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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204원의 미래는?
김민경 2007-07-03

7월1일부터 극장 요금에 영화발전기금 포함, 사용처와 극장 요금 인상 여부 논란

한때 영화표 한구석에 조그만 글씨로 쓰여 있던 “472원의 문예진흥기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기억하는지. 1972년 공포된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극장, 미술관, 박물관, 사적지 입장료의 6.5%를 징수했던 문예진흥기금은 2003년 헌재의 위헌 판결 뒤 2004년 1월1일부로 폐지됐다. 공연, 전통예술 등 광범위한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했던 이 기금에서 극장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금원이었다. 한편 문예진흥기금이 폐지된 지 3여년 만인 오는 7월1일부터, 영화 티켓엔 ‘204원의 영화발전기금이 포함돼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질 예정이다.

지난 4월27일부터 시행된 영화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이날부터 극장 관객이 지불하는 입장권료 중 3%가 신설된 ‘영화발전기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대가성 정책이 아니냐는 의혹과 졸속 추진 논란에 휩싸였던 영화발전기금이 자금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7월1일부터 영화 티켓값 중 204원 영화발전기금으로 들어가

문화관광부는 6월28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극장 부과금 징수의 구체적 개요를 발표했다. 법령에 밝혀진 대로 국고에서 2천억원, 극장 입장료에서 2천억원을 모아 총 4천억원의 발전기금을 구성할 계획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제출한 2007년 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이렇게 조성된 금액은 영상 전문투자펀드 및 부가시장 활성화 사업 등 한국영화의 현안에 투자될 계획이다. 극장 모금분은 2천억원의 자금이 모일 2014년까지 통합전산망 자료에 근거해 문광부 관리의 계좌에 입금된다.

‘극장’ 모금이라곤 하지만 3%에 해당하는 204원을 모두 극장 업계가 떠안는 것은 아니다. 극장 입장권 수입을 부율에 따라 배분받는 극장과 배급사, 제작사 모두 이 금액을 분담하게 된다. 그동안 7천원의 수익을 50:50의 부율로 나눠 갖던 극장과 배급사는 앞으로 204원을 뺀 6796원을 나눠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극장은 102원, 배급사가 102원을 부담하는 셈이고, 배급사분 중 일부는 제작사가 함께 부담하게 된다. 문화관광부 영상산업팀 최병구 팀장은 “발전기금은 영화 발전을 위한 영화계의 재투자”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안정숙 영화진흥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영화계 스스로 미래를 위한 저축이라 생각해달라”며 협조의 뜻을 밝혔다.

한때 ‘위헌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격렬히 반발했던 서울시극장협회가 지난 6월21일 문광부에 공문을 보내 동의의 뜻을 표함으로써 모금의 주체인 극장쪽의 반발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가 발전기금을 두고 ‘정말 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영진위와 문광부의 입장이지만 여전히 극장 및 배급, 제작 관계자들 사이엔 반대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체인을 중심으로 한 극장쪽의 공식적인 입장은 “법으로 결정됐으니 따르겠다”는 것이지만, 서울시극장협회의 최백순 상무는 “드러내놓고 말하긴 힘들지만 극장협회 내부에서 반발도 크다”고 전한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극장이 입장권당 102원을 부담하면 우리 회사는 연간 30억원의 금액을 납부하는 셈”이라며 “극장이 어려운 요즘 상황에 적잖은 부담”이라고 토로한다.

협상 아닌 일방적 통보에 극장 쪽에선 반대 목소리

영화진흥위원회와 영화계간 소통 과정 역시 잡음을 남기고 있다. 영진위와 문광부는 모금 주체인 극장 및 배급사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간담회를 거쳤다고 밝혔지만 극장쪽 생각은 다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김혜준 영진위 사무국장 등이 참여한 비공식적인 식사 자리만 있었다. 나도 한두번 참석했지만 의견을 듣는 자리라기보다는 ‘이렇게 결정됐으니 협조를 바란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한다. 극장 관계자들은 “극장 입장권이 기금을 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입을 모은다. 문광부 정례 브리핑에 참여한 영진위 관계자는 “장관과 위원장이 배석한 자리에 공식, 비공식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모든 자리가 공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소통 과정에 대한 극장 입장은 영진위 입장과 온도차를 보였다. 한 극장 홍보담당자는 “시행 4일 전 한 시사회서 극장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아무도 모금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영진위 홈페이지를 찾아봤지만 모금 방법은 전혀 없고 ‘시행한다’는 알림만 있더라고 당황하더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상세 안내문은 정례 브리핑이 열린 6월28일 문광부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기금으로 한국영화가 활성화되면 극장도 이익’이란 대의는 인정하면서도, 최백순 상무는 “공문 한장 없다가 7월1일이 임박해서야 ‘모금을 시작한다’는 공문이 덜렁 왔다. 법안 통과시 막지 못한 우리 잘못이지만,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고 덧붙인다.

