로 말하는 김희라는 한국의 성격파 배우. 김희라는 배우 김승호의 아들로,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액션영화에서 강한 남성 캐릭터를 단골로 맡아 연기했다. 짙은 눈썹과 쩌렁쩌렁한 목소리, 선이 두꺼운 이목구비 등 남성성이 돋보이는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왼손잡이> 시리즈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 연기해왔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져 있던 시간 동안 그는 국회의원 낙선, 사업 실패, 갑작스러운 뇌경색, 당뇨병, 고혈압으로 거동조차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의 모습이 KBS2 <인간극장> ‘미워도 다시 한번’ 편을 통해 알려지면서, 원로 영화인들의 단체사진을 가리켜 자신의 ‘가족 사진’이라며 울먹이던 TV 속 모습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연기자로서의 재기 활로를 모색하게 되었다. 이제 백발이 성성하고 건강이 좋지 않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개봉한 <사생결단>에서 ‘이택조’로 출연해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사생결단>의 최호 감독은 이택조 역할을 만들 때 김희라의 대표작 <짝코>를 염두에 두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서 시네마서비스가 후원하는 신상옥 영화상 중 아름다운 선배영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데브라 윙거: 사관생도의 앞길을 막을 뻔했던 사랑의 주인공

지난해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데브라 윙거가 누구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을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먼저 영화를 설명하면 데브라 윙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는 여배우 로잔나 아퀘트가 만든 영화로, 제목 그대로 20대 전성기에 할리우드에서 모습을 감춰버린 여배우 데브라 윙거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아퀘트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사는 데브라 윙거를 만나, 인기 절정의 시기에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물어본다. 데브라 윙거는, 1955년생으로 16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연기공부를 시작했다. 나중에 대학에 진학했지만 배우로 나서 본격적 활동을 개시한다. 그녀를 스타덤에 올린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사관과 신사>다. 리처드 기어의 나름 뽀송뽀송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이 영화는, 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군항공사관학교에 입학한 청년이 엄격한 훈련을 통해 사나이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다. 물론, 이 혈기왕성한 청년은 가난한 여공과 사랑에 빠진다(그러고 보니 나중에 리처드 기어는 가난한 창녀와 사랑에 빠지는 <귀여운 여인>으로도 대박을 터뜨렸다). 데브라 윙거는 이 가난한 여공 폴라로 출연했는데, 신분 상승과 사랑을 단박에 움켜쥔 폴라 역은 데브라 윙거에게 인기를 몰아주었다. 그녀의 근황이 궁금한 사람에게 희소식. 2007년에 개봉 예정인 <ItW>에 윙거가 출연한다고.

마이클 케인: 결코 잊을 수 없는 평범함

<알피>

마이클 케인은 한창 잘나가던 시기에조차도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적었다. 아마도 마이클 케인 특유의 범상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아는 사람 같은 느낌. 이를테면 <배트맨 비긴즈>에서 집사로, <프레스티지>에서 마술기술자로 등장하는 그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는다. 주인공 옆에 있으면 그냥 벽지처럼 의식하지 않게 되는,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는 역할이 최근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하지만 마이클 케인이 처음부터 지금 같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주드 로가 출연한 <알피>의 1966년 원작에서 알피로, 마크 월버그가 출연한 <이탈리안 잡>의 1969년 원작에서 찰리 크로커로 출연했었다. 요즘으로 말하면 섹시한 남성성이 돋보이는 역할들을 자주 맡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알피> 리메이크작에서 알피를 연기한 주드 로가 과연 20년, 30년 뒤에 집사 연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터뜨리는 역할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일단 위대한 역할들을 찾는다. 위대한 역이 오지 않으면 적당한 역할을 구한다. 적당한 역이 오지 않으면, 집세를 낼 수 있는 역을 구한다”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세월을 견딜 수 있을까? 마이클 케인은 묵묵하게, 하지만 결코 녹록지 않은 끈기를 지닌 채 연기를 해왔다. 당신이 그를 집사로만 기억한다 해도 대단한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수많은 영화가 극장에 걸리고 DVD로 나오지만, 당신이 기억할 수 있는 집사 역할 배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아니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마이클 케인이다.

