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PIFF Daily > 6회(2001) > PIFF 2001
이든 Eden
2001-11-02

거장의 손길

월드시네마|프랑스·이탈리아·이스라엘|아모스 지타이|2001년|91분

아모스 지타이 영화를 보는 데는 몇 가지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우선 그가 배타적인 시오니스트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아랍과의 전쟁에 이스라엘군으로 참전한 경험이 있으며, 뒤에 시오니즘에 비판적인 입장이 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스라엘을 떠나 유럽 각국을 전전하며 영화를 만들어오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의 모든 영화는 그의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유대인의 디아스포라적인 삶과 그들이 머무는 공간의 탐구(지타이는 건축학 박사이기도 하다)에 바쳐진다는 점.

<이든>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비워감으로써, 유목민들의 정착을 향한 욕망의 딜레마를 드러내는 특이한 작품이다. 미국에서 이주해온 공산주의자이며 시오니스트인 건축가가 아내와 함께 살아간다는 줄거리지만,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심인물들이 의미심장하지 않은 대사와 동작을 이어가는 동안, 들판에선 많은 사람들이 어떤 건축물을 짓는 데 몰두하고 있으며 카메라는 멍하게 그들을 지켜본다. 결국 중심인물들은 어떤 완결된 행위도 보여주지 않으며, 건물은 끝까지 완성되지 않는다.

<이든>은 제목의 의미와는 반대로 불비(不備)와 결핍의 상태로 관객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관람은 약간의 고통을 동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