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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 함께 즐겨주세요
오정연 2008-04-18

‘기념’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파티’가 아닐까요. 거의 매주 영화제 기사를 싣는 영화주간지가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생일상은 영화제가 아닐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씨네21> 창간 13주년 기념 영화제. 5월2일부터 4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 1관과 2관에서 열립니다. 5월 초부터 하반기까지, 올해 안에 개봉을 앞둔 장편영화 10편과 지난 1년간 두각을 나타냈던 작가의 단편 6편을 모았습니다. 루이 말의 1974년작부터 오는 5월8일 개봉을 앞둔 로맨틱코미디 <프라이스리스>까지 테리 길리엄과 위시트 사사나티앙의 최근작과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 등의 장편영화가 여기 속합니다. <씨네21>의 이름으로 선정한 개막작 ‘<씨네21> 단편영화 컬렉션’도 놓치지 마시길. 아, 무엇보다 깜짝상영. 올해 개봉을 앞둔 영화로 단연 화제가 될 만한 장편 두편을 연달아 상영할 예정입니다. 깜짝파티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영작의 면모는 해당일 상영관에서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대해도 좋다는 말밖에, 현재로선 할 수 있는 말이 없으니 이해하시길. 정기구독자는 동반 1인 포함 10회 무료관람, 일반독자는 동반 1인 포함 5회 무료관람이 가능합니다. 참여 방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해주세요. 함께 즐겨주신다면 가장 큰 생일선물이라고 여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뜻깊은 행사에 협조해주신 한국영상자료원과 수입·배급사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한국영상자료원의 위치는 홈페이지 www.koreafilm.or.kr에서 약도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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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창간 13주년 기념 영화제 상영작 소개

1. <씨네21> 단편영화 컬렉션

<완벽한 도미요리>

볼 만한 단편을 극장에서 보는 것은, 괜찮은 장편 개봉영화를 개봉관에서 만나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독자에게 권할 만한 단편영화로 하나의 섹션을 만들기 위해 적용한 기준은 결국 <씨네21>의 안목이었다. 지난 1년간 첫 번째 장편을 완성하여 관객을 만난 감독 중에서 우리가 지지했던 이들이 누구인지를 떠올렸고 이들이 그전에 만들었던 단편을 골랐다. 당연한 일이지만, 단편 역시 한 차례씩은 지면을 통해 소개된 바 있는 작품들이었다. 개봉하는 장편애니메이션을 찾는 것이 까다로운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지난 1년간 지면을 통해 주목했던 작가의 작품 중 독자와 함께 보고 싶은 것을 골랐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수상작 <완벽한 도미요리>(나홍진/ 2005년/ 9분)에는 500만 관객을 끌어들인 힘있는 스릴러 <추격자>의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완벽한 요리를 위한 지난한 과정이 코믹하고 음산하다. 동정없는 세상을 만만찮은 거침없음으로 바라보는 양해훈 감독의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를 눈여겨봤다면 쫓고 쫓기는 부녀의 과거를 들춰내는 <친애하는 로제타>(양해훈/ 2007년/ 10분)를 권한다. <은하해방전선>의 산만 미학에 반했다면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윤성호/ 2004년/ 42분)을 보시길. <은하해방전선>은 차라리 양반이다. 독립애니메이션의 스타로 떠오른 장형윤 감독의 최근작 <무림일검의 사생활>(2007년/ 30분), 환경문제를 성찰하는 섬뜩한 작법이 인상적인 <소이연>(김진만/ 2007년/ 10분), 전래동화를 연상시키는 내러티브 안에서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낸 <천년기린>(원종식/ 2007년/ 17분) 등도 만날 수 있다.

