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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투표
2001-11-02

아시아영화의 힘

아시아영화의 창|이란·이탈리아|바박 파야미|2001년|100분

<비밀투표>는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다큐멘터리 <민주주의의 실험>에서 힌트를 얻은 작품이다. 지방 투표가 있는 날, 어느 외딴 섬에 선거기관원인 젊은 여성이 도착한다. 선거기관원과 투표함을 호위하라는 명령을 받은 병사는 ‘여자’의 리드를 당해야 하는 게 영 마뜩하지 않다.

둘은 민주주의와 법의 가치를 두고 내내 옥신각신한다. 민주주의의 이상에 들떠 있던 여자는 종교와 관습, 심지어 언어도 다른, 다양한 유권자들을 만나게 되지만, 저마다의 견고한 가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투표의 효용성에 대한 설득은 잘 먹혀들지 않는다. 별 수확없이 돌아가는 길, 여자의 이상에 매료된 병사는 투표용지에 그녀의 이름을 적어준다. 그것은 희망.

바박 파야미 감독은 “한번에 모든 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대사를 통해, ‘공존’과 ‘소통’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 이란사회의 오늘을 따뜻한 눈길로 보듬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투표함이나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신호등처럼 비현실적인 설정도 거슬리지 않는, 어른들의 동화. “이란영화의 네오리얼리즘 흐름에서 이탈한 영화”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올 베니스영화제에서 가장 뜨거운 찬사를 받았고, 감독상과 넷팩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