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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 성노동: 그녀와 그녀 사이

4월22일부터 5월5일까지, 미디어극장 아이공

‘성’은 가장 개인적이면서 가장 정치적인 영역이다. 가장 내밀하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되는 사생활의 영역인 동시에 권력관계가 치열하게 작용하는 공적인 영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침실 속의 성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매매되는 성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굴거나 존재하지 않는 듯 무시하며 살아간다.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성매매’와 ‘성매매 여성’들이 온 국민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 관심은 지속적이지 못했고 시원한 해결책이나 바람직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한 채 그 이전과 별 다를 것 없는 상태로 돌아갔다. ‘여’성 혹은 여‘성’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온 페미니스트 진영에서조차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데, 그것은 성매매를 남녀간의 왜곡된 권력구조에서 파생된 기형적인 거래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의 노동권을 주장하고 나서자 문제는 더욱 복잡 미묘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미디어극장 아이공이 4월22일부터 5월5일까지 마련한 ‘성노동: 그녀와 그녀 사이’에서 선보이는 다큐멘터리들은 성매매를 둘러싼 분열된 논란들과 그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상영프로그램 중 눈에 띄는 것은 대만의 성노동자와 후원자 조합인 COSWAS 특별전이다. 공창제도를 시행 중이던 대만 타이베이에서 1997년 천수이볜 시장은 공창제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로 인해 공창으로 등록되어 있던 수백명의 여성이 갑자기 실직 상태가 되었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자 그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성매매 여성들과 그들을 돕는 자원활동가들이 거리로 나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공창제의 부활을 요구하게 된다. COSWAS의 다큐멘터리가 성매매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백하다. 취업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택한 성매매는 성노동이며 그것은 다른 노동권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단체가 후원하고 있는 성노동자 출신 여성들이 태생적으로 교육받을 기회나 다른 직업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했고, 이미 중년에 접어든 현재로서는 재교육이나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현실을 직시하도록 한다. 성노동자들에게 성노동이 아닌 다른 길을 찾으라고 하는 것은 관념적인 해결책이며 그들을 권력구조의 희생자로 매도하는 것 역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COSWAS의 다큐멘터리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주장이다.

<언니>

이에 반해 한국의 성노동자 담론전의 <언니>는 한국 현실에서 성매매는 단순히 섹스를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지배권을 사고파는 것이라며 성매매 근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인다. 이 영화에서 ‘언니’란 성매매 여성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그들은 남성 위주의 성문화가 만들어낸 왜곡된 성매매 구조의 희생양이며 피착취자로 그려진다. 우리나라 성매매 현장의 적나라한 현실을 폭로하는 증언과 성매매 금지의 현실적, 이론적 근거들을 조근조근 밝히는 여성단체의 주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이 섹션의 다른 작품 <언 고잉 홈>은 입양된 트랜스젠더 동성애 성노동자라는 매우 독특한 지위에 놓인 인물 혜진의 뒤를 따라간다. 그는 모든 성담론의 중요한 부위들을 가로지르고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가질 수 없는 존재다. 혜진은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성정체성은 여성이고 그러면서 여성을 사랑하고 자신의 여성성을 과장되게 표현하지도 않는다. 또 성노동자이지만 스스로를 희생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성적 매력을 맘껏 뽐내면서 정상성에 강박된 사회를 조롱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한다. 세상에는 N개의 성(性)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