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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으로 끝나는 사랑의 마지막 모습 <나의 스캔들>
정재혁 2008-03-26

남자 고등학생과 미술 선생님의 치명적인 사랑

고등학생 현우(이준)는 새로 온 미술선생 선아(서린)를 친근하게 느낀다. 이미 중학교에서 한차례 학생과 교생으로 만났던 둘은 옛 기억을 되살리며 점점 친해진다. 미술실에서 편안하게 담배도 피우고 밖에선 함께 피자도 사먹으며 사제 관계 이상으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여기 현우의 사촌형이자 선아의 남자친구인 인준(강신철)이 등장한다. 어릴 때 부모를 잃어 큰집에서 자란 현우는 사촌형 인준을 그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 <나의 스캔들>은 사제 관계에 형제간 사랑다툼을 끼워넣으며 파국으로 이를 수밖에 없는 삼각관계를 그린다.

<나의 스캔들>은 신상옥 감독의 아들이자 <삼양동 정육점> <스무살> 등을 연출했던 신정균 감독의 신작이다. 신정균 감독은 전작에서 그러했듯 <나의 스캔들>에서도 꼬이는 인간관계 속에 비극으로 끝나는 사랑의 마지막 모습을 처연하게 그린다. <삼양동 정육점>에서 감방 생활을 마치고 나온 남자가 전 담당형사와 함께 살고 있는 애인을 목격하고, <스무살>에서 여자가 포르노 비디오물을 찍자는 남자친구의 요구를 승낙하듯 신정균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은 빠져나갈 수 없는 어떤 치명적인 함정에 빠진다. 그리고 감독은 그걸 운명이라 믿는다. <나의 스캔들>은 사제간의 사랑을 아슬아슬한 로맨스로 바라보지 않는다. 현우와 선아는 죽음이라 정해진 종착역을 향해 그저 기운없이 걸어간다. 여기선 사랑이 운명을 결정하고 그 운명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지나친 감상주의와 회의론은 영화를 느슨하게 만든다. 자주 언급되는 과일 체리, 장 레옹 제롬의 그림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등도 그 상징이 매우 집접적이라 필요없는 주석처럼 느껴진다. 남고생과 여선생의 로맨스를 그렸음에도 사랑의 감정보단 파국의 실패가 더 두드러지는 영화. <로드무비>에서 여자주인공 일주로 출연했던 배우 서린이 미술선생 선아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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