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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에 불시착한 ET의 모험담 <워터호스>
강병진 2008-03-19

정 붙일 곳 없는 소년과 전설의 괴물, 손가락을 맞대다

외로운 소년에게 친구가 생겼다. 전장으로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사는 앵거스(알렉스 에텔)는 어느 날 동네 호숫가에서 못생긴 알 하나를 줍는다. 알에서는 새인지, 물고기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이 깨어나고 앵거스는 그에게 크루소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둘은 비밀스러운 우정을 이어가지만, 이들의 단란한 시간을 어른들이 가만 놔둘 리 없다. 엄마는 언제나 엄격한 규율을 내세워 앵거스를 감시하고, 군사훈련이란 명분으로 집을 점거한 군인들은 안 그래도 좁은 크루소의 행동반경을 더욱 죄어온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날이 갈수록 커지는 크루소의 덩치. 결국 앵거스는 크루소의 자유롭고 안전한 삶을 위해 그를 네스호로 이끈다.

아이들에게 동물은 영혼의 친구다, 라고 많은 영화들은 이야기했다. 동물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든 생명체들은 여러 영화에서 아이들의 보호본능과 눈물을 일깨웠다. “고아처럼 혼자 태어나 자라는” 신비의 동물과 외로운 소년은 더욱 좋은 짝꿍일 것이다. 네스호의 괴물 ‘네시’를 소재로 삼은 <워터호스>는 네스호로 헤엄쳐온 프리 윌리 혹은 스코틀랜드에 불시착한 ET의 모험담이다. 외로운 소년이 자신보다 더 딱한 생명체를 양육하며 성장하는 가운데 어른들의 이기심이 그들을 위협해 이별한다는 이야기. 몇몇 장면에서는 감독이 <E.T.>와 <프리 윌리>에 오마주를 바치는 듯한 태도가 보인다. 아이들은 네스호를 헤엄치는 크루소의 모습만으로도 탄성을 지르겠지만, 부모 관객은 과거의 ‘애완’영화들보다 더 빈약해진 감동에 무덤덤할지도 모른다. <꼬마돼지 베이브>를 쓴 딕 킹 스미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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