2. <다윈 어워드> The Darwin Awards 미국 │ 2006년 │ 감독 핀 타일러 │ 90분

사무실 창이 방탄유리로 만들어졌음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던지고, 돈을 먹은 자판기를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려다가 자판기에 깔린다.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황당하게 죽어간 이들은 모두 다윈 어워드의 후보자들이다. 거창한 상의 이름은 “스스로를 제거함으로써 인류 유전자를 진보시켰다”는 이유로 정해진 것. 피만 보면 질겁하는 전직 형사 버로우즈(조셉 파인즈)는 다윈 어워드에 속할 만한 사례들을 분석하여 숱한 보험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보험조사원 시리(위노나 라이더)와 한팀이 된다. 죽음조차 이죽거리는 다윈 어워드의 취지에 어울리는, 발랄한 화법의 로맨틱코미디지만 ‘대체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쓸모없는) 일에 집착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가’라는 버로우즈의 화두는 은근히 묵직하다.

3. <라콤 루시앙> Lacombe Lucien 프랑스 │ 1974년 │ 감독 루이 말 │ 141분

고집스런 곱슬머리를 한 18살의 청소부 루시앙은 인생이 지지부진하다. 비시 정부 아래의 프랑스 시골마을에서 레지스탕스에 가입하고 싶었지만 나이가 어려 거절당한 그는 파티를 기웃거리다 독일 경찰에 잡히고, 그의 인생도 변한다. 독일군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그는 자신이 악행을 저질렀던 유대인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비전문 배우로 주인공에 캐스팅된 피에르 블레즈의 무뚝뚝한 연기가 돋보이는 <라콤 루시앙>은 루이 말 감독의 1974년작. 파격적인 내용 때문에 화제가 됐던 <데미지>, 누벨바그의 전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등으로 기억되는 루이 말의 잊혀졌던 고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소설가 파트릭 모디아노가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썼는데, 그의 소설 <팔월의 일요일들>은 그 제목만 국내 독립장편영화에 차용된 바 있다.

4. <브로큰 잉글리쉬> Broken English 미국, 프랑스, 일본 │ 2007년 │ 감독 조 R. 카사베츠 │ 97분

“요즘 젊은 여자들은 정말 힘들게 사는 것 같다. 온 세상에 가능성이 널려 있어서 정말 혼란스러울 거야.” 뉴욕을 살아가는 30대 미혼여성 노라 와일더(파커 포시)가 어머니(지나 롤랜즈)에게 듣는 말이다. 절친한 친구는 겉보기에는 완벽한 결혼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자신과 인연을 맺는 남자는 모조리 머저리거나 한량인 한심한 상황. “뭔가 아주 끔찍하게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는” 그녀의 심정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꽤나 절절하다. 언어 때문에 종종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프랑스 남자(멜빌 푸포)를 만나면서 노라는 점차 성장한다. 대도시 미혼녀의 서글픔을 담았다는 이유로 <섹스 & 시티>를, 미국과 유럽의 문화적 차이를 드러내는 유머 때문에 <파리에서의 이틀> 등을 좋아했던 이들에게 권한다.

5. <프라이스리스> Hors de prix 프랑스 │ 2006년 │ 감독 피에르 살바도리 │ 104분

영어 제목을 그대로 읽은 이 영화의 제목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이란 뜻이다. 어울리는 주어로 ‘사랑’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기적은 존재한다는 것이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의 일관된 주문. <아멜리에>의 깜찍한 요정 오드리 토투를 나이 든 갑부로부터 명품을 뜯어먹는 일로 연명하는 속물적인 여인 아이린으로 변신시킨 <프라이스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우연히 만난 일급호텔 직원 장(게드 엘마레)을 재벌로 착각하여 인연을 맺은 아이린, 과연 진짜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까. 노골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다소 뻣뻣하지만, 같은 재벌 혹은 같은 꽃뱀이라도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제법 흥미롭다.