김보연: 독할 정도로 곱게 나이든 아줌마

<꼬방동네 사람들>

예쁜 아줌마. 요즘 TV를 보는 젊은 시청자들 눈에 김보연은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예쁜 아줌마다. KBS2 <황진이>에서는 여악행수인 매향 역할을 맡아 권력지향적인 카리스마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황진이에게 검무를 전수하며 보여준, 춤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친 매향은 한복과 어울리는 그녀의 우아한 자태 덕에 돋보이고 있다. MBC <얼마나 좋길래>의 김보연은 또 다르다. 엄한 남편 때문에 할 말 못하고 끙끙대며 사는 주부 특유의, 눈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일상을 보여준다. SBS <눈꽃>에서 김보연은 유명한 소설가인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로 출연한다. 친구과 친구의 딸을 이어주는 인자한 아줌마 역할이다. 방송 3사를 오가며 쉴 틈도 없이 바쁜 그녀는 지난해 <원탁의 천사>에도 출연했다. <원탁의 천사>에서 원탁(이민우)의 엄마 역으로 분한 그녀는, 속썩이는 남편과 제멋대로 구는 아들에게 한결같은 애정을 보여주는 인자한 어머니상을 그려냈다. 1957년생인 그녀가 영화에 데뷔한 것은 스무살 때인 77년의 일. <말띠 며느리> <꼬방동네 사람들> <개같은 날의 오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던 그녀는 9살 연하인 탤런트 전노민과 결혼해 살고 있다. 언니들, 나이를 어디로 먹는지, 연하남들마저 싹쓸이하시려나. 여튼, 이제 김보연을 모르면, 간첩이다. 80년대 영화 팬이 아니라 해도 말이다.

이대근: 밥만 먹고 절대 못 살아!

<뽕>

미국에 미스터 빅이 있다면 한국에는 이대근이 있다. 정말 ‘big’한지 정말 ‘大根’인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야릇한 상상으로 아녀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도 남음이 있으렷다. “마님!”이라는 한마디로 참 많은 의미를 전달하던 그 사나이의 전성기(몇번이고 장히 일어서서 마을 전체를 휘저었던!)는 이제 케이블TV 심야시간에나 확인 가능하나, 까짓 거 전성기 좀 지났으면 어떠랴. 그는 <이대근, 이댁은>이라는 영화의 개봉을 앞둔 주연배우란 말이지. 그래서일까, 그에 대한 관심이 꽤 따땃하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이대근이라는 이름을 쳐보니 이런 결과가 뜬다. “이대근 아저씨는 에로배우였나여? 제 친구놈이 자꾸 에로배우래요.” 그래, 에로배우셨다. 충무로의 <변강쇠>셨단 말이지. “이대근은 왜 정력이 세고 성적인 것을 밝히는 사람처럼 보이나요?” 오호호, 어머니께 여쭤보아라. “스터디룸 추천해주세요. 신촌이나 이대근처요….” 아, 이건 이대근이 아니라 이대 근처였구나…. 어쨌건 주요 출연작은 <우묵배미의 사랑> <고래사냥> 같은 한국 영화사에 한획을 그은 영화들을 비롯해 <변강쇠> <> <늑대의 호기심이 비둘기를 훔쳤다> <대물> <밥만 먹고 못살아> 같은, 제목만으로도 빨간 불이 땡 하고 켜지는 듯한 작품들이 있다. 그렇다, 마님은 밥만 먹고 못 사셨고, 대근이 형님은 집에만 계시기엔 영화를 너무 사랑하셨던 것이다.

카일 맥라클란: 감독운이 지지리도 없었던(?) 사나이

<블루 벨벳>

이 남자, 아무래도 감독을 잘못 만났지 싶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가 뭐 어떻다는 건 아니지만, 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지만 않았던들 카일 맥라클란은 생긴 것보다 어울리는 정상적인 남자, 멋지고 잘나가는 역할을 줄줄이 맡았을 것이다. <블루 벨벳>에 이어 TV시리즈 <트윈 픽스>에서 데이비드 린치의 사랑을 받아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그는, 훤칠한 미남 부류에 속함에도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에 휘말려 음산하고 괴기스러우며 어두침침한 이미지를 떨치지 못하게 된다. <트윈 픽스>에서 그가 연기한 데일 쿠퍼는 비밀로 똘똘 뭉친 사람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정상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그 드라마의 결말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역시 진실을 얻고자 하는 노력 끝에 그만…. 음, 너무 말하면 스포일러겠다. 어쨌든 그는 이후 린치의 영화가 아니어도 어딘가 이상한 남자들을 연기했다. <쇼걸>과 <원 나잇 스탠드> 등 그는 성적으로 기묘하게 뒤틀려 있거나 멀쩡한 외모와 정반대의 속내를 지닌 인물들을 단골로 맡았다. 그 절정은 뭐니뭐니해도 <섹스 앤 시티>의 트레이와 <위기의 주부들>의 올슨 역이다. <섹스 앤 시티>에서 조루증(발기부전도 있는 듯한)에 걸린 샬롯의 남편으로 분해 임신을 간절히 원하는 샬롯을 애태우더니, <위기의 주부들>에서는 깔끔함의 대명사 브리와 결혼했으나 알고 보니 전 부인을 살해한 의혹이 있는 인물로 등장했다. 쯧, 쯧, 쯧. 정말 얼굴은 멀쩡한데 말이지.…하긴, 어느새 얼굴도 약간 변태 필로 바뀌었더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