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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끔찍한 이면 <딕시칙스: 셧업 앤 싱>

뮤지션들이여, 우리는 지금 입 닥치고 노래만 부를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딕시 칙스는 여성 뮤지션으로서 최고의 음반 판매량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컨트리 뮤직의 언니들이다. 이들이 거침없이 인기가도를 달리던 2003년,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우기며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때마침 런던에서 공연 중이던 딕시 칙스. 메인 보컬인 나탈리가 관중을 향해 외쳤다.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 출신이라는 게 부끄럽군요.” 이 한마디,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 말이 이들의 인기에 제동을 걸었다. 대부분이 공화당 지지자들인 컨트리 뮤직 팬들은 딕시 칙스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고,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국은 딕시 칙스의 노래를 틀지 않았다. 이들의 논지는 단 하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자는 국가를 모독한 자라는 것이다. 부시의 지지율이 사상 최대로 높았던 시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들에 대한 비난과 위협은 ‘다양성’을 노래하는 미국의 끔찍한 이면을 엿보게 한다.

영화는 2003년 문제의 발언 이후,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친 세 여자를 따라가며, 인기를 잃은 대중 가수의 불안감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뮤지션으로서의 자존심을 담아낸다. 사이사이에 이라크 전쟁을 전하는 뉴스 클립과 미국 대중문화가 딕시 칙스라는 뜨거운 감자에 대응하는 모습 등이 삽입된다. 부시의 인기가 바닥을 치기 시작하면서 딕시 칙스의 재기는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용감한 언니들도 부시를 부끄러워하는 것과는 별개로 조국에 대한 애정, 군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 말하자면, 그다지 과격해 보이지도 않는 이 밴드를 마녀사냥하는 저쪽도, 그런 뮤지션들조차 찾아보기 힘든 이쪽도 모두 답답하긴 마찬가지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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