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관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엄마는 딸이 안타깝고 딸은 그런 엄마가 거추장스럽다. 애증을 오가는 모녀 관계는 대프니 와일더(다이앤 키튼)와 그녀의 막내딸 밀리(맨디 무어) 사이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대프니가 평범한 엄마보다 100배는 극성스런 엄마라면 밀리는 평범한 딸보다 100배는 더 걱정스러운 딸이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시집가서 잘사는 언니들에 비해 밀리의 연애사는 암담하기 그지없다. 밀리가 만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게이 아니면 유부남이고 그런 남자들조차 매번 그녀를 배반하거나 차버리기 일쑤인 것. 보다못한 대프니는 인터넷에 딸의 애인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걸고, 돈 잘 벌고 집안 좋은 건축가 제이슨(톰 에버렛 스콧)이 그녀의 레이더망에 걸려든다. 한편 딸에게 소개할 남자들을 면접하던 대프니를 지켜보던 음악가 조니(가브리엘 매치) 역시 우연히 밀리와 마주치고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연애운이 지지리도 없다 졸지에 양다리까지 걸치게 된 밀리는 제이슨과 조니를 저울질하며 갈등한다. 마음은 조니에게 끌리지만 시종일관 제이슨을 두둔하는 대프니의 등쌀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상담 전문가인 큰언니와 단순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인 둘째언니의 수다를 삽입하고 쇼핑신, 요리신 등을 양념처럼 덧붙이며 영화의 코미디는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여성들의 동감을 얻어내려는 갖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그리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는 너무 안일한 길을 따르려 해서가 아닐까. 조건 대 사랑의 공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로맨틱코미디는 너무 많이 생산됐고 극의 중심이 되는 모녀 관계도 갈등과 화해의 빤한 코드를 고스란히 밟아간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 편안해 보이던 다이앤 키튼의 연기가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일 듯. 가수 겸 배우인 맨디 무어 역시 오르가슴 흉내까지 내며 사랑스러움을 자아내려 애쓰지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그 유명한 신을 연상시키는 것 외엔 그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한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한 장면만큼은 정말 인상적인데 바로 대프니와 세딸들이 한국식 마사지를 받는 부분. 한국말을 쏟아내는 동양 여성들이 난데없이 나타나 대프니와 딸들의 등을 사정없이 마사지하는 이 장면을 보며 미국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의 마이클 레만 감독이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