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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아름다운 관용의 철학 <아주르와 아스마르>
최하나 2008-02-20

미셸 오슬로가 전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관용의 철학

금발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소년 아주르와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가진 소년 아스마르. 빛과 그림자처럼 다른 두 소년은 아주르의 유모이자 아스마르의 엄마인 제난의 손에서 형제처럼 자라난다. 제난은 소년들에게 머나먼 검은 산에 갇힌 아름다운 요정 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모든 것에 경쟁심을 불태우던 두 소년은 서로 먼저 진을 구하겠노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아들이 유모의 자식과 어울리는 것에 못마땅해하던 아주르의 아버지가 그를 도시의 기숙학교로 떠나보내고 제난과 아스마르를 쫓아내면서 두 소년은 뿔뿔이 흩어진다. 세월이 흘러 청년으로 성장한 아주르는 꿈꾸던 요정 진을 찾아 나서고, 그 여정의 와중에서 아스마르를 만나게 된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프린스 앤 프린세스> <키리쿠와 마녀> 등 환상과 전설의 세계를 진귀한 수공예품으로 직조해냈던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장인 미셸 오슬로의 작품으로, 그가 최초로 시도한 3D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한장을 펼쳐 읽어주는 듯한 이야기는 전통적인 민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름답고 용맹한 두 청년과 자애로운 어머니, 구원을 기다리는 요정 등 익숙한 클리셰들이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하고 있지만 미셸 오슬로는 이에 더해 동서양 문화의 소통, 차이와 다름에 대한 관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주르의 푸른 눈을 저주받은 것으로 공격하는 아랍인과 “여기는 플루트가 없어!” “여기는 스튜가 없어!”라고 외치며 아랍 문화에 대한 폄하만을 일삼는 백인의 모습이 배척과 불관용을 상징한다면, 경쟁의 레이스를 벗어나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다양한 색깔이 공존해 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부드럽게 노래한다. 농도 짙은 교훈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은 마법과도 같은 시각적 체험이다. 오슬로의 손을 타고 탄생한 3D는 실사에 근접한 품새를 뽐내는 대신 그림책을 도려낸 듯한 특유의 질감에 절묘한 색채의 향연을 더한다. 극도로 세밀하면서도 우아하게 재현된 아라베스크 양식의 건물들, 모자 끝에 꽂힌 깃털 하나에 이르기까지 눈이 부실 정도로 아찔한 색채를 발산하는 캐릭터들은 시각적인 황홀경을 선사한다. 레바논 출신의 프랑스 작곡가로 <베티블루> <잉글리쉬 페이션트> 등의 영화음악을 작업했던 가브리엘 야레의 우아하면서도 애잔한 음악은 눈의 즐거움을 넘어서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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