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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과 애증 병존의 남녀관계 <트러블 앤 섹스>
안현진(LA 통신원) 2007-11-07

결승점이 다른 남녀의 ‘사랑과 전쟁’

친구 결혼식의 들러리로 만난 시트콤 작가 세스(프렌치 스튜어트)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첼시아(브리짓 윌슨)는 첫눈에 서로에게 끌린다. “세번의 식사”라는 첼시아의 데이트 룰에 따라 허겁지겁 조건을 채운 두 사람은 속궁합을 확인한 뒤 동거에 들어간다. 여기까지가 이 영화가 보여주는 로맨틱코미디의 전부라면 나머지는 동거부터 시작한 커플의 충돌과 애증 병존의 남녀관계를, 시트콤과 관계조정 드라마의 성긴 조합으로 보여준다. 감독이 여성혐오자라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결혼에 맹목적인 첼시아와 더불어 다른 여자 캐릭터들도 멍청하거나 이기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갖은 공을 들여 프러포즈를 받으려던 첼시아의 사랑은 결혼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적대적으로 돌변한다. 영화는 파국으로 치달은 관계를 코미디로 표현하는데, 애완동물을 납치하고 제모제로 머리카락을 녹여버리는 등의 상황은 웃기기보다 황당하다. 세스가 각본을 쓰는 시트콤 <로니와 줄리엣>은 극중극의 구조로 악화일로의 관계를 재연하고, “누가 이걸 재밌다고 생각하냐”는 여배우의 불만은 관객의 심정을 대변한다. 매력도 설득력도 없는 이야기를 끝까지 보게 되는 건 결혼식을 향하는 두 사람의 행복한 첫 장면이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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