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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트 김동호’ 시대를 준비한다
이영진 2007-03-06

김동호-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변화, 부위원장·프로그래머 등 대규모 조직 개편 이뤄져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진용을 새로 짰다. PIFF는 2월23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정기총회를 열어, △(가칭)아시아영화연기자대회 창설 △관객친화형 영화제 지향 △부산영상센터 ‘두레라움’ 착공 등 2007년 주요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지난해와 같은 74억원 규모의 예산을 확정했다. 이날 정기총회에선 규모가 커진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한 방안으로 이용관 부집행위원장을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 또한 이뤄졌다.

이번 인사 중 가장 큰 변화는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의 탈바꿈이다. 10월4일부터 12일까지 9일 동안 해운대를 중심으로 65개국 300여편의 상영작을 선보일 제12회 영화제 준비를 위해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해외,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국내 업무를 나눠 맡는다. ‘쌍두마차’ 체제로의 전환은 단지 과중한 업무를 분담하는 차원이 아니다. 김 집행위원장은 정기총회 자리에서 공동집행위원장 체제가 “위원장직을 넘겨주기 위한” 사전 단계임을 강조했다. 그는 로테르담, 토론토국제영화제 등도 한시적인 공동집행위원장제를 통해 위원장직 승계가 무리없이 이뤄졌고 또 진행 중이라면서 PIFF의 숙원사업인 영상센터 두레라움 착공이 이뤄질 때까지만 위원장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영화계 안팎에선 부위원장 및 프로그래머직을 수행할 이들을 대거 확충한 것도 ‘포스트 김동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보고 있다. 제12회 영화제부터는 전양준 월드시네마 프로그래머와 안병율 부산문화방송 국장 및 PIFF 집행위원회 자문위원이 안성기씨와 함께 부위원장직을 맡게 되면서, 지난해까지 2인이 맡았던 부위원장은 3인으로 늘어났다. 프로그래머 또한 많아졌다. 한국영화회고전 코디네이터인 조영정씨와 영화평론가 이상용씨가 홍효숙 와이드앵글 프로그래머와 같이 얼마 전 사의를 표한 허문영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의 공백을 메운다. 박도신 프로그램실 실장과 이수원 코디네이터도 미드나잇 패션과 월드시네마 특별전 프로그래머로 각각 승격됐다. 김지석 아시아영화 담당 프로그래머는 수석프로그래머로 위촉되어, 전체 프로그램을 조율한다.

이번 인사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곧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전제 아래 영화제 스탭들을 보강하고, 또 이들의 책임과 권한을 늘리는 형태로 진행됐다. 현재 PIFF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영상센터 착공은 이르면 올해 영화제 기간 중에 시작되고 늦어도 내년에는 가능하다. 김 집행위원장은 “기획예산처, 문화관광부 등의 정부 부처와 1년 넘게 영상센터 예산 지원에 관한 협의를 해왔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마련됐다”면서 앞으로 1년 안에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PIFF의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는 길어야 1∼2년 안팎이며, 자신은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김 집행위원장은 이전에도 이 같은 뜻을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통해 밝혀왔다.

그러나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의지대로, PIFF가 조만간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 체제로 쉽사리 변신을 꾀할지를 판단하기란 아직 미지수다. 이 신임 공동집행위원장은 “승계문제는 때가 되면 다시 논의할 문제”라며 “일단 영상센터 완성 때까지는 김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이끌어줘야 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영상센터 조성이다. 1천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인 만큼 착공에 들어갈 예산이 확보된다고 해도 이후에 적지 않은 난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유의 추진력과 타고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지난 10여년 동안 PIFF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온 김 집행위원장에 대한 의존도가 앞으로도 계속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새로운 10년이라는 PIFF의 야심을 위해 쌍두마차가 얼마나 달릴지, 좀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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