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여왕 시절, 런던에 사는 평범한 청년 트리스탄(찰리 콕스)은, 오랫동안 흠모해온 여인 빅토리아(시에나 밀러)에게 “너와 결혼할 수만 있다면 별이라도 따다주겠어”라고 무모한 맹세를 한다. 그리고는 정말로 그 별을 줍기 위해, 유성이 떨어진 곳으로 간다. 트리스탄은 마을 사람들이 결코 넘은 적 없는 담장을 넘어 마을을 벗어나는데 그렇게 그가 밟은 땅은 사실 마법의 영토 스톰홀드. 트리스탄은 그러나 그곳이 마법의 영토인 줄 모르고, 별 떨어진 곳에 누워 있는 아름다운 금발의 여인 이베인(클레어 데인즈)이 별 그 자체인 것을 알고 나서 그녀를 빅토리아에게 데리고 가려 한다. 간단할 줄 알았던 이 여정은 곧 험난한 모험이 되는데, 그 까닭은 마녀 라미아(미셸 파이퍼)와 스톰홀드 왕국의 세 왕자들 때문. 라미아를 비롯한 세명의 마녀 자매는 살아 있는 별의 심장을 먹어 불로장생하려 하고, 세 왕자는 스톰홀드 왕국의 주인을 규명할 루비를 이베인이 가진 걸 알고 이들을 쫓는다.
<스타더스트>는 포스트모던 작가로 분류되는 영국 출신 닐 게이먼의 1997년작 판타지 소설이다. 상상력과 유머, 비정통적인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독특한 분위기로 결합된 이 소설의 영화판은 <레이어 케이크>(2004)로 데뷔한 매튜 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약밀매 조직간의 암투에 휘말린 마약 브로커의 이야기를 블랙 유머의 감성으로 짜임새있게 풀어냈던 범죄영화 <레이어 케이크>의 연출자 매튜 본은 두 번째 영화 <스타더스트>의 복잡한 플롯도 매끄럽게 풀면서 원작의 귀엽고도 기발한 정서를 영화적으로 그럴싸하게 옮겨낸다. 권력에 눈이 먼 형제간의 잔인한 암투를 침범하는 황당한 유머, 단순한 웃음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서스펜스 또는 공포감이다. 상반된 극적 요소들간의 충돌이 곳곳에서 아이러니의 리듬을 만들어내면서 영화 <스타더스트>는 멜로, 호러, SF,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버무린 컬트적 감성으로 충만해간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등 기존 판타지물이 추구한 거대한 감동을 기대할 관객이라면 <스타더스트>의 섬세하고 소박한 재미는 낯설겠지만, 어떤 장르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이 영화가 영국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동명 SF소설 원작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를 자연스레 상기시키며 즐길 법하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그만한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클레어 데인즈가 오랜만에 ‘별처럼 빛나는’ 모습이 예쁘다. 미셸 파이퍼, 피터 오툴, 로버트 드 니로 등 두말할 필요없는 뛰어난 할리우드 배우들의 면면을 보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스타’급 관람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