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장면을 찍기 전에 이창동 감독님을 보면서 문득 섬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감독님이 뷰파인더를 들이대는 모습을 보면서 현장에서 새로운 걸 캐내서 앞으로 외롭게 전진해야 하고 동시에 굳건히 창작의 영역을 지켜내야 하는 존재를 담고 싶었다. 참고로 이창동 감독님은 원래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신다. 이날은 고민이 깊으셔서 그런지 전혀 눈치를 못 채셨다. 감독님이 나아가는 방향쪽을 더 좁게 잡고 뒤쪽에 여백을 많이 둔 건 감독이라는 섬을 휘두른 시간의 초조함과 답답함을 담고 싶어서다. 이만큼 왔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나. 섬의 한숨이 들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