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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아~ LA 한복판에서의 승천은 꿈이었던가
황수진(LA 통신원) 2007-10-02

심형래 감독의 <디워> 미국 현지 반응

미국에서 처음으로 와이드 릴리즈를 하는 <디 워>의 프리미어가 열린 9월13일의 LA. 전미 2275개 극장에서 다음날인 14일에 개봉될 <디 워>는, 적어도 LA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극장 여름 성수기가 지나 관객이 뜸해진 탓도 있었고, 게다가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낸다는 유대인 설날 휴일이었던 탓에 도시 전체는 더더욱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온통 TV시리즈 광고로 가득한 도시의 전광판들 속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영화광고는 같은 날 개봉하는 조디 포스터의 <브레이브 원>과 일주일 전에 개봉한 <3:10 to Yuma>, 그리고 10월에 개봉하는 벤 스틸러의 <하트브레이크 키드>정도였다. <디 워>는 보이지 않았다.

7시30분에 시작하는 프리미어까지 세 시간 반이 남은 오후. 기대했던 반응을 전혀 건지지 못한 채 남은 시간 동안 LA를 돌아다니며 얼마나 많은 <디 워> 광고가 눈에 띄는지를 확인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것은 할리우드 대로에서 남쪽으로 멀리 보이는 오래된 건물의 낡은 외벽 전면에 붙은 대형 광고 하나와 한인타운 근처 101 고속도로를 내리자마자 보이는 길가 클럽 광고 벽보들 사이에 겨우 끼어 있는 두장짜리 포스터, 그리고 다운타운 길가 한곳에 일렬로 붙어 있는 포스터였다. 그동안 <브레이브 원>의 노란 포스터를 단 버스는 여럿 지나갔고 버스 정류장은 텔레비전 시리즈 광고로 반짝였다. LA에서 <디 워>는 옥외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 듯하다.

포스터 등 광고물 거의 눈에 안띄어

다만 <디 워>의 텔레비전 광고를 보았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려왔다. 그리고 그토록 열정을 가지고 광고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인이었다.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디 워>의 개봉은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NBC> <MTV> <폭스> 등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나간 스폿 광고는 그들 안에서만 화제가 되는 것 같았다. 인터넷에 올려진 트레일러는 상당히 그럴듯했다. 한국 사람들에게서만 광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확인도 할 겸 몇몇 미국인 친구들에게 <디 워> 광고를 본 적이 있냐고 묻자 대부분 고개를 저었지만, 그날 저녁 몇몇은 전화를 걸어 텔레비전 광고를 봤다고 전해주었다. 가족 단위의 커뮤니티인 오렌지 카운티에 살고 있는 지인은 한인 커뮤니티쪽에서는 주말에 자리가 없을지도 모르니 예매를 한다고 했다. 나중에 전해 들을 바로는 토요일 오후 3시 상영관은 비록 매진 사례는 없었어도 그런 대로 사람들이 많이 들었고, 그중 대부분은 가족 단위의 한인 가족이었다고 한다.

할리우드의 이집션 극장에서 개최된 <디 워>의 프리미어는 대다수 참석자가 한인 영화관계자들로 이루어졌고 한인들의 기대를 반영하며 성황리에 이루어졌다. 행사장에서 <디 워>의 홍보담당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폭력적인 장면이 있어서 영화의 타깃을 십대 남자아이들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화 상영 뒤의 반응을 살펴보면, 십대들보다 어린 관객층이 훨씬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옆자리에 앉은 8살짜리 소년은 영화가 시작한 뒤 용에 대한 전설이 설명되기 시작하자 쏟아지는 정보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 계속 옆에 앉은 아버지에게 저게 무슨 말이야라고 묻곤 했다. 그렇지만 다운타운 액션장면이나 용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소년은 “아빠, 정말 멋져!”라고 중얼거렸다.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설명들을 따라가기 힘들어했던 것이 그 어린 소년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극장엔 대부분 한국인 관객들

일요일 오후에 다시 할리우드의 차이니즈 만 극장을 찾았다. 오후 2시50분, 600석 규모의 상영관에는 11% 정도가 찼는데, 그중 대부분이 한국 사람들이었고 아이들을 데리고 온 미국인 가족이 몇몇 눈에 띄였다. LA에서 <디 워>는 한국인들의 영화였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디 워>가 어느 나라 영화인지 알지 못하는 듯했다. 심지어 프리미어장에서 만났던 행사 설치요원은 내게 왜 이렇게 아시아인이 많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한국에서 <디 워>를 보았던 지인들은 한국 영화관에서는 영화가 끝나고 박수를 치는 관객으로 떠들썩했다는데 솔직히 좀 부럽기도 했다고 했다. <영구와 땡칠이>를 기억하는 세대들의 열정적인 추임새와 함께 보는 <디 워>는 어떤 것이었을까. LA의 <디 워>는 그런 마법이 빠진 채, 어이 없는 대사와 멍한 연기, 진지하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지게 하는 플롯 등, 여러 가지 엉성한 요소들 때문에 터져나오는 실소로 의도하지 않은 코미디가 되어버린 감이 있다. 사고를 당한 동료에 대해 어떻게 하느냐는 말에 “뭐, 녀석은 괜찮을 거야”라고 한마디로 무신경하게 내뱉는 장면이라든지 주인공이 가슴에 총을 맞고도 “괜찮아”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서는 장면에서는 객석의 웃음소리가 유난히 컸다.

