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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정치학의 최전선
2001-11-02

두산 마카베예프 회고전

“Fuck freely!” 성과 정치의 상관관계, 그리고 성의 해방을 영화적 화두로 삼았던 서구의 그 어떤 감독보다도 진보적이고 과격한 유고슬라비아의 거장 두산 마카베예프의 작품들이 부산을 찾는다.

유고슬라비아 뉴웨이브를 주도한 마카베예프는 어떤 형태의 억압도 존재하지 않는 진정한 성해방의 사회를 지향했다. (1971)가 그 대표적인 작품. 미국과 유고슬라비아에서 제작한 이 영화는 성과 노동 해방을 주창했던 빌헬름 라이히의 생애와 이론에 관한 자료화면을 토대로 한 기록영화와 자유연애주의자인 유고 여성에 관한 극영화를 교차해 보여주고 있다.

WR은 성의 에너지인 오르곤을 연구한 공산주의 학자 빌헬름 라이히를 지칭하는 동시에 세계 혁명(World Revolution)을 뜻하고 있는데, 이처럼 영화는 성의 해방과 세계 혁명이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주장, ‘사랑과 노동의 해방이 진정한 노동자사회를 열어준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남성 파시즘에 죽음을, 여성에게 자유를!”이라는 신념을 부르짖던 극 속의 주인공 밀레나는 러시아의 인민배우를 유혹하지만, 이 연애사건은 끔찍한 비극으로 치닫는다.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진정한 성 해방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는 마카베예프의 비관은 <스위트 무비>(1974)로 이어진다. <스위트 무비>는 제목과 달리, 도착적인 성애와 죽음의 이미지로 가득한 작품. 미스 월드로 뽑힌 여성과 칼 마르크스의 동상을 단 배의 여선장이 벌이는 변태적이고 도착적인 성애를 그리고 있는데, 두 여인이 각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상징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1980년대 이후 혁명의 꿈이 좌절되면서, <코카콜라 키드> <발트하임의 음모> 등 마카베예프의 작품들도 힘을 잃었다. 그러나 1993년에 내놓은 <정오에 목욕하는 고릴라>는 베를린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하고, ‘포스트 공산주의 키치’로 불리는 등 화제를 모았던 작품. 부산영화제에서는 <스위트 무비> <정오에 목욕하는 고릴라>를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