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일본 자위대 소속의 제3 특별실험 부대가 비밀 실험 중 전국시대에 착륙한다. 이처럼 현재의 인물이 과거로 이동해 기존의 역사를 훼손하자 일본 곳곳에 정체불명의 허수공간인 ‘홀’이 나타나 인류의 목숨을 위협한다. 이에 특별실험 부대를 구출하는 한편 손상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마토바 잇사(가가 다케시)가 이끄는 로메오 부대가 꾸려지고 한때 마토바의 휘하에 있었던 카지마 유스케(에구치 요스케), 비밀 실험에 책임을 느끼는 칸자키 레이(스즈키 교코), 전국시대 사무라이 이누마 시치베(기타무라 가즈키) 등이 여기에 합류한다. 당시와 태양의 자기장이 같아져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2005년, 로메오 부대는 1954년으로 옮겨가 마토바와 만나지만 오다 노부나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는 더욱 강한 일본을 건설할 야심으로 도움의 손길을 거절한다. 미래로 가는 길이 다시 열리는 시간은 74시간27분 뒤.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선 이 시간 내에 마토바의 계략을 저지한 다음 도착한 곳으로 귀환해야 한다.
<전국자위대 1549>의 설정은 조선시대에 떨어진 남북한 군인들을 그린 <천군>과 비슷하다. 전통적인 무기인 칼과 화살이 총, 대포, 탱크, 심지어 헬기 등 최첨단 무기와 뒤섞이고 주된 배경이 되는 마토바의 성은 고풍스런 목조풍 건물에 원유 정제 장치가 어우러진 기묘한 자태를 자랑한다. 하지만 <전국자위대 1549>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같은 눈요깃감과 함께 관객, 특히 한국 관객의 마음을 심란하게 할 장치들을 교묘하게 제시한다. ‘현지인의 살상은 금지한다’는 로메오 부대의 지휘관 모리 대령의 외침은 일본 헌법 9조에 의거해 군수방위만 허락되는 자위대의 위치를 은유하는 듯하고 자신과 미래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총을 뽑아든다는 식의 결론은 무척 위험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영화가 “미래, 희망, 지키고 싶은 것” 등 긍정적인 단어들만 속삭임에도 듣는 이의 머릿속은 2차대전은 물론 일본의 군국주의, 나아가 독도와 교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으로 어지럽기 그지없다.
한무라 료의 원작을 영화화한 <전국자위대>(1979)의 리메이크작이자 가도카와 영화사 60주년 기념작.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동시에 우익 작가라는 비판을 받는 후쿠이 하루토시가 각색에 참여했다. 또 다른 전쟁영화 <로렐라이>와 <망국의 이지스>의 원작 또한 후쿠이의 펜에서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