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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이라고? 우리 안에 괴물이 살고 있는 걸”
2001-10-12

장 피에르 주네 인터뷰 (2)

신 영화의 캐릭터들은 상당히 독특하다. 이른바 말하는 ‘정상성’의 범주에서 조금씩 어긋나 있다. 아멜리에는 물론이고, 도미니크 피뇽이나 화가 등 거의 모든 인물들이 그렇다.사람은 아주 연약하면서도 동시에 몬스터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알고보면 내면의 ‘괴물성’ 같은 것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그것을 영화 속 캐릭터로 추상화하여 시각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내가 할리우드에 가서 <에이리언4>를 찍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 영화 속의 괴물, 그리고 내 영화들 속에서 등장하는 괴물 같은 사람들은 모두 사람들이 가진 이면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내가 그들을 통해 특별히 사회를 비판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왜, 트뤼포가 그러지 않았나? ‘내게 말할 것은 없다. 다만 많은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I have nothing to say, I have a lot of story)

<아멜리에>에는 다양한 매체의 반복되는 재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르누아르의 회화나, 사진, 비디오, 영화 그리고 다큐멘터리처럼 뉴스릴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유령’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마치 매체와 이미지 재현에 대한 농담처럼 보였다. 그리고 끝에 화가의 그림이 변한다.

너무 지적으로 해석한 것 같다. 매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 것은 아니다. 마티외 카소비츠가 쫓던 남자가 유령이 아닐까 의심하는 대목은 그 직업이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넣었을 뿐이다. 매체와 이미지, 그 개념을 은유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언급한 것은 다시 말하지만 ‘몬스터’적인 캐릭터들이다. 생각해봐라. 평생 르누아르 그림만 모사하는 게 정상적인가? 그것은 거의 편집증 혹은 광기이다. 마티외 카소비츠 역시 남의 사진을 계속 모은다. 이것도 이상한 짓이다. 한데 아멜리에의 선행이 그들을 바꾼다. 화가의 그림이 나중에 바뀌는 것은 이제 그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이 이야기는 내 생각은 아니었다. 기욤 롤랑이 ‘집착’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는데, 난 이게 내가 생각하는 ‘몬스터’와 연결되는 것 같아 그대로 쓰기로 했다.

당신의 영화에선 항상 여성이 주요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델리카트슨 사람들>의 줄리,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의 미에트, <에이리언4>는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이 영화 <아멜리에>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데 이들은 모두 닮아 있다.

맞다. 그 아멜리에가 바로 나다! (웃음) 가령 <아멜리에>의 그녀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서의 미에트가 성장한 버전쯤 되는 것이고, 그녀는 다시 <에이리언4>의 위노나 라이더가 맡은 인조인간의 캐릭터와 닮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캐릭터는 바로 나 자신에서 비롯된다. 그들의 캐릭터가 현실의 구체적인 대상에서 추출되는 것은 아니라 내가 가진 상상력의 산물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시적’(poetic)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내 영화의 판타지에서 ‘시적’이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아멜리에 역의 오드리 토투가 매력적이다. 그녀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또 다른 인물들은?

원래 아멜리에 역은 에밀리 왓슨이 하기로 했었다. 아멜리에라는 이름도 그녀의 이름 ‘에밀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출연하기 어려워져서 새로운 인물이 필요했다. 난 2명의 배우를 만나게 되었는데, 오드리 토투를 만나는 순간 그녀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마티외 카소비츠는 뛰어난 감독이기도 하지만 천재적인 배우이기도 하다. 나는 그와 아주 친한데, 영화를 찍으며 내 영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에이리언4>에 대해서 “장 피에르 주네의 영화가 맞긴 맞는데, 외계인 주네가 만든 버전이다!”라는 농담섞인 코멘트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도미니크 피뇽은 이번에는 단역만 맡겠다고 했는데, 찍다보니 역할이 생각보다 많았다.

구상중인 다음 작품에 대해 말해달라.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하나는 할리우드에서 들어온 제안인데 아직 고려중이다. 결정된 바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다. 만일 그 작품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다시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들게 된 ‘파리’라는 도시는 내 영화 속에서도, 그리고 다른 어느 영화 속에서도 등장한 바 없는 아주 색다른 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한데 문제는 시나리오를 쓰는 데 너무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것이다. 누가 좋은 시나리오를 가져와서 나한테 제안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남이 쓴 이야기가 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정지연/ 영화평론가▶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세계 (1)

▶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세계 (2)

▶ 주네의 조력자들

▶ 장 피에르 주네 인터뷰 (1)

▶ 장 피에르 주네 인터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