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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친구-사회의 관계 짓기 <쇼킹 패밀리>

쾌활 지수 ★★★★ 가족애 지수 ☆ (영화를 봐야 알 수 있는) 수림이 방 청소 지수 ★

다큐멘터리 <쇼킹 패밀리>의 건강함과 쾌활함은 사회운동 차원의 거창하고 투철한 원론에서가 아닌 나와 내 주변을 대상으로 놓고 채집한 자성의 시선에서 나온다. 여성이며 어머니이면서 감독인 경순과 영화 <쇼킹 패밀리>를 만들기 위해 모인 친구들 몇몇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감독은 남편과 이혼한 뒤 딸과 함께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한국의 일반적인 중산층 가정의 딸로서 커온 카메라맨 세영, 20대 초반에 결혼해서 아이 하나를 두었지만 지금은 남편과 별거하며 자기만의 독립된 일과 주거를 확보하게 된 스틸 기사 경은, 어머니의 문제가 특히 화근이 되어 부인과 이혼하게 되는 그래서 경은의 사회적 맞수 내지는 아이러니한 짝패라고 불러야 할 주환, 그리고 해외 입양아 친구 빈센트까지를 돌아본 뒤, 자신의 가족사를 경유하여 다시 엄마인 나와 딸의 문제로 돌아온다. 영화는 격자처럼 팽팽하게 짜여 조직적으로 전개된다기보다 하나의 화두에 꼬리를 무는 또 하나의 화두라는 식으로 한 가지씩 자연스럽게 번져나간다. 어느덧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딸이 가족이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리는 걸 들으면서 불편해진 독립다큐 감독 경순은 나의 가족과 친구들의 가족과 사회의 가족이라는 기초단위에 대한 당당한 탐구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나-친구-사회의 관계 짓기 과정에서 구성의 묘미가 돋보이는 몇몇 장면들이 있다. 딸 수림의 머리를 엄마 경순이 억지로 잘랐던 일과 자기의 거짓말을 애니메이션과 교차시켜 고백하는 장면, 경은과 주환을 앉혀놓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게 하는 술집에서의 일화 등이 흥미롭다. 경순이 수림의 머리를 잘랐던 찰나는 세번에 걸쳐 반복되는데 그때마다 영화 속에는 다른 의견들이 첨부된다. 이 장면이 귀환할 때마다 경순은 엄마로서의 무리한 권력을 행사한 순간을 유쾌한 구조로 반성하며 ‘다름’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려고 한다. 한편 어머니 문제로 아내와 이혼한 주환과 남편과 (시집살이 문제로) 이혼했지만 아들을 아끼는 스틸 기사 경은이 앉아 나누는 대화는 감독이 전략적으로 배치한 아이러니한 만남이다. 자기의 성생활에 대한 거짓말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장면은 미리 말하면 재미없을 만큼 유머러스하다.

믿기 어려운 도취가 때때로 도사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쇼킹 패밀리>의 장점은 지겹지 않다는 점이며, 가족 안에 있는 자라면 누구나 알고 이해할 만한 난처함과 불우함을 공정한 태도로 자성한다는 점이다. <쇼킹 패밀리>는 놀면서 반성하는 유별난 영화다. 경순 감독은 빨간눈사람이라는 다큐 창작 집단의 일원으로 <택시 블루스>를 만든 최하동하 감독과 함께 <민들레> <애국자게임> 등을 만들어왔다.

TIP/“빨간 눈사람의 영화 선언: 우리의 인습, 제도가 완전히 자의적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를 억압하고 우롱하는 체제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실체를 폭로하고, 그것을 변화시켜야 한다...(중략)...미셸 푸코의 1971년 어록을 재구성함”이라고 빨간 눈사람 사이트(www.redsnowman.com)에 쓰여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찾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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