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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젊음을 가지고 무엇을 했니 <더 게임>
오정연 2008-01-30

이기면 30억원을 얻지만, 지면 자신의 젊은 육체를 넘겨야 하는 내기

게임의 판돈이 커지면 이성은 자취를 감춘다. 여자친구(은성)의 빚을 갚아줘야 하는 거리의 화가 민희도(신하균)가 금융계의 거물 강노식 회장(변희봉)의 제안에 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기면 현금 30억원을 손에 쥘 수 있지만, 지면 자신의 젊은 육체를 넘겨야 하는 내기. 민희도는 모든 것을 거는 자신과, 재산의 일부를 건 강 회장의 판돈이 애초에 서로 다름을 눈치채지 못한다. 정해진 수순처럼 민희도는 패하며, 둘은 서로의 뇌를 바꿔 이식한 뒤, 각자의 방식으로 2라운드를 준비한다. 일본 만화 <체인지>에서 차용한 <더 게임>의 아이디어는 제법 흥미롭다. 노인의 육체 안에서 눈을 뜬 청년, 젊은 몸을 얻었지만 말투와 사고방식, 행동거지는 과거를 잊지 못하는 노인의 한계는 꽤나 쏠쏠한 유머의 코드가 된다. 갑자기 나타난 할아버지를 조카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희도의 삼촌(손현주)이 보여주는 반응이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빅> <스위치> <18 어게인>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등 과학 상식을 가볍게 무시한 채 유쾌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할리우드 코미디물의 훌륭한 전통을, 나이를 중시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풀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더 게임>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라는 점이다. “네 젊음을 가지고 무엇을 했니”라는 식의 오랜 잠언을 준엄하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일단 잘못된 그릇을 택한 이상 제아무리 절절한 교훈도 그저 실소를 유발한다. 무엇보다도 고난도의 1인2역이라는 탐나는 설정에 이끌렸을, 하나같이 성실한 좋은 배우들의 재능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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