6. <타이드랜드> Tideland 캐나다, 영국 │ 2005년 │ 감독 테리 길리엄 │ 120분

어정쩡한 할리우드판타지 <그림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과 함께, 테리 길리엄 감독이 7년의 공백을 깨고 비슷한 시기에 완성한 두편의 영화 중 하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한 구절을 읊조리는 소녀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타이드랜드>는 아버지의 헤로인 주사를 준비하고 약에 취한 어머니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한 일과인 9살 소녀 젤리자 로즈(조델 퍼랜드)의 시선을 취한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은 어머니를 버려두고 아버지의 고향집에서 살게 된 젤리자의 기괴한 이웃이 하나씩 등장하는 과정은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는 <그림형제…>처럼 보이지만, 공존보다는 감정 혹은 환각의 실제적인 개입을 나름의 화법으로 그린다는 면에서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 시절로 돌아간 셈이다. 구역질나는 현실을 드러내는 시각적 반어법이 매혹적이다.

7. <카르마> Unseeable 타이 │ 2006년 │ 감독 위시트 사사나티앙 │ 98분

타이의 공포, 외부에서 바라보는 타이의 아름다운 공포는 이런 것이다. 위시트 사사나티앙은 이런 각오가 아니었을까. 임신 직후 도시로 떠나간 남편을 찾아 만삭의 누알이 상경한다. 타인의 접근을 막는 과부의 대저택의 별채에 머물면서 몸을 푼 누알은 땅을 파는 남자, 인형을 만지작거리는 노파, 늘 도망다니는 소녀 등 저택을 감싼 온갖 미스터리에 마음을 빼앗긴다. 떠나는 것도, 미혹을 떨치고 모른 척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와 시골 사이에 정글이 있다는 듯 푸른 정원을 배경으로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저택을 헤매는 카메라는 동양의 고급스런 호러를 표방하며, 과부에 대한 소문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타이 에로물의 명성을 염두에 둔 듯도 하다. 꼬리를 무는 반전과 사운드는 보편적인 장르의 공식에 충실한 결과다.

8. <젤리피쉬> Meduzot 프랑스, 이스라엘 │ 2007년 │ 감독 쉬라 게펜, 에트가 케렛 │ 78분

텔아비브를 가득 채운 것은 폭탄테러와 정치적 갈등만이 아니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신인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젤리피쉬>는 결혼식과 노인문제, 우울한 영혼의 자살시도 등도 텔아비브의 오늘을 이룬다고 말하는 듯하다. 결혼식장 전문 웨이트리스(사라 애들러), 다리를 다쳐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한 신혼부부(노아 놀러, 게라 샌들러), 히브리어를 하지 못하는 필리핀 가정부와 그녀의 시큰둥한 고객을 주인공으로 각각의 인물들의 쓸쓸한 여정을 좇는, 이른바 멀티 플롯 영화다. 이스라엘에서 단편소설로 유명한 작가 에트가 케렛과 그의 부인 쉬라 게펜이 공동 연출했지만, 시나리오는 게펜이 썼다. 극적이지 않은 쓸쓸함과 관계에 대한 미묘한 희망을 드러내는 방식은 문학적이라기보다는 영화적이다.

9. <이노센트 보이스> Voices inocentes 멕시코, 미국, 푸에르토리코 │ 2004년 │ 감독 루이스 만도키 │ 120분

“지금도 전세계 40여개국 이상에서 30만명 이상의 아이들이 분쟁지역에서 군인으로 무기를 들고 있다.” 1980년대 중반, 12살이 되면 정부군과 반군 둘 중 한곳에 끌려가게 되는 엘살바도르 내전의 한복판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이노센트 보이스>의 마지막 자막이다. 병든 사회의 최초, 최고의 피해자는 바로 어린이다. 전쟁이 시작된 뒤 미국으로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동생과 어머니를 돌보는 11살 소년 차바(카를로스 파디야)는 어느 편에서 총을 잡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처지다. <피쇼테> <시티 오브 갓> <살바도르> 등 내전과 폭력으로 얼룩진 중남미를 그린 영화와 달리 아직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폭력을 체화하지 않은 소년의 눈높이에 철저히 맞추어 진행되는 방식이 더욱 큰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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