배급사의 전략은 텔레비전과 인터넷 트레일러를 통해 광고를 한 뒤 한인 커뮤니티를 주요 타깃으로 해 언론의 본격적인 리뷰가 나오지 않는 첫주에 승부를 걸고자 한 것 같다. 주말 개봉 이후 <LA타임스>를 비롯한 현지 언론으로부터 혹독한 리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으로 볼 때 이해가 가는 전략이기도 하다. 공통적인 반응은 부실한 플롯, 엉망인 대사 등에 대한 혹평이다. <LA위클리>는 “<디 워>는 웃기려고 하는 부분에서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더 웃긴 영화, 케이블에서 방송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술 취한 친구들을 불러놓고 같이 볼 영화”라고 꼬집는다. 5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9월14일 개봉 첫주 주말 5위로 올라선 <디 워>는 월요일에는 6위로 떨어졌고, 화요일에는 8위로 떨어졌다. 박스오피스 집계 전문 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디 워>의 매표 수입은 일요일부터 급감하기 시작해서 9월18일(화) 기준으로 1일 평균 40%의 하락율을 기록하고 있다. <디 워>는 개봉 2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10위를 차지했다.

태평양 건너 간 <디 워> 논쟁

호러블 보이부터 WWE 경기 피켓 시위까지

WWE 중계 중의 "<디 워> 보지마" 피켓 시위

<디 워> 논쟁이 태평양을 건넜다. 인터넷 UCC사이트인 유튜브(www.youtube.com)와 IMDb(인터넷영화데이터베이스), 야후닷컴(www.yahoo.com) 등 영어권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한국인이 주도한 <디 워> 관련 논쟁이 한창이다. 특히 유튜브에서는 지난 9월15일 Justinwar라는 아이디의 10대 소년이 “<디 워>는 올해 최악의 영화”라는 동영상 감상문을 올리자 한국인 악플러들이 일제 공세를 퍼부었다. “연기도 호러블하고 특수효과도 호러블하다”라며 시종일관 ‘호러블’(Horrible)이라는 표현을 쓴 탓에 ‘호러블 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소년의 동영상은 순식간에 5만8천여건의 페이지뷰와 176개의 리플을 기록했고, 리플의 대부분은 한국인 악플러들의 원색적인 공격으로 가득 채워졌다. 특히 한국인 악플러들은 ‘깜둥이’(Nigger)처럼 영어권에서는 금기에 가까운 인종차별적 표현들마저 여과없이 사용하고 있다.

해당 동영상이 국내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으로 옮겨져 또다시 리플 전쟁을 낳고 있는 상황에서, ‘호러블 보이’는 유튜브에 2부작으로 이어지는 <디 워> 리뷰를 올려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왜 자신이 <디 워>를 최악의 영화라고 생각하는가”를 조리있게 설명한 소년은 “나는 한국을 욕하는 것이 아니며 <디 워>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한국이라는 나라를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냥 평범한 십대 소년이고 개인적인 감상을 비디오로 만들 뿐이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 성숙한 사람들이니 성숙하게 행동해달라”며 한국인 악플러들에게 충고를 보냈다. 이에 몇몇 한국인 네티즌은 “국가주의적인 한국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이 국가의 정체성이라고 여긴다”고 말하며 한국인 악플러들의 원색적인 모욕을 너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주기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미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급속한 하락세를 겪고 있는 <디 워>의 최종성적이 1천만달러를 넘지 못할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안 국내 <디 워> 팬들의 파상공세로 몸살을 겪어온 IMDb와 야후닷컴의 영화 별점평가 섹션 역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때 높은 점수까지 치솟았던 <디 워>의 IMDb의 이용자 점수는 현재 10점 만점에 5점을 기록 중이다. 재미있는 것은 여전히 이용자들의 점수 분포가 극단적으로 10점 만점과 1점에 몰리는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인 이용자들이 IMDb 게시판의 점수 매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야후닷컴의 영화 별점 평가에서도 <디 워>는 9월20일 현재 C+의 낮은 평점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북미 관객의 평가와 흥행성적이 기대를 훨씬 밑도는 가운데, 미국 WWE 프로레슬링의 한 관중이 “<디 워> 보지마”(Don’t See D-WAR)라고 쓴 피켓을 쳐들고 있는 장면이 캡처되어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디시인사이드 <디 워> 갤러리’의 한 이용자가 WWE 프로레슬링 경기의 국내 중계 방송분에서 캡처한 장면으로, 네티즌 사이에서는 해당 장면이 합성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두고 팽팽한 설전이 벌어졌다. 이 같은 설전은 한 네티즌이 합성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경기 동영상 일부를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마무리됐다. 해당 동영상 캡처는 현재 국내 유머 게시판과 블로그를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다.

한편, 많은 네티즌은 북미 언론들의 리뷰가 일부 국내 언론과 <디 워> 팬들에 의해 심각하게 오용되고 있다며 성토에 나섰다. 특히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뉴욕타임즈>의 리뷰다. 심형래 감독 역시 미국 시사 직후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재미없이 볼 수 없는 영화(It’s impossible not to be entertained)라고 평가해주었다”며 <뉴욕타임즈> 리뷰를 인용했고, 많은 언론들 역시 해당 인용구를 대표적인 격찬으로 간주해 기사에 실어왔다. 하지만 <뉴욕타임즈>의 리뷰어는 “영화는 숨가쁘고 정신착란적인 스튜로, 즐기지 않는다는 게 불가능하다”(It is such a breathless, delirious stew, it’s impossible not to be entertained, provided)라는 문장 뒤에 다음과 같은 조건을 붙여놓았다. “물론, 유머감각이 있어야 하는 건 필수적이다.”(this is crucial you have a sense of humor)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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