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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의 매력을 느낄만한 장르물 <패솔로지>
2008-04-16

내가 너를 어떻게 죽였는지 알아맞혀봐

모든 의사가 사람을 살린다는 것은 어쩌면 거짓말이다. “나는 의술의 신들을 증인으로 삼고 나의 능력과 판단에 의해 다음 선서를 준수함을 맹세하며 누구도 해치지 않겠다.” 유명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한 구절을 인용한 <패솔로지>는 당연히 그러하리라 믿는 의사의 본분을 거꾸로 뒤집어보는 상상의 스릴러다. 엘리트 의사들이 모인다는 메트로폴리탄 대학병원의 병리학(pathology)실. 테드 그레이(밀로 벤티밀리아)는 결핍없는 인생을 갖춘 젊은 의사다. 그는 핸섬하고 똑똑하며, 자기처럼 부족할 것 없는 여자친구 그웬(알리사 밀라노)과 약혼도 한 상태. 학문적 성취욕을 품고 뉴욕에 온 그는 동료 의사 제이크(마이클 웨스턴)의 손에 이끌려 일탈의 세계를 알게 된다.

시체 놓고 게임하기. 제이크 휘하의 명석한 젊은 의사 패거리는 사람을 살해하고 그 방법을 알아맞히는 내기를 밤마다 벌인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며,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기에 그들은 살인에 대한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이런 짓을 하는 우린 짐승이야.” 테드의 도덕적 양심과 극단적 쾌락의 욕망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승자는 후자다. 시체 옆에서 섹스하는 육체들, 수술대 위에서 벌어지는 신체 훼손 행위. 연인의 죽음도 비극의 복수 대신 다음 단계의 두뇌 게임을 낳을 뿐이다.

배를 갈라 장을 꺼내고 두개골을 쪼개 뇌를 집어드는 <패솔로지>는 호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매력을 느낄만한 장르물이다. (비록 짐작 가능한 패턴 안에 있긴 해도) 배신과 배신이 꼬리를 무는 플롯도 억지스럽지 않고,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스토리라 뒷맛도 불쾌하지 않다. 다만 마니아를 겨냥한 거침없는 B급 장르물이라고 보기엔 게임의 공식이 다소 평범해 보인다. 몇번 반복되면 게임 자체에 대한 흥미도 사라지고 허전함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또한 대중적이라 하기엔 잔인함의 수위가 높다. 영화의 주인공 밀로 벤티밀리아는 현재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의 스타. 그는 영화의 시나리오가 “인간의 이중성을 담아낸 점이 맘에 들어” 출연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쓴 마크 네벨딘은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액션물 <아드레날린24>의 공동감독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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