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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의 밤과 낮 <스트리트 킹>
문석 2008-04-16

탐욕과 악행으로 점철된 LA의 밤과 낮

“이 도시에 천사가 살고 있다는 게 맞나봐요”라는 마리온 코티아르의 감격적인 오스카상 수상소감에도 불구하고 LA에서 천사가 살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천사의 도시’ LA를 배경으로 하는 <스트리트 킹>은 더 나아가 이곳엔 천사의 날개깃 부스러기조차 굴러다니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영화의 주인공 톰 러들로(키아누 리브스)는 LA경찰국 소속 형사로 수년 전 아내를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폭력성과 충동에 휘둘리고 있는 그는 법적 절차에 의지하기보다 자신의 손으로 범죄자를 처단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의 실현이라고 믿는다. 러들로는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한 쌍둥이 어린이 실종사건을 폭력적으로 해결한 뒤 증거를 조작하며, 이 덕분에 그의 상관인 잭 완더(포레스트 휘태커)는 총경으로 승진하게 된다. 하지만 내사과의 책임자 제임스 빅스(휴 로리)는 그의 탈법적이고 돌출적인 수사방식에 의문을 품고 내사를 진행한다. 한때 파트너였던 워싱턴이 빅스에게 자신의 불법행위를 폭로하고 있다고 생각한 러들로는 그를 뒤쫓아 식료품점으로 들어가지만, 갑자기 나타난 2인조 복면 강도는 워싱턴을 무참하게 살해한다.

<스트리트 킹>은 LA를 배경으로 음모와 배신, 무자비한 폭력의 세계를 그려온 제임스 엘로이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영화답게 경찰 내부의 거대한 부패 고리와 사면받지 못할 정도로 타락한 도시의 내면을 훑어낸다. 제임스 엘로이라는 이름과 썩어빠진 경찰이라는 이 영화의 소재는 자연스럽게 <LA 컨피덴셜>을 떠올리게 하는데, 실제로 두 영화는 비슷한 점을 여럿 갖고 있다. 범죄자들을 개인적으로 처형하는 러들로와 <LA 컨피덴셜>의 버드(러셀 크로)뿐 아니라 경찰 상부가 도시의 범죄를 재생산하는 주체라거나 영화 속에 단 한명의 선인(善人)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정 등은 두 영화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된다. 명백히 누아르 장르를 지향함에도 이 영화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건 LA의 눈부신 태양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반복적으로 삽입된 일출과 일몰의 이미지는 밝은 햇살조차 감추지 못하는 이 도시의 어두운 내면을 드러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트레이닝 데이> <S.W.A.T. 특수기동대> 등의 시나리오를 썼고, <하쉬 타임스>(2005)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엘로이의 원작을 충실히 영화로 옮기면서도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시도를 통해 누아르의 역사를 이어가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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