기금의 정당성과 용처 등도 아직 논란의 대상이다. 영화계의 전폭적 동의를 얻었다는 영진위의 확신과 달리 기금이 스크린쿼터 축소와 결부된 대가성 정책이라는 거부감도 존재한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 부회장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고 영화계를 어르기 위해 만든 기금에 영화계는 결코 동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명시했다. “펀드 조성, 부가시장 활성화 등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사실이지만 스크린쿼터 축소의 대가임이 명백한 발전기금엔 반대했다. 게다가 영화계의 돈을 빼서 정부가 한국영화를 지원하는 척 생색을 내는 건 코미디다.”

극장관람료 인상 논란도 일듯

한편 제협 장동찬 사무처장은 기금의 상세 사용처가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을 우려한다. 기금이 영진위의 운영비로 쓰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발전기금은 한국 영화계에 투자돼야지 영진위 운영비용으로 쓰여선 안 된다. 특히 2012년으로 예정된 영진위 부산 이전 비용을 발전기금에서 충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다.” 영진위는 2008년 세부계획서 공개를 정부안이 나올 올해 말로 미루고 있다. 그간 공개 여부를 두고 영진위와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진위의 공개 거부로 인해 문광부를 통해 계획안을 열람한 천영세 의원실 김상철 보좌관은 “어떤 사업에 얼마가 쓰인다는 것인지 전혀 언급이 없고 2007년안과 다를 바 없는 모호한 수준”이라며 졸속 추진을 우려했다.

극장 부과금에서 파생한 또 하나의 예민한 쟁점은 극장관람료 인상 여부다. 최근 일부 지방극장의 요금 인상 등을 놓고 쏟아져 나온 관객의 감정적 반응을 의식한 듯 극장과 문광부 공히 “극장 부과금 징수는 극장 요금 인상과 관계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상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다른 제반 사정 때문이지 영화발전기금과는 관계없다”는 주장이지만, 극장이 ‘시장 자율에 따라 요금을 결정’하는 이상 극장 부과금이 요금 인상 요인과 무관하다고 단정짓긴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영진위는 극장에 요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대신 카드 할인 축소를 측면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영진위가 실질적인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단 극장 관계자와 문광부는 “당장 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관람료 문제는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

극장 모금이 임박했지만 영화발전기금과 그 추진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다. 6월11일 영진위가 공개한 ‘영화발전기금 TF 관련 국회의견 수렴자료’를 두고 영화노조가 기금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의 논평 “영화산업 ‘쩐의 전쟁’의 막을 내려라”를 내면서, 이미 노조와 영진위간에 한차례 공방이 오간 상태다. 현재 영화발전기금 국고분 중 이미 1천억원이 지난해 정부서 출자됐고 올해 나머지 1천억원이 출자될 예정이다. 영진위가 제출한 2008년 세부계획서는 정부안으로 확정된 뒤 국회에 제출될 9월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발전기금이 지금까지의 논쟁을 어떻게 수렴할지 앞으로의 진행 과정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영화 상영관 입장권에 대한 부과금 징수 개요

(2007년 6월 28일 발표)

징수 근거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른 영화발전기금의 조성 징수 기간 2007년 7월1일부터 2014년 12월31일까지(7년6개월) 징수 대상 비상설 상영관을 포함한 모든 영화상영관 단, 애니메이션영화, 단편영화 또는 예술영화 등을 연간 상영일수의 100분의 60 이상 상영하는 전용상영관은 제외된다. 징수 금액 영화상영관 입장권 가액의 100분의 3.(입장권 단가÷1.03×3%) 즉 입장료 7천원 경우는 6796원(제세공과금 포함)+204원(부과금)으로 구성된다. 납부 시기 해당 월 부과금은 다음달 20일까지 납부한다. 미납시 미납 부과금의 1.2배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