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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9·11’ 영화 <나는 전설이다>
주성철 2007-12-12

텅 빈 뉴욕을 질주하는 쾌감, 포스트 9·11 시대의 블록버스터

가까운 미래의 뉴욕,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인류가 멸망하고 오직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만이 살아남는다. 인류의 90%는 그가 ‘Dark Seeker’라 이름 붙인 변종인간 혹은 좀비로 변해버렸다. 그렇게 네빌은 사랑하는 아내와 딸도 잃은 채 매일같이 라디오 방송을 송신하며 또 다른 생존자를 찾고 있다. 더불어 네빌은 면역체를 가진 자신의 피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어내고자 애쓴다. 그런 가운데 네빌은 자신이 가장 아끼던 개를 그들에게 잃고 슬픔 속에 변종인간 무리와 싸운다.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그는 누군가에 의해 구조되고 또 다른 생존자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또 한편의 ‘포스트 9·11’ 영화라고나 할까. <나는 전설이다>는 원작의 무대인 LA를 뉴욕으로 바꾸면서 종말론적인 판타지와 공포를 그린다. 리처드 매드슨의 원작을 바탕으로 앞서 만들어진 두편의 영화 <지구 최후의 사나이>(1964), <오메가맨>(1971)과 비교하자면 현재의 기술력으로 더욱 멋진 ‘텅 빈 세계’를 만들어냈다. 네빌이 수풀이 우거진 타임스스퀘어를 가로질러 사슴을 사냥하고, 전망 좋은 활주로에서 유유히 골프를 즐기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없었던 나머지 예쁜 마네킹과 대화를 시도하고, 두 동강난 브루클린 다리 위에서 하염없이 다른 생존자들을 기다리는 모습은 정말 세상이 텅 빈 것 같은 묘한 쾌감을 준다. 네빌 개인이 겪는 고독과 혼란에 대한 묘사도 꽤 인상적이다. <콘스탄틴>(2005)으로 데뷔했던 프랜시스 로렌스는 <28일후…>(2002)와 <새벽의 저주>(2004) 등으로 가속화된 이른바 ‘좀비영화들의 속도전’ 속에서 흔들림없이 자기만의 무늬를 새겨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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