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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다하르 Kandahar
2001-11-02

거장의 손길

이란/ 모흐센 마흐말바프/ 2001년/ 85분

국내 개봉된 동화 같은 판타지영화 <가베>를 만든 모흐센 마흐말바프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충격적이다. <칸다하르>는 로드무비 형식으로 아프가니스탄 국경 근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지뢰로 죽어가는 처참한 현장을 다큐멘터리처럼 엮어내고 있다.

정치적 목소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에도 주제는 선명하고, 전개를 예측하기 곤란한 픽션으로서의 재미 속에 낯선 이국 풍경을 재치있게 잡아내고 있다. 내전중에 탈출해 캐나다에서 새 삶을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의 저널리스트 나파스는 절망스런 편지 한통을 받는다. 거기에는 다가오는 개기일식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여동생의 소식이 담겼다. 나파스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예전에 탈출했던 길로 다시 들어갈 결심을 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의 국경지역에 자리한 피난민 캠프를 가로지르는 길이었다.

영화는 그 길에서 시작되고, 나파스의 눈을 통해 드러나는 고통의 현장들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 된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 나란히 배치된 한 장면이 웅변적이다. 하늘 저 멀리 낙하산을 타고 뭔가가 흔들흔들 내려온다. 언뜻 보면 사람 하반신 모양의 마네킹이다. 지뢰로 다리를 잃은 수많은 피난민들에게 의족이 되어줄 일종의 구호품이다. 낙하산이 땅에 닿을 무렵, 다리를 절룩대는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새로운 다리를 먼저 차지하려 경쟁적으로 달려든다.

마흐말바프는 자기 딸과 동갑내기인 12살의 아프가니스탄 소녀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뒤 그의 영화 이력서에 가장 격렬하고 비판적인 작품을 내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