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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올리자니 눈치 보이고, 안 올리자니 쪼들리고…
이영진 2008-05-20

CGV를 필두로 일고 있는 멀티플렉스 관람료 인상 움직임에 대한 의혹

기습인상인가 아니면 가격정상화인가. CGV의 일부 체인이 8천원의 극장관람료가 적용되는 주말 주요 상영시간대(기존 금∼일 오후 2시부터 밤 9시까지)를 늘리자 멀티플렉스들이 본격적인 관람료 인상을 위한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제보를 받은 관련 보도에 따르면, 5월 둘쨋주부터 CGV강남·강변·강동·대학로·미아·춘천점 등의 극장들은 주말 주요 상영시간대를 오후 12시부터 밤 11시까지로 확대했다. 이를테면 금요일 오후 1시 상영의 경우 과거에는 평일 기준 관람료인 7천원을 내면 영화 1편을 즐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1천원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 동안 할인가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조조와 심야밖에 없다.

주말 주요 시간대 확대 움직임은 CGV 체인 극장을 중심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5월15일 한 예매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서울 동부지역 사이트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번 관람료 인상은 5월 셋째 주말(5월16∼18일)부터는 CGV상암·용산·공항·신도림·구로·목동·문래·불광·명동점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서울에선 CGV압구정 정도만이 기존 관람료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CGV의 이상규 홍보팀장은 “일부 언론에서 기습인상이라고 하는데 오해가 있다”면서 “본사 차원에서 지시한 것이 아니라 해당 극장들이 자체적으로 선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서울과 수도권의 극장들은 모르겠지만 전국적인 단위의 극장 관람료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은 분명 ‘지나친 억측’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경쟁 멀티플렉스들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메가박스의 브랜드마케팅팀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CGV의 경우 전국적인 사이트를 많이 갖고 있으니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아직 그럴 만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라임 타임 조정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롯데시네마의 한 관계자도 “할인제도들이 많이 줄면서 현행 요금조차 비싸다고 불평하는 관객도 있다”면서 “CGV처럼 프라임 타임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CGV에 뒤따라 여타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프라임 타임을 늘리고, 극장요금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시나리오는 현재로선 다소 무리인 듯 보인다. 한 극장 관계자는 “차별화된 시설을 바탕으로 멀티플렉스가 가격 등을 주도했던 몇년 전의 상황과 똑같지 않다”고 말한다.

이른바 ‘프라임 타임’대에 8천원의 극장관람료를 부가하되, 조조상영에는 기존 6500원에서 4천원으로 대폭 할인하는 방식의 현행 요금차등제가 시작된 건 지난 2001년 여름부터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도시 멀티플렉스 체인 극장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요금체계가 자리잡았고, 이후 다른 극장들 또한 멀티플렉스의 요금차등제를 받아들였다. 참고로 이 과정에서 1995년 <다이하드3> 이후 6천원으로 인상됐던 극장관람료가 6년 만에 1천원 인상됐다. CGV의 이상규 홍보팀장은 “서울,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이번 조치로 인해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할 수는 있다”면서도 “주중 7천원, 주말 8천원”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극장의 판단에 따라 어떤 시기에 가격할인 프로모션을 다시 도입할 수도 있는 일”이라면서 “영화산업의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제기돼온 극장 관람료 인상 논의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공청회라도 한번 여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기습인상인지 아니면 가격정상화인지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견해가 분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이러다간 극장마저 문닫겠다”는 말이 나오는 판에 멀티플렉스들이 넋놓고 가만 있을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떼돈 벌겠다는 심보냐?”라는 여론의 비난이나 “당분간 극장요금 인상은 없다”는 지난해 정부의 발표를 무시하고 관람료 인상을 결정할 수도 없다. CGV의 프라임 타임 확대는 그런 점에서 볼 때 관람료 인상을 위한 고단수의 전략이라기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아래에서 나온 ‘고육책’에 가깝다. 한 극장관계자는 “CGV가 전국적인 멀티플렉스지만 1일 1회 정도 1천원을 더 받는다고 해서 크게 수익을 거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아이언맨>을 비롯해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쿵푸팬더> 등 관련사 CJ엔터테인먼트의 흥행기대작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배급사들의 블록버스터들이 쏟아지는 5월을 택해 CGV 극장들이 프라임 타임 확대를 시작한 것도 관객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 조금이나마 수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는 아닐까.

하지만 영화계 안팎에서는 극장요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결국엔 어떤 식으로든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부가판권 시장이 주저앉고 모두들 극장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관람료 인상이야말로 시장 활성화의 가장 확실한 처방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제작자는 비공개 정책자료를 언급하며 “극장요금을 현행보다 1천원 인상할 경우에 한국영화의 경우 약 11%의 수익률 개선효과가 있으며 3천원 인상할 때는 마이너스 30%의 손실 부문을 완전히 메울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관객에게 무리한 정도로 부담을 떠안길 수는 없지만 극장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부율 조정 등이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일정한 요금 인상이 이뤄진다면 상당한 수익률 개선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죄지은 사람마냥 눈치보지 말고, 이참에 극장요금 인상을 놓고 속시원히 공청회라도 한번 여는 게 어떨까. 끼리끼리 모이면 담합이니, 관객 모시고 다 같이 말이다.

“중요한 건 관객의 공감대다”

이상규 CGV 홍보팀장 인터뷰

-현재 프라임 타임을 확대 적용한 체인 극장이 몇곳인가. =CGV 본사에서 지시를 하거나 승인을 해서 이뤄진 게 아니다. 각 사이트는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기습인상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 극장들이 할인 프로모션을 중지한 것이지 관람료를 인상한 게 아니다. 주중 7천원, 주말 8천원 원칙이 변한 건 아니잖나. 지역의 특수성에 따라서 시기에 따라서 각 사이트들이 재량권을 갖고 가격을 정해왔는데, 이번 조치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사전 공지를 충분히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르면 개봉 3주 전부터 예매를 한다. 관객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봤다. 현장 매표의 경우 추후 확인한 바로는 공지가 이뤄졌고. 물론 마케팅 측면에서 이번 조치가 이뤄진 만큼 적극적 공지를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관람료를 인상했다고 몰아붙이는 것도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멀티플렉스뿐 아니라 영화계 안팎에서는 줄기차게 극장요금 현실화를 주장해왔다. =아무래도 제일 큰 건 여론이다. 공감대가 얼마나 형성이 됐느냐 안 됐느냐의 문제다. 이에 대한 판단 없이 그냥 밀어붙일 순 없는 거다. 개별 극장 입장에서는 가격저항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지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관람료를 올릴 경우 관객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화가 필수 소비재는 아니니까. 가격인상에 따른 불만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것도 아니고. 몇년 동안 관람료가 제자리였다는 불만만 모아서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