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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 재미를 버무린 컬트적 감성 <스타더스트>
박혜명 2007-08-15

기발한 상상과 엉뚱한 유머, 오싹한 서스펜스를 농담처럼 버무린 유쾌하고 낯선 판타지.

빅토리아 여왕 시절, 런던에 사는 평범한 청년 트리스탄(찰리 콕스)은, 오랫동안 흠모해온 여인 빅토리아(시에나 밀러)에게 “너와 결혼할 수만 있다면 별이라도 따다주겠어”라고 무모한 맹세를 한다. 그리고는 정말로 그 별을 줍기 위해, 유성이 떨어진 곳으로 간다. 트리스탄은 마을 사람들이 결코 넘은 적 없는 담장을 넘어 마을을 벗어나는데 그렇게 그가 밟은 땅은 사실 마법의 영토 스톰홀드. 트리스탄은 그러나 그곳이 마법의 영토인 줄 모르고, 별 떨어진 곳에 누워 있는 아름다운 금발의 여인 이베인(클레어 데인즈)이 별 그 자체인 것을 알고 나서 그녀를 빅토리아에게 데리고 가려 한다. 간단할 줄 알았던 이 여정은 곧 험난한 모험이 되는데, 그 까닭은 마녀 라미아(미셸 파이퍼)와 스톰홀드 왕국의 세 왕자들 때문. 라미아를 비롯한 세명의 마녀 자매는 살아 있는 별의 심장을 먹어 불로장생하려 하고, 세 왕자는 스톰홀드 왕국의 주인을 규명할 루비를 이베인이 가진 걸 알고 이들을 쫓는다.

<스타더스트>는 포스트모던 작가로 분류되는 영국 출신 닐 게이먼의 1997년작 판타지 소설이다. 상상력과 유머, 비정통적인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독특한 분위기로 결합된 이 소설의 영화판은 <레이어 케이크>(2004)로 데뷔한 매튜 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약밀매 조직간의 암투에 휘말린 마약 브로커의 이야기를 블랙 유머의 감성으로 짜임새있게 풀어냈던 범죄영화 <레이어 케이크>의 연출자 매튜 본은 두 번째 영화 <스타더스트>의 복잡한 플롯도 매끄럽게 풀면서 원작의 귀엽고도 기발한 정서를 영화적으로 그럴싸하게 옮겨낸다. 권력에 눈이 먼 형제간의 잔인한 암투를 침범하는 황당한 유머, 단순한 웃음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서스펜스 또는 공포감이다. 상반된 극적 요소들간의 충돌이 곳곳에서 아이러니의 리듬을 만들어내면서 영화 <스타더스트>는 멜로, 호러, SF,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버무린 컬트적 감성으로 충만해간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등 기존 판타지물이 추구한 거대한 감동을 기대할 관객이라면 <스타더스트>의 섬세하고 소박한 재미는 낯설겠지만, 어떤 장르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이 영화가 영국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동명 SF소설 원작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를 자연스레 상기시키며 즐길 법하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그만한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클레어 데인즈가 오랜만에 ‘별처럼 빛나는’ 모습이 예쁘다. 미셸 파이퍼, 피터 오툴, 로버트 드 니로 등 두말할 필요없는 뛰어난 할리우드 배우들의 면면을 보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스타’급 관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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